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돈 초이는 이번 컬렉션을 ‘마니크 바흐(Manik Bagh)’라고 명명했다. 1931년 독일 건축가 에카르트 무테지우스(Eckart Muthesius)가 인도 황제의 의뢰로 지은 아주 모던한 궁전 마니크 바흐를 돌아보며 새 컬렉션을 구상한 것. 디자이너가 이전부터 주로 건축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때문일까? 이번에도 구조적인 실루엣을 탐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반듯하게 각진 데다 자연스럽게 주름진 형태가 조화를 이루었다. 이를테면 케이프를 휘감은 트렌치코트, 넓은 벨트로 허리를 감싼 팬츠 수트 등 아주 클래식한 아이템에 갖가지 아이디어를 더해 유기적인 실루엣으로 재탄생했다. 모래색과 오렌지, 노랑, 청록색과 파랑 등 사막과 태양, 하늘이 연상되는 컬러로 이국적인 정취를 담아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이 모든 요소가 쇼를 펼친 고요하고 아름다운 가든 뮤지엄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박수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