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타임>의 두 주인공 만큼이나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

숲속의 웨딩 축제

황영락ㆍ권달빛

연애할 때부터 셀프웨딩을 꿈꿔온 권달빛과 황영락은 결정적으로 영화 <어바웃타임>을 본 후 형식적인 결혼이 아닌 모두의 진심 어린 축하 속에서 유쾌하게 식을 올리는 ‘축제’ 같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후보로 꼽은 여러 장소 중에서 서울연구원, 올림픽공원, 양재시민의 숲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서울연구원은 장소가 협소했고 올림픽공원은 야외 결혼식을 올리기에 좋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객들이 방문하기 불편할 것 같아 양재시민의 숲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신청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새 겨우 신청(올해부터는 선착순이 아닌 공개 모집으로 접수 방식이 바뀜)해야 성공할 정도로 예비 부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결혼식 장소였다.

부모님께서 주말에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혼잡할 텐데 괜찮겠냐고 우려하셨지만 오히려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이 결혼식을 구경하며 하객처럼 축하해주셔서 무척 행복했다고. 신부가 모든 것을 꼼꼼히 준비했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많았다. 우선 업체들 관리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스타일링 업체, 음향, 커피트럭, 도시락, 테이블 및 의자 세팅, 본식 사진 업체, 드레스, 메이크업, 심지어 헬퍼까지 직접 발품 팔아 업체를 알아보고 계획을 짠 후 미팅하고 협의하는 과정들이 직장인인 신부에게는 다소 버거웠다. 변수가 있을 때마다 투덜대는 업체를 상대하는 것도, 비용을 조율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당일에는 영화 <어벤져스>에 출연하는 히어로들처럼 모두 각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줘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다만 테이블을 옮기거나 음식을 나눠줄 사람 등 생각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 힘들긴 했다고.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의 가치가 있었냐는 물음에 권달빛은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매일 퇴근 후 신나게, 때로는 아웅다웅하며 계획을 짰던 수많은 밤과, 머릿수를 계산해 기계적으로 찍어낸 뷔페음식이 아닌 자주 방문하던 진짜 맛집에서 공수해온 도시락, 그리고 커피트럭을 불러 즉석에서 내려 대접한 따뜻한 차와 커피, 우리 둘이 직접 구상한 결혼식 순서들과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로 식장을 채운 그 시간이 어찌 의미 없을 수가 있을까요? 단 몇 시간 누군가에 손에서 만들어진 ‘정신없는 이벤트’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우리 부부에게 평생 두고두고 기억할 추억이 생긴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