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지 아트 디렉터의 집에 처음 들어선 순간부터 사뭇 놀랐음을 고백한다. 대리석이 집 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리석에 대한 선호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만큼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거 공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남편과 함께 대리석을 수입한 뒤 가공해 판매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주로 전문가나 관계자가 방문하는 회사 쇼룸은 대리석 자체를 보여주는 용도로만 활용되고 있어 실제 적용 사례를 보여주기 쉽지 않죠. 그래서 이 집을 처음부터 쇼룸 겸 주거 공간으로 기획했고, 실제로 완성 후 1개월은 쇼룸으로 운영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분이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오신 분들은 모두 다 대리석의 다양한 활용도에 감탄했답니다.”
김연지 아트 디렉터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대리석을 만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붉은 대리석을 활용한 주방의 아일랜드장. 집의 중심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아일랜드장은 거대한 크기와 강렬한 색으로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려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이 이탈리아산 대리석은 오랫동안 대리석 관련 일을 해온 남편이 무척 좋아하는 것이라고. 점점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 대리석을 주방의 아일랜드장뿐 아니라 선반,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 프레임과 몰딩에 공통적으로 적용해 통일성을 줬다.
@yeonjic
김연지
토탈석재와 르마블의 아트 디렉터.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수제화를 제작, 판매하다 디자인
스튜디오로 옮겨 브랜딩, 인테리어, 스타일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는 남편과 함께 다양한
대리석과 타일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시선을 끄는 것은 또 있다. 바로 고급스러운 대리석 선반과 벽난로 프레임. 두꺼운 대리석의 끝을 둥글려 만든 선반과 밋밋할 수 있는 벽면에 포인트가 되는 벽난로 프레임은 그 자체로도 쇼룸이나 카페 같은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부드러운 컬러의 이 대리석은 부부가 모두 사랑하는 소재라고 한다. 이 집은 이 두 가지 대리석을 중심으로 다른 곳도 채웠다. 현관의 붉은 대리석과 주방의 대리석이 연결되고, 화이트 테이블이나 따뜻한 느낌의 화장실은 선반, 벽난로와 맥을 같이한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대리석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셨던 어머니의 영향인지, 혹은 자매가 많은 탓에 늘 자신의 공간을 갈망했기 때문인지, 그는 어릴 때부터 연필로 집 구조를 그리고 가구 배치를 바꿔보곤 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방을 스스로 꾸몄고, 더 자란 뒤에는 집의 가장 위층 방을 선택해 마음껏 인테리어도 해봤다. 그런 그지만 사실 대리석을 특별히 사랑하지는 않았고, 강인한 성질을 지닌 금속 소재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대리석 관련 일을 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자연스럽게 대리석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후 가랑비에 옷 젖듯 매일 조금씩 대리석에 대한 애정이 커졌고, 영국의 한 빈티지 숍에서 작은 다람쥐 조각이 붙어 있는 대리석 트레이를 구매한 뒤 완전히 대리석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대리석 소품을 사 모으고 대리석으로 가득한 집에 사는 마니아가 됐다.
“대리석은 예술 작품 같아요. 같은 종류라도 같은 무늬를 찾을 수 없죠. 유럽에서는 대리석을 ‘신이 그리는 그림’이라고 표현한다고 하더라고요. 대리석 패턴을 본떠 그림으로 그리려고 해도 상당한 경력과 라이선스가 필요할 정도래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단순히 멋지다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실제로 보면 볼수록 대리석에는 남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요즘엔 대리석을 본뜬 타일도 많지만, 실제 대리석과 비교하면 무늬의 깊이가 달라요. 타일이 쓰기에는 좀 더 편할 수 있지만, 그 예술적인 아름다움에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자연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에 걸맞게, 대리석은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거 공간에 다양하게 활용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오해도 궁금증도 많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대리석은 관리하기 불편하지 않으냐?’는 것. 하지만 그는 여느 원목 가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원목 가구를 오래 쓰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름칠을 하는 오일링 작업을 하듯, 물이 많이 닿는 곳에 대리석을 쓴 경우 발수 작업을 주기적으로 하면 더 오랫동안 깔끔하게 쓸 수 있다. 아이들이 사는 곳에 대리석은 위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마감만 잘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는 어린아이와 함께 사는 그의 집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두께가 두꺼운 데다 끝을 둥글게 세공한 대리석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장점이 많다. 열을 품는 성질이 있어 겨울에 난방을 하면 돌침대처럼 오랫동안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해 집에 쓰기 더없이 좋은 소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연에서 온 소재이기 때문에 우드나 금속, 혹은 다른 대리석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 또한 큰 장점. 실제 그의 집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소품이 대리석 가구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사할 때 떼어서 들고 갈 수도 없는데, 지나치게 큰 비용을 투자한 것은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다른 소재로 디자인을 했다 하더라도, 이사 갈 때 모두 아일랜드장이나 붙박이장을 떼어 가진 않잖아요? 게다가 대리석은 아주 저렴한 것부터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싼 것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선택만 잘한다면 특별히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에요. 최근 대리석을 잘 이해하고, 과감하게 디자인하는 전문가도 많아지고 있으니, 부담 없이 대리석 인테리어에 도전해보세요.”
좋아하는 소재를 마음껏 활용해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공간으로 완성한 김연지 아트 디렉터의 집. 평소 대리석 소품이나 트레이 등을 사 모으는 편이라면, 혹은 천편일률적 인테리어에 슬슬
염증을 느낀다면, 이번에는 과감하게 대리석을 집에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TIP
김연지 디렉터가 말하는 대리석 인테리어 노하우
1. 면적을 넓게
대리석은 면적이 넓어야 존재감이 크고
더 멋지다. 따라서 대리석 인테리어의
장점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넓은 면적에
대리석을 배치할 것. 테이블이나 TV장 등을
대리석으로 채워보길 권한다.
2. 대리석은 가구로,
나머지는 소품을 활용
실내의 넓은 부분을 대리석으로 채워 우아한
분위기를 완성한 뒤 조그마한 소품을
바꿔가며 분위기 변화를 꾀하자. 대리석은
다양한 소품과 무난히 어우러지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하기가 편하다.
3. 톤을 맞추자
대리석 인테리어의 관건은 톤을 잘 맞추는
것. 대리석은 수많은 색깔이 혼재하기
때문에, 그중에서 하나를 뽑아 비슷한
컬러의 소품이나 가구를 배치하면 어렵지
않게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