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추천 시티팝 뮤직

<FOR YOU>

TATSURO YAMASHITA

시티 팝을 말하며 야마시타 다쓰로를 빼놓을 수는 없다. 컬렉터들의 표적이 된 초기작 <Spacy>와 본격 시티 팝 시대의 개막을 알린 <Ride on Time>도 상징적이지만, <For You>야말로 여름을 위한 단 한 장의 앨범으로 꼽을 만하다. 청량한 기타 리프의 ‘Sparkle’로 시작해 산들바람처럼 사랑스러운 ‘Love Talkin’’까지, 야마시타 다쓰로 식 ‘비치 사운드’의 정수. 역설적으로 그는 다음 음반에 수록된 겨울 노래 ‘Christmas Eve’로 엄청난 성공 가도에 오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여전히 여름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이 음반 때문일 것이다.

 

 

음악 추천 시티팝 뮤직

<BUTTERFLY>

KIMIKO KASAI WITH HERBIE HANCOCK

일본의 시티 팝과 재즈 음반에서 해외 음악가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태평양을 건너온 작곡가나 연주자들이 ‘본토 색’을 위해 힘을 보탠 격인데, 이 음반은 아예 허비 행콕과 합작 음반 형태로 발매됐다. 허비 행콕의 1978년 작 <Sunlight>에 수록된 ‘I Thought It Was You’를 가사이 기미코의 풍성한 목소리로 다시 듣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데, 허비 행콕은 단순히 곡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일군의 밴드를 이끌고 와 직접 전자피아노를 치고 ‘백보컬’로 노래도 불렀다. 올해 4월 때마침 재발매되어 입수하기도 꽤 용이하다.

 

 

음악 추천 시티팝 뮤직

<GRAVY>

YASUKO AGAWA

낮의 시티 팝이 있다면, 밤의 시티 팝도 있다. 낮의 시티 팝이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상징하는 카스테레오가 달린 차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는 흥분이 담긴 음악이라면, 밤의 시티 팝은 그보다 밤의 도시를 관통하는 고독을 느끼게 한달까. 싱글로도 발매된 수록 곡 ‘LA Night’는 시티 팝의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지역임이 분명한 캘리포니아, 그중 LA의 밤에 대해 말한다. LA야말로 밤이 적막하고 삭막한 도시. 또한 걷기보다 차를 타고 다니기 알맞은 도시. “막 도쿄에서 왔어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힘쓰기보다 관조적인 아가와 야스코의 목소리야말로 여름밤 그 자체다.

 

 

음악 추천 시티팝 뮤직

<SUMMER NERVES>

RYUICHI SAKAMOTO & THE KAKUTOUGI SESSION

시티 팝은 장르보다 정서에 가까운 용어로 그 안에 실로 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Summer Nerves>는 레게 팝과 디스코 등이 뒤섞인, 젊은 시절 그의 유쾌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음반이다. 꽤 ‘전자적’이고 심각한 <Thousand Knives>로 데뷔한 직후, 잠시나마 여름처럼 재미난 세월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는 솔로 활동이나 YMO 활동과 별개로 수많은 시티 팝 뮤지션의 음반에 세션 맨으로 참여해 여러 종류의 건반을 연주했으니 이런 식의 접근이 어색하지는 않다.

 

 

음악 추천 시티팝 뮤직

<A LONG VACATION>

EIICHI OHTAKI

오타키 에이이치의 성 ‘오타키’는 큰 폭포를 뜻한다. 전설적 록 밴드 해피엔드의 멤버였던 그는 자신의 이름에서 착안한 나이아가라 레코드를 설립한 뒤, 말 그대로 폭포수처럼 팝의 새로운 물길을 열었다. 몇 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1981년에 발표한 <A Long Vacation>은 소울과 펑크보다는 AOR과 서프 록의 관점에서 시티 팝 태동기 사운드의 정수를 압축한 듯한 음반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나가이 히로시가 그린 커버 역시 기념비적이다. 그림을 보며 ‘카나리안 아일랜드, 카나리안 아일랜드’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후렴구를 따라 부르다 보면 맘이 절로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