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발 구룽은 언제나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며 오리엔탈리즘을 강하게 발산한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구상하기 전 자신의 재단이 후원하는 사진전 때문에 오랫동안 고국 네팔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건 고국만이 아니었다. 이번 컬렉션을 ‘세계의 여행 가방’이라 명하고, “우리는 다른 것 이상으로 닮았다” 라는 메시지를 전했으니까. 쉽게 말해 세계는 하나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를 설파하기 위한 것인지 컬렉션은 동양적인 색채를 띠긴 했지만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화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거침없는 컬러 매치는 여전했는데, 이브 생 로랑과 크리스찬 라크로와에게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디자이너의 설명을 듣고 나면 네팔보다는 파리의 디자이너들이 떠오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풍부하게 쏟아낸 에스닉한 자카드 소재, 과감한 프린지 장식, 동양화풍 자수 등 여러 소재와 디테일은 여지없이 네팔을 가리키고 있었고, 이번 시즌 눈이 아플 정도로 컬러와 패턴이 유독 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