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회자되고 기억될 협업이 성사됐다. 드리스 반 노튼은 오랜 친구, 크리스찬 라크로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1980~90년대 아카이브를 들춰 보다 패션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즐기던 시절을 추억했고, 이 모든 것이 저명한 쿠튀리에인 크리스찬 라크로와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마디로 극적인 패션, 즉 오트 쿠튀르의 환상을 불어넣기로 한 것. 10년 전부터 코스튬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라크로와, 그리고 반 노튼은 정확하게 자신들의 전성기로 돌아간 듯 보였다. 반 노튼의 ‘안트워프 6’ 시절이 연상되는 아이템에 과감한 프린트, 과장된 실루엣이라는 라크로와를 대표하는 요소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것. 눈이 시릴 정도로 파격적인 컬러와 애니멀 패턴, 번쩍이는 플라워 브로케이드 소재, 물결치는 플라멩코 스커트와 투우사 재킷 등 온갖 호화로운 것들과 그레이 스웨트셔츠,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단정한 블랙 블레이저처럼 캐주얼하고 모던한 아이템이 적절하게 공존했다. 두 사람이 찾은 균형은 쇼를 보던 모든 사람의 마음을 두드렸고,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