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드 코트 이브 살로몬, 니트 톱 톰보이 스튜디오, 화이트 스커트 이자벨 마랑 에뚜왈

숲의 숨결이 느껴지는 신선한 오크모스, 야생적이면서도 달콤한 미라벨 플럼, 부드러운 여성성을 더하는 프리지어가 조화를 이룬 끌로에 노마드 오 드 퍼퓸.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의 향을 느낄 수 있다. 50ml, 12만9천원. 펀칭 디테일 톱 끌로에

레이스 드레스 마쥬

스트라이프 재킷 바네사 브루노

데뷔 초기부터 예쁜 얼굴로 유명했어요. 언제부터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이 생겼나요? 어릴 때는 가꾸고 치장하는 데 관심이 없었어요. 평소 제 모습 그대로 용감하게 광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그 꾸밈없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배우를 하면서 비로소 제가 모르던 제 얼굴을 알게 됐어요. 화보 촬영도 처음엔 얼마나 어색했는지 몰라요. 피부에 관심이 커진 시기는 촬영 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예요. 그 전에는 조명으로 다 커버가 됐는데, 이제는 추운 날 촬영하면 피부가 건조한 게 화면으로 보이더라고요. 피부가 아주 얇고 건조하거든요.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예쁜 이목구비보다 인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사람이 가진 에너지, 그 사람이 지내온 모든 시간이 인상으로 나타나거든요.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짜증이 많은 사람은 무표정일 때도 얼굴에 짜증이 묻어 있죠.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수많은 감정이 얼굴에 오롯이 담기는 거예요. 저도 이제 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얼굴에는 뭐가 묻어 있는 것 같아요? 웃음이 묻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촬영 기간 동안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람이 저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스태프들은 늘 저를 보살펴주면서도 제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을 조심스러워 해요. 그게 싫어서 제가 먼저 다가가 많이 웃고 말도 많이 해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대하고 잘 웃는 것 같아요. 덕분에 편안하게 촬영 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가 편해야 일도 재미있더라고요. 배우들과의 소통, 사진가와의 호흡, 그 밖에도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결과물이 좋다는 것도 알고요.

피부 관리를 위해 비타민 C와 호박즙을 먹는다고 들었어요. 최근에는 어떤 피부 관리법을 시도했는지 궁금해요. 잘 붓는 체질이라 호박즙을 즐겨 먹기도 하고 바나나식초를 담가 먹기도 했어요. 이런 유행에 민감한가 봐요. 요즘은 디톡스 효과가 좋다고 해서 칼라만시 원액을 물에 희석해서 마셔요.

촬영 전날의 뷰티 루틴이 궁금해요. 찜질방에 가요.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서 불편하지 않아요? 평일 낮에 바보 같은 안경을 쓰고 가고, 수건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그렇게 튀지 않아요. 체력도 보충해야 하는데 촬영 전날 운동으로는 부기를 빼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찜질방에 가서 땀을 빼고, 얼음방에 드나들면서 부기를 빼요. 그리고 수분 공급! 피부에 수분이 채워져야 탄력도 생기기 때문에 촬영 전날 크림을 평소보다 듬뿍 발라요.

학창 시절부터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완벽한 모범생으로 통했어요. 연기로나마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완전히 다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늘 하죠. 연기하면서 또 다른 제 모습을 찾고 싶으니까요. 올가을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에서 밑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구원을 기다리는 역할을 맡았는데 제게는 굉장히 파격적으로 변신할 기회였어요. 외모나 성격, 상황까지 전부 다. 얼굴을 일부러 거칠고 주름이 많게 연출하기도 했고요. 이런 특별한 역할을 맡아서 참 감사해요.

화이트 톱 끌로에

어릴 때부터 고아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치매를 않는 노인들을 찾아가 말동무해줬다고 들었어요. 봉사에 관심이 있어도 시작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실은 학교 숙제 때문에 봉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당시 고아원 친구들이 봉사활동 온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친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오늘만 오고 안 올 거잖아”라고 말하더라고요.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때우러 오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어요. 그 후 복지에 관심이 커졌죠. 확실한 건 제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영역대가 풍부해졌다는 거예요. 그간 남보다 더 갖고 싶어 하거나 남을 부러워했는데 아이들,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삶을 다른 측면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행복이 가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모금 운동에 참여한 지 10년이 넘었더라고요. 전에는 ‘보여주기 식’으로 여겨지는 게 부담스러워 봉사 관련 일을 한동안 못했어요. 그러다 한번 거리 모금 활동을 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거예요. 제 자신이 큰 영향력이 있다는 걸 느낀 후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모금 활동을 재개했어요. 봉사하고 싶은 마음만 있고 실천하지 못해도, 마음이 없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해요. 설령 보여주기 식이어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다고 보고요. 주머니에서 굴러다니던 동전을 구세군 냄비에 넣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적은 돈으로 시작하면 뭐 어때요. 요즘에는 어려운 이를 도울 수 있는 루트가 아주 많아요. 예를 들면 저희 할머니도 다른 사람을 돕고 계세요. TV를 보다가 뜨는 후원금 문의 전화번호에 전화해 2천원을 보내는 방법으로요. 내 도움으로 받은 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에요.

오늘 당차고 자유로운 노마드를 컨셉으로 촬영했어요. 한지민만의 노마드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미지 때문에 드라마에서 비슷한 배역을 맡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화보 촬영은 저의 새로운 색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늘 기대가 크죠. 오늘도 평소에는 익숙하지 않은 노마드 컨셉트라고 해서 기뻤어요. 여느 때처럼 연기하는 느낌으로 촬영했어요. 무표정으로 있어도 어떤 생각을 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눈의 분위기가 달라지잖아요? 표정과 포즈는 자연스럽지만, 눈빛으로 노마드의 자유롭고 강인한 면모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지민은 노마드에 가깝나요? 촬영 기간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자유롭게 지내요. 30대가 되면서 모험심이 많이 생겼어요. 사람들을 의식해 내 젊은 시간을 그냥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어요. 그래서 가보고 싶은 곳은 다 가보고, 주저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요.

스스로 자유와 자존감을 지키는 데 능숙해 보여요. 배우라는 직업이, 주변의 말에 흔들리면 와르르 무너지기 쉬워요. 단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책임을 다하면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자신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특히 과거의 나를. ‘그때 내가 왜 그랬지?’,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이런 생각이 자존감을 낮추더라고요. 저도 힘든 시기가 있었고 그래서 마음공부도 해봤어요. 그때의 나를 내가 감싸주고 나에게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죠. 스스로를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고 다독여주는 일이 크게 도움이 됐어요.

끌로에 노마드 향수, 마음에 드세요? 끌로에 향수를 특히 좋아해서 병을 비울 때까지 써요. 그래서 이번 촬영 이야기를 듣고 기뻤어요. 배역을 맡으면 그 캐릭터에 어울리는 향수를 작품이 끝날 때까지 뿌리곤 해요. 마냥 달콤하기만 한 향은 좋아하진 않아요. 너무 더울 때를 제외하곤 중성적이고 무게감 있는 향을 선호하는데 노마드는 자연적인 향이 강하게 느껴져서 당분간 이 향기에 빠져 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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