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시의 무대는 지하 클럽에서 열리는 비밀스러운 파티를 떠올리게 했다. 번쩍이는 불빛과 DJ가 트는 자극적인 음악 소리를 배경으로 클러버들이 끈적하게 춤에 빠져 즐기는 모습을 연출했으니! 분명 시퀸으로 뒤덮이고 선정적인 문구가 적힌, 기괴한 힙스터 룩이 등장할 거라고 장담했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차분한
색의 시퀸은 은은하게 반짝였고 아주 간결한 디자인으로 섹슈얼한 무드를 완성했으니까. 거기에 화이트와 뉴트럴 컬러를 주조로 네온 그린과 오렌지, 라일락 컬러를 포인트 색으로 활용했다. 스파게티 스트랩, 과감한 컷아웃과 브이넥, 슬릿으로 간결하게 포인트를 준 감각적인 드레스의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이번 시즌에도 스커트와 드레스 차림의 남자 모델로 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둥근 시퀸 사이사이에 도너츠 모양의 시퀸을 더해 더욱 견고하면서도 가볍고 신축성 있는 시퀸 룩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아쉬시의 컬렉션을 보면 튀고 싶어 안달 난 틴에이저가 떠올랐는데 이번엔 세련된 취향의 젊은 여성이 오버랩됐다. 아쉬시가 이번 시즌을 계기로 진일보했음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