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 퍼플

스타일리스트 김보라와 2017년 5월생 골든레트리버.
퍼플이는 6남매 중 첫째였다. 서로 이름이 같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가족이 되었다.
자기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만나면 옷 소매를 물고 늘어진다.
퍼플이는 늘 스카프를 하고 다니는데, 자기만의 옷장이 있을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건 수영과 간식.

 

우리의 첫 만남 인절미 같은 아기 강아지 여섯 마리가 좁은 곳에 모여 자고 있었다.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은 아주 작은 아기들이라 눈으로만 봤지만 보기만 해도 보드랍고 따뜻했다. 처음에는 배변 훈련도 이갈이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지식을 공부해가면서 나름대로 규칙을 세웠다. 퍼플이 혼자 4시간 이상 두지 않기, 시간 날 때마다 함께 산책하기. 이갈이를 하는 동안에는 유독 나를 많이 깨물었다. 하루는 너무 서운해서 울어버린 기억도 있다.

가장 행복한 순간 퍼플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예쁘고, 매일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퍼플이에게 ‘너도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데, 몇 년 전 제주도 여행 때 오름에 올라 제주도를 바라보는 퍼플이를 보고 아마 우리가 같은 마음일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 골든레트리버종은 유독 고관절이 약하다. 불안한 마음에 생후 4개월 때쯤 검사를 받았는데, 고관절이형성증이 의심되어 성장기 전에만 할 수 있는 JPS 시술을 받았다. 대형견에게 고관절 탈구는 크나큰 고통이기 때문에 아주 걱정이 많았던 때다. 시술 후 매월 검사를 받았고, 세 살이 된 지금은 아주 건강하다.

삶의 변화 산책을 자주 하게 된 것. 퍼플이 뿐만아니라 다른 강아지들도 전부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구가 인간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는 중이다. 주변에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할 때 자주 데리고 다닐 수 있어 참 좋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퍼플이는 사진에 게스트로 자주 등장한다. 포토그래퍼인 남편의 스튜디오 이름은 리트리버 클럽이고, 내 스튜디오 이름은 리트리버 클럽의 약자인 RCRC다. 최근 비바 스튜디오와 리트리버 클럽 컬렉션을 론칭했을 정도로 퍼플이가 우리 부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버킷 리스트 토미치 하이랜드, 골든레트리버 축제에 참여하기.

바라는 동물 복지 입양 자격증 제도 도입하기. 독일의 동물보호법 제1조 제1항에는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독일에 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필기와 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쇼윈도에 진열된 강아지를 물건 고르듯 살 수 있는 숍이 많다. 그런 방식으로 생명이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

입양을 앞둔 당신에게 TV 광고나 외국 영화를 보고 대형견에 로망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순한 성격과 어린 시절의 모습만 보고 덜컥 입양했던 사람들이 7~8개월된 레트리버를 파양하거나 버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사실 퍼플이도 두 살 때까지 천방지축이었다. 한 살 때까지는 에너지가 말도 못 하게 왕성하고, 덩치가 큰 만큼 비용도 꽤 많이 드는 편이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명력 있는 존재의 반려인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고민해보길 바란다.

 

이수경 ♥ 이장군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수경과 아홉 살 골든레트리버 이장군.
건강하게 크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처음 가보는 산을 좋아하고
산에서 나는 야생동물들의 냄새를 맡으며 추적하곤 한다.
장군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유럽 백패킹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기 <유럽, 우리 함께 오길 잘했다>를 썼다.

 

우리의 첫 만남 장군이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친언니가 데려온 강아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진돗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4년 만에 새로운 가족으로 맞았다.

