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은 인간이라면 모두 갖고 있을 터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 10년을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거실에 있는 핀 율의 패널 시스템을 갖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어요. 거실에 놔둔 펠리칸 체어도 꽤 오랫동안 기다려 구했죠. 지금은 남편이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주문해준 사이드보드를 기다리고 있고요. 최근 출시된, 위스키 의자라는 별명이 붙은 의자도 갖고 싶어요. 사실 모든 가구에 우리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 가장 좋아하는 걸 딱 하나만 꼽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이 사용하는 리딩 체어가 젤 좋긴 해요.” 핀 율은 20세기 북유럽 가구계의 독보적 인물이자 미드 센추리 모던 시기를 이끈 대표적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조형성이 강하고 쓰기 편한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이미 많은 ‘덕후’를 보유하고 있다. 곳곳에 위치한 핀 율의 가구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이 집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원래 북유럽 스타일을 좋아하던 그가 핀 율과 사랑에 빠진 것은 대림 미술관에서 열린 <핀 율 탄생 100주년전>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스타일이면서도 어찌 보면 다분히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핀 율의 가구를 우리 전통 고가구와 함께 디스플레이한 전시를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그가 구입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대의 가구들이었기에 차분히 때를 기다리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결국 핀 율의 가구들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가구가 어느새 그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원하는 것을 기다리며 다른 무언가로 대체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기에, 꽤 오랜 시간 소파 없이 생활하기도 했다. 이렇듯 강렬한 애착을 가진 걸 보니, 그가 언젠가 조그맣게 핀 율 호텔을 꼭 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small_finnjuhlhouse
전수영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상업공간 인테리어 디자인과 브랜딩 작업을 하다 현재는 블라인드를 제작하는 회사 ‘뤼미에르’에서 일하는 중.
SNS ID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상당한 핀 율 덕후로, 언젠가는 한국에 핀 율 호텔을 짓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예술 작품이다. 집 곳곳에 자리한 수많은 작가의 작품은 슬쩍 둘러보는 데도 꽤 긴 시간이 훌쩍 가버릴 만큼 방대한 규모의 컬렉션을 이루고 있다. “어릴 때부터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어요. 엄마가 그림을 잘 그린 걸 보면 집안에 예술적 DNA가 있나 봐요. 결혼할 즈음, 구사마 야요이의 전시회에 갔었는데, 충격을 받을 만큼 작품들이 좋더라고요. 조그마한 판화라도 구매하고 싶었는데, 1천5백만원이라는 금액은 학생인 저에게 너무 큰돈이었죠. 결국 그 작품은 사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작은 작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어요.” 사진부터 회화, 조각까지, 그의 컬렉션은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든다. 단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그의 마음을 움직인 작품이라는 것. 그냥 좋아서 구매하는 작품도 있지만, 작가의 전시 이력이나 작품의 내용,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구매하면 애정이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친구가 알려준 대로 박람회에서 만난 작가의 작품을 기억했다가 다음 해에 가서 또 보고, 그다음 해에 가서 또다시 보게 되어 구매한 작품도 있다. 이렇게 모은 작품이 늘어나면서 얼마 전에는 한 갤러리 관장님의 도움을 받아 작품 위치를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다양한 작품과 핀 율의 가구가 혼재해 자칫 어지럽거나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그의 집에 있는 요소들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 것은 물론, 각 요소끼리 차분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모두 그의 취향이라는 큰 맥락을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얼마 전 한 커피 브랜드가 내건 슬로건처럼, 그는 좋아하는 것을 진심을 다해 좋아한다. 그 반면에 관심 없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옷에는 관심이 없어 엄마가 사주는 대로 입었지만, 좋아하는 브랜드의 휴대폰과 컴퓨터는 나오는 족족 사 모았다니 그 집착의 역사가 꽤 오래된 셈이다. “원래 인테리어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낑낑대며 제 방의 가구 위치를 바꾸곤 했죠.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수학을 잘하지 못해 고민하던 차에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교수님이 시각디자인과에서 강의하신다는 말을 듣고 그 과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단골 식당의 브랜딩 작업을 하게 됐고, 그게 계속 이어져 상업공간 브랜딩과 인테리어 작업을 하게 됐죠. 그런데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만한 작업만 골라 하다 보니 프로젝트가 많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해온 그가 일을 잠시 쉬게 된 것은 육아 때문.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일에서 손을 떼고 있다 보니 갑자기 두려움이 생겼고, 감각을 키우기 위해 미련 없이 북유럽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러 디자인을 보며 굳힌 생각은 ‘나를 믿자’는 것. 다른 디자인을 새롭게 보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더 공고히 다지기로 마음먹은 뒤 다른 디자인을 보러 다니려는 집착을 내려놓았다. 그 이후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운영하는 블라인드 브랜드 ‘뤼미에르’에 몸담게 됐고, 지금은 예쁜 블라인드를 제작하고 소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은 꼭 이루고야 마는 그의 성격 덕분에 탄생한 우드 하단 바 블라인드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매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분야 전문가답게, 그의 집에서는 다양한 블라인드 활용 사례를 볼 수 있다. 거실 창을 채운 전동 블라인드는 외부의 시선은 차단하되 적절히 외부가 투영되어 거실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고, 남편 방에는 시선 차단용 블라인드와 디자인을 위한 얇은 투톤 커튼을 함께 달았다. 아이들 공부방에는 치렁치렁한 커튼 대신 깔끔한 롤스크린을 설치했다.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는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각자의 삶에 맞는 기본 생활 동선만 고려한 뒤 나머지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가구나 작품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하길 권합니다. 오늘은 프로방스풍에 마음이 가는데, 내일은 모던 인테리어가 예뻐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근데 집 전체를 프로방스풍으로 꾸며두면 이를 모던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인테리어에 관한 조언까지 잊지 않고 건네는 그. 시간이 흐른 뒤, 언젠가 그가 세울 핀 율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라면 꼭 해낼 것 같으니까.

 

전수영 실장이 말하는 커튼과 블라인드 선택 노하우

1. 공간에 맞춰 종류를 고를 것
창의 종류에 따라 커튼이 효과적일 때가 있는가 하면, 롤스크린이나 우드 블라인드, 허니콤 등 블라인드가 더 좋을 때도 있다. 커튼만큼 블라인드도 종류가 많으므로 공간에 맞는 제품을 잘 골라 배치할 것.
습기가 많은 욕실에 우드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2. 작은 창에는 롤스크린이 제격
최근 공간 활용 등의 목적으로 방 창문을 작게 내는 경우가 많다. 이때에는 짧은 커튼을 다는 것보다 깔끔한 롤스크린을 다는 것이 알맞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투톤 알루미늄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어준다.

3. 두 장 보다는 한 장 커튼을
커튼 하면 대개 양쪽으로 갈라지는 형태를 떠올리는데, 한쪽은 늘 닫아두거나 한 방향으로 커튼을 다 몰아두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황이 허락한다면 커튼을 한 장으로 만들어보기 바란다.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