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과 가을을 휩쓴 웨스턴 무드 열풍은 실로 대단했다. 생 로랑, 이자벨 마랑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디자이너가 자유분방함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프린지를 선택했고 런웨이에서 시작된 트렌드는 스트리트 패션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율동적으로 흔들리는 가죽 장식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옛말, 가죽 조각이 찰랑이는 가방 하나쯤은 필수로 느껴질 만큼 접근하기 쉬워졌다. 나아가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패션계는 ‘프린지=보헤미안’이라는 상식이 고루하다는 듯, 웨스턴 무드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프린지를 등장시켰다. 그 시작은 런던 컬렉션이었다. 포츠 1961 컬렉션에서 선보인 옷에는 네크라인을 시작으로 언뜻 봐도 1미터는 넘는 길고 얇은 실이 달려 있었다. 옷의 장식이라기보다 별도의 액세서리처럼 보이는 이 실의 정체는 깊은 바다에서 신비로운 빛을 내는 해파리를 연상시키는 일명 ‘젤리피시 프린지’. 스팽글을 붙여 반짝이는 실들은 모델이 워킹하는 동안 재킷과 이너웨어 사이에서 가닥가닥 흩어져 가볍게 흔들렸다. 지난 시즌 대유행한 웨스턴 무드의 짧고 투박한 프린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젤리피시 프린지는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새로운 유행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포츠 1961 컬렉션에 이어 밀라노와 파리에서도 긴 프린지 디테일이 연이어 등장했다. 미쏘니와 프로엔자 스쿨러 컬렉션에서는 실 대신 니트와 얇은 가죽끈을 엮어 드레스 끝자락에 아주 긴 프린지를 달았는데, 축 늘어지고 느리게 흔들리며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젤리피시 프린지의 화룡점정은 구찌 컬렉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주얼을 길게 연결해 늘어뜨린 선 몇 가닥으로 새로운 트렌드 대열에 동참했다. 드레스 위에 얹은 주얼 장식 끈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는 리본처럼 룩을 돋보이게 하는 신의 한 수였다. 프린지를 재해석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기존보다 한층 길고 화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동적인 느낌은 유지하되 화려한 멋을 더한 젤리피시 프린지는 올겨울 최고의 패션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여러 SPA 브랜드에서 일찌감치 유행을 예견하고 유명 브랜드의 쇼피스와 흡사한 아이템을 매장에 속속 진열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가올 연말 파티에서 입을 옷을 걱정하고 있다면 식상한 레드 드레스 대신 프린지 트렌드를 반영한 룩을 선택하는 건 어떨까. 평소 포스팅을 즐기는 SNS 유저라면 더더욱 이를 추천하고 싶다. 화려한 조명 아래 흔들리는 프린지가 카메라에 포착되는 순간, 드라마틱한 인생 컷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