장군이와 여행 계획 여느 대한민국 고등학생처럼 답답한 생활을 하던 나는, 작은 마당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혼자 보내는 장군이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내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난 늦은 밤 뿐. 그때 소원은 장군이와 마음껏 산책하는 것이었는데, 그 소원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실현됐다. 대학 입학 전까지 3개월간 매일 15~20킬로미터를 걸어 다녔으니까. 대학생이 된 후에는 일주일간 제주도 올레길을 함께 걸었다. 그게 우리의 첫 여행이었고, 그곳에서 동네를 산책할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깊이 교감할 수 있었다. 이후 항상 장군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등산, 카약, 백패킹 등을 시작했다. 사실 해외여행은 장군이가 나랑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할 10년 후에나 가능한 미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냥 우리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럽으로 떠나게 됐다.

6주간의 유럽 여행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의 국경을 넘나드는 1백70킬로미터 투르 드 몽블랑(몽블랑 둘레길)부터 알프스산맥에서도 천혜의 자연으로 이름난 이탈리아 돌로미티케, 스위스 3대 미봉 중 하나인 마터호른 등 알프스의 산들을 트레킹했다. 장군이가 오를 수 없는 곳을 만나면 장군이를 뒤에서 받쳐 들며 올랐다. 반려동물과 함께 가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일단 가까운 곳이라도 도전해보라. 분명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 많을 테지만, 그 자체가 내 반려동물을 더 깊게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면 더 긴 여행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반려견 동반 펜션 운동장에 반려견을 풀어놓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바다에 가서 함께 모래사장 위를 달리고, 둘레길이나 산길도 같이 걸어보면서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 이탈리아 돌로미티케는 최고의 산군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곳에 먼저 가보고 스위스에 가니 스위스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장군이가 돌로미티케의 산군에서 마음껏 달리고 냄새를 맡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가장 힘들었던 곳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워낙 사람이 많은 관광지인 데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수상 도시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치이며 걸어야 해서 여행하는 내내 장군이에게 많이 미안했다.

나에게 장군이는 삶에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존재. 매일 같이 산책을 나가고 장군이를 닦이고 먹이면서 게으른 내가 부지런해 졌다. 장군이가 없었다면 스무 살에 혼자 올레길을 걸으려 하지 않았을 테니,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해준 존재이기도 하다. 또래 친구들과 달리 산이나 바다 등 자연을 가까이하고, 여행하는 동안 다양한 세상을 만나며 견문도 넓어졌다. 학교를 졸업한 지 반년이 됐는데 장군이와 함께하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입사 대신 장군이와 여행을 다니며 책을 쓰고 여행 영상을 만드는 등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장군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만족한다.

반려 생활의 모토 장군이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 장군이 나이가 많아지니 우울한 생각이 많이 들고, 어린 반려견과 반려인을 보면 질투를 느낄 때도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함께한 시간보다 길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누구보다 열렬하게 서로에게 충실했다. 훗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장군이와 끊임없이 추억을 쌓고 사랑할 거다. 그러기 위해 장군이는 3개월마다 건강검진을 받고, 많은 영양제를 먹고, 겨울에도 수영을 하러 간다.

버킷 리스트 이제껏 그래왔듯 장군이와 계속 걷고 싶다. 지금까지는 매일 20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었지만, 장군이 나이가 더 들고 걷는 게 힘들어져서 하루에 5킬로미터를 걷게 되더라도 천천히 장군이의 보폭에 맞춰 함께 걸어나갈 것이다.

 

최화신 ♥ 마무

타투이스트 최화신과 여섯 살짜리 고양이 마무.
마무는 여러 종이 섞인 고양이다.
체형은 브리티시 쇼트헤어에 가깝고 귀는 스코티시폴드,
코트 색과 성격은 러시안블루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창전동 공동 작업실에서 일하던 시절,
윤예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들어준 마무 박스를 좋아한다.
때로는 이케아 가방 안에 들어가거나 딱딱한 책을 베개 삼아 잠을 잔다.
반려인인 최화신의 머리카락에만 꾹꾹이를 하는 버릇이 있다.

