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에르뎀은 이번에도 빅토리아 시대 법정 사건에 매료됐다. 파니와 스텔라(Fanny and Stella)로 더 유명한 크로스드레서 듀오 프레더릭 팍(Frederick Park)과 어니스트 볼턴(Ernest Boulton)이 바로 그 주인공. 성추행 등의 범죄 혐의를 받았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고 ‘성별로부터의 자유’를 설파하며 당시 영웅으로 추앙받던 이들이 ‘만약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쇼가 열린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빅토리안 드레스의 향연이 펼쳐졌으니! 다만 팬츠 수트와 버뮤다팬츠 룩으로 매니시한 느낌을 가미한 흔적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루엣은 여성스러웠다. 드레스 위로 여전히 꽃이 만발했고 디자인은 고풍스러웠으며 풍성한 리본을 장식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파니와 스텔라가 2019년 오늘을 살고 있다면 에르뎀의 드레스를 선택할 거라는 데 이견을 표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