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지만, 이를 현실로 이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언젠가는 도예를 배워야겠다’는 버킷 리스트와 ‘딸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꿈을 모두 이룬 엄마 김현강은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원래 의류 쪽 일을 했어요. 도예를 배우며 은퇴 후에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예상보다 더 빨리 하던 일을 관두게 되었죠. 그리고 딸과 함께 다온 도예를 오픈했습니다. 올해로 도예를 시작한 지 전 10년째고, 딸아이는 3년 정도 됐어요.” –김현강

 

엄마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라 해도 딸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사실 딸 황태희는 도예를 시작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도예라는 새로운 분야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엄마를 보며 도자기에 흥미를 가졌지만, 평생 해야 할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다 보니 신중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해 곧잘 그림을 따라 그리고, 지금도 나가서 노는 것보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다양한 예술 분야를 두고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도예과에 진학했고, 처음 배우는 분야임에도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아 졸업 후 엄마와 같이 다온 도예를 이끌어가게 됐다. 모녀가 같이 공방을 운영하지만 사실 전문 분야는 자못 다르다. 엄마는 전통 도자기를 만드는 데 능숙하고, 딸은 모던하고 예술적인 오브제를 디자인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엄마가 컵을 만들면 딸이 거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엄마가 만든 화분 옆에 딸이 만든 고양이 오브제를 놓는 식이다. 그래서 수업도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춰 진행한다. 이렇게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고, 때로는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조금씩 더 발전해가는 두 사람. 지금도 엄마는 딸의 젊은 감각과 예술적 재능을, 딸은 엄마에게 물레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제아무리 서로 깊이 존중하고 위한다 하더라도,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사이이기에 둘이 부딪치는 일도 있을 터. 실제로 다온 도예를 오픈한 뒤 진취적이고 성격 급한 엄마와 느긋하고 소극적인 딸 사이에 의견 충돌이 많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틈날 때마다 새로운 작품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의 작업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가끔 서로 의견이 달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같이 도예 대학원에 다니고 싶어 할 만큼 두 사람 다 일을 향한 열정이 뜨겁다.

 

“엄마랑 같이 일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힘들겠다고 걱정해주더라고요. 하지만 하루 종일 가장 편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랑 같이 다온 도예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아무리 환경이나 분위기가 좋은 직장이라 하더라도 내 집이나 가족처럼 편할 수는 없으니까요.” –황태희

 

사실, 도자기로 만든 작품을 팔거나 도예를 가르치는 공방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다온 도예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두 사람의 애정이 공방이나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일 터. 실제로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이나 공간에서 인간적인 냄새가 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다들 취미 활동을 하러 오는 곳이기 때문에 마음 편하고 즐겁게 작업하다 갈 수 있게 배려하고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작품 활동을 할수 있게 하고, 정해진 커리큘럼을 강행하기보다는 각자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죠.” –김현강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도자기와, 그들의 삶을 오롯이 담은 다온 도예. 모녀가 함께 만드는 작품과 공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것 같다.

 

 

아름다움은 자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아름다움이 세대를 거쳐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향장은 이 시대 모든 어머니와 딸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