 

우리의 첫 만남 처음에는 사진으로 만났고, 반려 생활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데려왔다. 마무는 대가족이 사는 집의 고양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집에서 지인이 고양이 자매 두 마리를 데려왔고 1년 뒤에는 내가 셋째인 마무를 데려왔다.

가장 행복한 순간 마무가 잘 먹고 잘 자며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 조금은 나를 내려놓고 대충 살고 싶을 때도 마무를 보면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 최근 마무가 사고를 당했다. 아픈 모습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대체로 함께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많이 부족한 반려인은 아닐까 늘 걱정한다.

삶의 변화 마무는 네모 모양의 넓적한 물건, 이를테면 책이나 종이를 깔고 앉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패드 같은 물건은 절대 집에 들일 수 없다. 수작업으로 페인팅을 할 때도 주의하는 편이다. 늘 주변이 깔끔한지 정리 정돈을 신경 쓰게 된다. 마무와 함께 지낸 후,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존경스럽다.

나에게 마무는 영원한 친구이자 내가 끝까지 돌봐줘야 하는 동생.

반려 생활의 모토 마무의 기본 루틴 지켜주기. 마무도 내가 자고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깨고 잔다. 프리랜서 생활로 밤낮이 바뀔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규칙적으로 산다.

키우면서 알게 된 반려 지식 고양이와 함께 두면 안 되는 식물이나 위험한 음식들, 에센셜 오일이나 향료 종류를 줄줄 외우게 됐다.

버킷 리스트 마당이 있고 채광 좋은 적당한 크기의 집에 정착해 마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바라는 동물 복지 정규 교육과정에서 동물과 공존하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으면.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강력히 처벌하고 다른 나라처럼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길고양이와 길강아지의 쉼터도 골목마다 있었으면 좋겠다.

 

안진양 ♥ 영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누누숨과
편집숍 철수마켓을 운영하는
안진양과 겁 많은 두 살 추정 혼혈견 영이.
언제나 건강하라고 붙여준 이름이다.
영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집 뒷산의 잔디 공원이고,
가장 좋아하는 건 외출했던 내가 돌아오는 시간과 간식.

 

우리의 첫 만남 영이는 올해 3월에 처음 만났다. 사실 영이를 만나기 전, 반려견 철수가 세상을 떠나 매일 아무것도 못하고 울기만 했는데 철수와 닮은 영이의 입양 공고를 본 많은 사람들이 내게 연락해줬다. 사진 속 영이는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르고, 겁에 질린 눈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사람들의 말대로 철수를 처음 입양할 때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입양 그후 영이는 내가 데려온 후 갑자기 밥을 먹지 않았다. 병원에 데려가니 파보 장염에 걸렸다고 했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성 질병이라 절망적이었다. 애니멀 호더에게서 구조해 이제 조금 행복해지려는데 이렇게 아프다니… 다행히 영이는 병을 이겨내고 퇴원했다. 완치 판정을 받았을 때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가장 행복한 순간 영이는 오랜 시간 갇혀 지내 처음에는 산책을 하러 나가면 한 걸음도 걷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서 덜덜 떨기만 했다. 자동차, 자전거 심지어는 나무가 흔들리는 것도 무서워했다. 지금은 세상이 즐겁고 행복한 곳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듯해 뿌듯하다. 걷지도 못하던 영이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변화 산책. 철수와 영이 덕분에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매일 온몸으로 느낀다. 직업의 변화도 있다. 마케팅 업무를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철수와 영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것을 입히고 싶어 직접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다. 혼혈견을 키우며 품종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세상에 하나뿐인 매력적인 외모의 아이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혼혈견은 유전적으로도 건강할 확률이 높다.

나에게 영이는 가족이자 친구. 가족만큼 소중하면서도 함께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존재.

반려 생활의 모토 매일매일 행복한 산책 선물해주기, 가끔은 멋진 풍경 속 산책도.

