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peak.korea 정정윤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농인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며, 참신하고 획기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핸드스피크의 대표.

핸드스피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10년, 제가 일하는 공연 기획사에 춤을 추고 싶은데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는 농인 댄스 팀이 찾아왔었어요. 열정 가득한 눈빛과 수어로 꿈을 이야기하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더라고요. 당시 회사 대표님도 그러셨는지,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허락해주셔서 본격적으로 공연 연습을 시작했죠. 회사와 그들의 인연이 다한 뒤에도 꾸준히 댄스 팀과 연락하며 지내다가, 문화 예술 분야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본격적으로 일조하고 싶어 오랫동안 함께해온 희화, 지연, 혜진이와 함게 ‘농 엔터테인먼트’인 핸드스피크를 창업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나요? 핸드스피크는 청각 장애를 가진 분들의 문화 활동 소외와 참여 기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수어 문화 예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오디션을 열어 농 아티스트들을 선발하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며, 그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애써요. 아티스트들이 즐거워야 그 감정이 전달되니까요. 결과물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얼마 전 공개한 ‘누가 죄인인가’ 수어 뮤직비디오가 반응이 아주 좋아요. 그리고 2년에 한 번씩 프랑스에서 열리는 전 세계 농예술 페스티벌에서 저희를 초청하며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습니다. 이벤트 관련 홈페이지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느낀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극단은 새로운 공연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 팀은 농 문화를 담아낼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죠. 자체 개발한 폰트와 굿즈도 곧 나올 거예요. 농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든 작품을 통해, 그간 문화 예술 교육 환경이 많이 부족했던 농인 청년들의 마음을 일깨우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무엇인가요? ‘진짜 농인을 위한 콘텐츠가 나왔다.’ ‘핸드스피크는 농인 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소름 끼친다.’ 이 말들이요.

 

@rewind2nature 김은정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환경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선순환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리와인드를 창업했다.

리와인드는 어떤 회사인가요?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친환경적 대안을 제안하는 회사입니다. 배달 음식점, 카페, 대형 축제 등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하는 곳이 있잖아요. 이런 곳을 위해 생분해가 가능한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거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환경 보전 시범 초등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은연중에 늘 자연을 생각하며 자란 것 같아요. 버려진 것에 캘리그래피로 가치를 더하는 캘리사이클링을 시작한 것도, 더 많은 사람들과 환경문제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대학원에서 그린 디자인을 전공하며 ‘테이크아웃 용품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면서 생분해 소재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어요. 단순히 자료만으로 논문을 쓰고 싶지 않고, 논문의 내용을 증명하고 싶기도 해서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리와인드와 생분해 테이크아웃 전문 브랜드 아이엠 그리너를 만들었고요.

어떤 분들이 주요 고객인가요? 생분해 제품은 플라스틱과 비교하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이윤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리와인드의 고객이 되어주셨습니다. 생분해 테이크아웃 컵을 사용하는 ‘그린 카페 맴버십’이 대표적이죠. 현재 전국의 카페 1백80여 곳이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는 앱을 개발해 그린 카페 맵 서비스와 앱 오더 등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밀짚으로 만든 도시락 용기는 서울의 대형 호텔 몇 군데에 납품하고 있고, 친환경 테이크아웃 용품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해요. 식음료를 시작으로 분야를 점점 더 넓혀 현재는 달걀 담는 용기 같은 생활용품을 개발하고 있고요.

컵을 판매하는 업체인데 텀블러 사용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친환경 소재로 대체해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자원이 생산되고 버려지는 것은 막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회용 컵을 판매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도어 행어를 제작해 브로슈어로 만들어 배포했어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에는 한계가 있으니, 저희 제품이 불가피한 경우에 대비한 친환경 대안이기를 바라면서요.

 

@honestflower.kr 김다인 컨설턴트로 일하다 꽃에 관심을 갖게 됐고, 꽃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던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어니스트플라워를 오픈했다.

어니스트플라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컨설턴트로 일하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취미로 꽃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2016년 결혼식이 끝나면 버려지는 꽃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비영리 프로젝트 플리(FLRY)를 하게 됐고요. 이후 꽃을 활용한 영리 사업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화훼 농가에 주목했고, 어니스트플라워를 오픈했습니다.

어니스트플라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생산자 입장에서는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꽃은 시장이나 수요의 변동에 따른 가격 폭이 엄청 큰데, 저희는 늘 일정 금액을 약속하거든요. 카네이션을 예로 들면 어버이날을 앞두고 값이 엄청 비싸졌다가 다음 날이면 폭락하는데, 어니스트플라워에서는 이런 걱정 없이 1년 내내 같은 값에 꽃을 팔 수 있는 거죠. 또, 꽃을 출하한 이후 어떻게 되는지 몰랐던 예전과 달리, 고객들의 피드백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포장된, 건강하고 싱싱한 꽃을 배송받는다는 장점이 있고요. 플로리스트가 아니라 생산자가 바로 꽃을 포장해 발송하기 때문에 가시와 잎이 그대로 달린 상태로 배송되는데, 이를 귀찮게 생각하는 고객도 있는 반면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분도 많아요.

화훼 농가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태안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을 다니며 농가를 섭외해요. 꽃도 생물인 터라 과일처럼 지역별로 편차가 있거든요. 농가 수가 많은 만큼 고객들이 원하는 꽃 종류의 70~80%는 소화하고 있다고 자부하기에 이제는 품목을 늘리는 대신 질을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여러 기후대의 지역을 아울러 꽃을 볼 수 있는 시기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어요. 목련을 예로 들면 남쪽에서 피기 시작해 2주 뒤면 충청도 지역에서 피기 시작하는데, 저희는 전국의 농가와 함께 일하니까 결국 소비자는 한 달 가까이 목련을 볼 수 있는 거죠.

소셜 벤처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아무리 좋은 뜻을 품었다고 하더라도, 뜻이나 사명감만으로는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고객을 움직일 수 없어요. 수익 모델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좋은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세요. 모두 힘내세요!

 

@282books 강미선 글쓰기로 우울증을 치료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예술로 치유하고 이를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는 282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282북스를 소개해주세요. 282북스는 사회적 소수자에 해당하는 그룹이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이나 공연등을 만듭니다. 꽤 인기가 있었던 <우리같이 행복하개>를 예로 들어볼게요. 사랑하는 반려동물 가족을 먼저 떠나보냈거나 곧 헤어져야 할 위기에 처해 죄책감, 상실감, 우울감 등으로 고통받는 펫로스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과 함께 만든 책인데, 같은 슬픔을 지닌 이들이 모여 애도의 시간을 갖고 각자의 상처를 시나 동화, 그림 등으로 풀어내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그때 나온 작품을 묶어 출판했죠.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20대 중반에 심한 우울증으로 1년 정도 집 밖에 나오지 못했어요. 할 수 있는 거라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뿐 이었죠. 매일 사소한 것부터 쓰다 보니 아파서 웅크리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와 같은 고통을 겪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며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을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고, 그 일이 이어져 282북스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282북스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소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다 보니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사람들의 이야기로 장사하려고 한다거나 몰라도 될 얘기를 굳이 꺼낸다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도 따갑고요. 편견과 혐오를 깨는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과 공감의 시선을 느끼며 힘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야기, 관심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거부감 없이 이끌어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암 어 모델’ 프로젝트요. 완치 이후에도 다양한 이유로 고통받는 암 투병 경험자들이 모여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전문 모델에게 워킹이나 포즈 취하는 방법을, 배우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을 배우면서요. 이분들과 화보를 촬영해 달력을 만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