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리소의 세계관은 패션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다. “패션은 내가 아니라 우리에 관한 것이다. 모델이 아니라 인간이다. 장소가 아니라 세계다.” 이번 시즌 컨셉트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는 ‘마르니페스토’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세계 각국의 모델과 일반인 약 40명이 마르니의 새 컬렉션을 입고 각자 사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삶 속의 마르니, 아니 일상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디자이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게 귓전을 울렸다. 자유, 평범한 일상,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 말이다. 영상 마지막엔 모델이 되어준 이들이 각자 사는 도시의 길거리를 자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담아 잠시 런웨이가 연상되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마르니 아카이브에서 채집한 옷을 해체하고 재조합하거나 그 위에 그림이나 메시지를 담아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과거에서 왔지만 충분히 미래적이고,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