키우면서 알게 된 반려 지식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할 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배변 훈련, 산책 매너 등을 처음부터 잘 지키는 반려동물은 드물다. 인내와 사랑의 마음으로 충분히 관찰하며 변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합을 맞추고 교감하는 과정은 늘 소중하다.

버킷 리스트 세상이 안전해지면 바닷가를 좋아하는 영이와 하와이 여행 떠나기.

바라는 동물 복지 동물을 대하는 데 대한 엄격한 기준과 처벌이 생겼으면. 그렇게 되면 학대로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강아지, 고양이 공장 문제나 식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소현 ♥ 오이묘

오이뮤(OIMU) 대표 신소현과 네 살 턱시도 고양이 오이묘.
오이뮤의 마스코트이며, 지나가는 사람의 발을 걸거나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다.
오이묘는 신소현 대표 부부의 시야 안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곤 한다.
오이묘와 닮은 오이묘 동생, 올 블랙 고양이 오동이와
코에 점이 있는 얼룩무늬 고양이 코점이도 함께 산다.

 

우리의 첫 만남 모두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오이묘는 세상에 나온 지 2주도 안 된 새끼 고양이였고, 온몸이 피부병으로 뒤덮인 채 어미에게 버림받아 울고 있었다. 오동이는 길에서 밥을 주던 어미 고양이가 낳은 새끼인데, 어미에게서 독립한 뒤 내가 밥을 챙겨주면서 인연이 되었다. 코점이는 어느 날 갑자기 길에 나타났다. 동네 빵집에 붙은 입양 홍보 전단지를 보고 입양됐다가 파양과 유기를 동시에 경험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챙겨주게 됐다.

입양 그후 새끼였던 오이묘는 수월하게 실내 생활에 적응했지만 전신에 퍼진 피부병 때문에 반년 넘게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아주 건강한 고양이가 되었다. 오동이와 코점이는 길 위에서 누리던 자유로운 생활이 그리웠는지 실내 생활에 적응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 물론 지금은 집을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고양이들이 되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아침이 되면 동물들은 당신을 찾아와서 애정을 표시한다. 동물들의 하루 일과는 이러한 사랑과 신뢰의 실천으로 시작된다. 적어도 넘쳐나는 애정을 표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에 나오는 대목이다. 매일 내가 우리 고양이들의 환대와 사랑을 받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 코점이는 과거에 학대당한 기억이 있는지 아직도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으면 눈을 질끈 감거나 자다가 소리를 지르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길에서 만나 함께 산 지 3년이 되었지만, 완전히 마음을 열고 지내는 것 같지 않아 속상하다. 하지만 조금씩 신뢰를 쌓으며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삶의 변화 길에 사는 고양이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게 됐다. 운 좋은 고양이는 좋은 집사를 만나 편히 살아가고, 집사를 만나지 못한 고양이는 길 위에서 하루하루 굶주림과 변덕스러운 날씨를 견디며 살아간다. 언제든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먹이려고 가방에 사료 한 봉지와 간식 정도는 꼭 가지고 다닌다. 다음 달에 이사할 계획인데, 이사 갈 집을 고를 때 고양이가 밖을 구경하기 좋은 창문이 많은지를 살펴봤고, 인테리어를 계획할 때는 고양이가 놀기 좋은 동선이나 구조물을 고려했다. 다른 종류의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습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삶에서 존재감이 크다 보니 업무상 영감의 대상이 되기도 해서 제품 디자인에 고양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반려 생활의 모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개는 개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본성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한때 화장실 변기에 볼일을 보는 오이묘를 ‘폭풍 칭찬’하곤 했는데,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고양이의 본성을 버리도록 교육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껴 바로 모래 화장실을 설치해주었다. 그 이후로 오이묘는 배변에 한층 더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키우면서 알게 된 반려 지식 고양이 영양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고양이라는 종의 소화 흡수 능력, 필요한 영양소 등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다. 사료만 주다가 생고기와 영양제를 배합해 갈아주기도 하고 본연의 식성에 따라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버킷 리스트 언젠가 우리보다 먼저 떠날 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가족사진 찍기. 그리고 사는 동안 아프지 않았으면.

