블러셔를 바른 것일까, 아니면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일까, 그것도 아니면 본연의 혈색일까? 그 경계가 모호할수록 이번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를 정확히 관통했다고 할 수 있다. 샤넬은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미묘한 색감이 특징인 인상파 화풍에서 영감 받은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공개하며 자연스러운 빛과 입체감이 살아 있는 치크 메이크업이 돋보이는 룩을 선보였고, 에르메스 뷰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롬 투롱도 최근 블러셔는 삶 자체이자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며 그 역할을 강조하고 재정의했다. 공통적으로 두 뺨에 인위적인 ‘색’보다는 자연스러운 ‘빛’을 담는 데 주목한 셈이다.
얼굴의 빛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에 알맞은 컬러는 차가운 핑크보다 따뜻한 혈색을 부여하는 코랄과 오렌지. 피부 속에서 스며 나온 듯한 경계 없는 시스루 치크를 선보인 시몬 로샤 컬렉션의 메이크업이 좋은 예다. 이런 메이크업을 할때는 실키한 파우더 타입으로 수채화처럼 발색되며 입체감을 더해주는 피니쉬로 다양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헤라의 ‘페이스 디자이닝 블러셔’가 제격. 실키하고 옅게 물드는 블러셔를 골라 양 볼 바깥쪽과 광대뼈 아래 주변으로 가볍게 바르기만 하면 된다. 치크 브러쉬로 광대뼈를 감싸며 둥글리듯 바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 이때 여러 번 덧발라 진하게 발색되게 할 필요는 없다. 입자가 섬세한 파우더 치크 블러셔를 조금씩 바르며 농도를 조절하면 더욱 자연스럽다.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이번 시즌 치크 메이크업의 핵심!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순간 순간 사랑스러운 생기가 돋보이면 충분하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면서 얼굴이 더작고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고 싶으면 브러쉬로 세로 방향으로 길게 쓸어준 뒤 하이라이터를 광대뼈 위에 살짝 덧발라보길. 레드가 감도는 핑크 컬러의 체리 핑크 립은 치크 포인트 메이크업에 생기를 더하는 센스 있는 선택.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유리알처럼 글로시한 느낌부터 탐스러운 매트 립까지 텍스처의 변주는 무궁하다. 립스틱을 바를 때 텍스처는 마음껏 표현하되 입술 선을 살려 깔끔하게 채운 풀 립으로 연출하면 내추럴한 메이크업에 생기 넘치는 포인트가 된다. 여기에 더해 형광등을 켠 듯한 톤 업 효과와 세련된 무드를 완성할 수 있다. 립스틱을 바를 때는 티슈로 입술을 톡톡 두드려 유분을 먼저 정돈하고 입술 안쪽부터 섬세하게 바른 뒤 입술 산과 입꼬리는 립 라이너로 세밀하게 다듬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