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재택근무가 일상화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걸 변화시켰고, 일하는 방식 역시 급격히 달라지는 중이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의 90%는 재택근무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회상회의, 그룹 메신저, 파일 공유, 일정 관리 등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30% 이상의 회사가 재택근무를 위한 기업용 플랫폼을 도입할 전망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직원의 절반은 재택근무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서장의 승인이 있다면 풀타임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재택근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 주변 직장인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팀원에게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답답하다’, ‘집에서는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이제 다시 지옥 같은 출근길을 경험할 자신이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재택근무에 적응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다. 자, 슬기로운 재택근무를 위한 첫 단계는 무엇일까? 바로 내 몸에 맞는 의자를 준비하는 것이다.

 

사무실 의자가 그리워  

떠나봐야 안다. 내 주변에 당연하게 존재하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재택근무 후 가장 아쉬운 건 의외로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였다. 집에 있는 책상과 의자는 오래 앉아 일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늘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업무 집중도도 현저히 떨어진다. 사무실에서 당연하게 쓰던 프린터와 사무용 기기들도 마찬가지. 내 돈 주고 살 일 없던 문서를 철하기 위한 스테이플러 심과 포스트잇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 재택근무러 H의 사정

SOLUTION 나만의 홈 오피스 만들기 사무실 의자는 보통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아도 피로를 최소화하는 형태다. 특히 오래 앉아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재택근무를 위해 자신의 신체와 근무 방식에 적합한 책상과 의자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이미 이케아 모션 데스크와 듀오백 의자, 그리고 시디즈 의자에 대한 간증이 쏟아지고 있으며 32인치 모니터를 마련하는 것도 좋다. 32인치는 A4 용지를 1:1 비율로 2면까지 활짝 펼쳐 볼 수 있는 크기다. 그동안 노트북의 작은 화면을 보며 일하기가 답답했다면 추천한다. 집에 서재나 홈 오피스를 위한 여분의 방이 없어도 편안한 책상과 의자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무실과 비슷한 근무 환경을 갖추는 것은 재택근무의 첫걸음이자 필수 요소다.

 

도대체 연락이 안 돼

어느덧 팀장이 된 친구들은 말한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로 팀원들과 제때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하다고. 공유의 문제도 있다. 업무 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늘 애가 탄다. 나 역시 이 문제 때문에 팀원들 혹은 거래처와 소통하며 사무실에서 바로바로 일을 처리하던 때가 그리울 지경이다. – 재택근무러 P의 사정

SOLUTION 약속하기 팀 회의나 업무 공유를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자. 일주일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해 화상회의나 메신저 채팅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것. 팀원이라면 매일 간단히 일일 보고를 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보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재택근무로 인해 철저히 성과 위주로 인사 평가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일일 보고가 인사 평가의 자료로 쓰일 수 있으므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노동법에는 재택근무 역시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 조건은 ‘상시 통신이 가능한 경우’이며, ‘상시 통신’이란 이메일 등으로 사용자가 수시로 업무 지시를 하고, 근로자가 이에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근무시간에는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항상 대비해야 한다.

 

너무 편해서 문제

재택근무 후,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현저히 늘었다. SNS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늘고 온라인 쇼핑 횟수도 많아졌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상사의 눈치라도 봤지만, 나를 감시하는 누군가가 없으니 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휴대폰을 들게 되는 것이다. 편한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일할 때도 많다.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재택근무러 Y의 사정

SOLUTION 스스로 경계하기 재택근무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스스로가 자신의 감시자가 되는 것 또한 그중 하나. 자신이 정한 집중 근무 시간에는 휴대폰을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놓자. 업무 연락은 오직 메신저와 메일로만 한다. 홈 웨어를 입고 일을 하면 눕거나 엎드리는 등 편안한 자세를 취하게 되므로 재택근무를 할 때는 홈 웨어가 아닌 평상복을 택해 몸에 긴장감을 주어야 한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음악은 일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를 방해하는 집안일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이 되어 책상 앞에 앉을 때면 괜히 책상 서랍을 정리하고 허기를 채울 간식이 없는지 수시로 냉장고 문을 열곤 하지 않았나. 나의 재택근무를 방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집안일이다. 책상에 앉아 집 안을 둘러보다 느닷없이 빨래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나를 발견한다. 빨래와 설거지를 마치고 끼니까지 만들어 먹고 나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 재택근무러 K의 사정

SOLUTION 일과표 작성하기 항상 회사에서 일할 때와 비슷한 리듬을 유지하자. 이를 위해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 한 달 단위 등으로 현실적인 업무 계획표를 만들어 책상 근처 벽에 붙여두면 좋다. 근무 장소가 달라져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거나 도대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시간 관리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휴대폰 알람을 사용해도 좋다. 일정한 시간에 알람을 맞춰두고 그 시간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업무를 모두 마친 후에 저녁 시간을 충분히 즐기도록 하자.

 

출근만큼 힘든 아침

밤에 활발해지는 올빼미과에, 아침잠이 많은 나는 출근길이 늘 지옥 같았다. 그래서 온전히 잠을 깨기 위해 오전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였는데, 재택근무 후에는 아침에 전화를 받는 일이 잦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전에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 재택근무러 C의 사정

SOLUTION 집중 근무 시간 정하기 실제로 오전 9시 무렵부터 점심시간 전까지는 하루 중 머리가 가장 맑은 때라 근무에 집중하기에 적합하다. 이때는 전화나 메신저를 이용해서 일을 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것 외에 온전히 자신의 일에 몰두해야 하는 업무를 하는 것이 좋다. 급박한 업무 연락을 제외하고 타인과의 소통은 오후에 하는 등 자신만의 근무 룰을 만들어볼 것. 다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파악하는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점심시간 즈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일을 시작해도 좋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집중 근무시간을 만들고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오히려 건강을 잃은 이유

집에서 일을 하면 건강을 되찾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집에 앉아 보내면서 오히려 건강을 잃은 느낌이 든다. 출퇴근 시간이 내가 하루 중 몸을 움직이는 유일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게다가 업무가 바쁠 때면 식사 준비 시간을 줄인다는 핑계로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다 보니 건강한 음식을 먹어본 지 너무 오래됐다. – 재택근무러 L의 사정 

SOLUTION 움직이기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점심시간, 미팅 등으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할 때는 일을 하다 불쑥 밖으로 나가기가 생각보다 귀찮고 어렵다. 따라서 집 앞 공원을 산책하거나 바깥 공기를 쐬는 시간을 스케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조차 어렵다면 잠시라도 폼롤러를 이용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등 ‘홈트’를 해도 좋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것 또한 더 이상 인생의 옵션이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