바라는 동물 복지 동물의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져야 할 것 같다. 동물을 소유물처럼 취급하거나 무책임하게 입양하고 파양하는 일에 대해서도 개인과 사회 모두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펫숍에서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유기 동물을 관리하고 입양하는 시스템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관심 채널 ‘포인핸드’라는 유기 동물 앱을 통해 발견한 유기 동물을 등록한 적이 있고, 목격하고 제보를 한 적도 있다. 어미 고양이의 요청으로 파이프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구조해 키우는 유튜버 ‘매탈남’의 채널도 즐겨 본다.

입양을 앞둔 당신에게 동물을 살 생각을 하지 말고 산중하게 고민해 15~20년간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입양해야 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하며, 병들었을 때 즉시 치료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부분까지 고려할 것. 유대감을 쌓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려 동물이 나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볼 때 이 모든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깝쭈기 ♥ 순심이

마케터인 변미연과 두 마리의 푸들.
첫째인 깝쭈기는 고집이 세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알고 보면 겁 많고 순한 강아지.
처음으로 입양한 반려견이라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둘째 순심이는 내 껌딱지.
잔디를 좋아해서 잔디밭에 가면 늘 꼬리가 하늘로 솟는다.
주말이면 순심이와 여행을 떠나는데,
최근에는 그 이야기를 엮어
<강아지와 둘이서주말 여행>이라는 책을 냈다.

 

우리의 첫 만남 순심이는 동네 동물병원에 사는 푸들이 낳은 강아지였다. 매일 지나는 길에 자주 보다 보니 정이 들어 우리 집으로 입양했다. 순심이가 나중에 와서 다견 가정이 되었는데, 깝쭈기가 질투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보고 있다.

순심이와 여행 계획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함께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환경에 놓이면서 순심이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물을 싫어하고 분리불안이 심하며 주로 차 안에서만 물을 마신다는 걸 알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제주도. 둘이 함께 간 첫 여행지이기도 하지만, 반려견과 여행하기 좋은 최고의 지방이라고 생각한다. 산책하기 좋은 오름과 넓은 초원, 낮은 지붕과 잔디 마당이 있는 숙소, 반려견을 환영해주는 가게들까지, 순심이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식당을 찾기가 조금 어려웠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무엇보다 일정을 무리하지 않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의 상태나 성격을 고려해 여행지를 선정하고, 여유로운 일정으로 여행할 것. 물론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차산 같은 곳이 있다. 최근 펫츠고(@petsgotravle)라는 반려견 동반 여행사와 함께 ‘반려견과 함께 아차산 오르고 인생샷 찍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신의 반려견과 단 한 번도 산에 오른 적 없는 반려인들이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삶의 변화 어릴 때 개를 무서워했지만 깝쭈기를 입양한 후 모든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동물 학대 사건에 매우 분노하게 됐고, 동물원, 아쿠아리움, 말 타기, 서커스 등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씩 반려견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사소한 일에도 큰 행복을 느끼게 한다. 매일 반려견이 밥 먹는 소리를 유심히 듣기도 하고, 매일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반려견과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긴다.

나에게 깝쭈기와 순심이는 0순위.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버킷 리스트 1월부터 노견과 아픈 반려견을 위해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반려인에게 한 장의 사진으로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언젠가는 유기견 보호소 아이들의 입양 인식 개선을 위해 사진을 찍어줄 생각이다. 관심 채널 삼청동 카페 ‘슬로우포레스트’와 유기견 구조 단체 ‘꽃길만걷기해줄개’가 매달 유기견 입양제를 진행하고 있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입양을 앞둔 당신에게 강아지의 잘못된 습관은 전부 반려인의 잘못에서 시작된다. 반려견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반려 생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