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우정욱 @superpan_wjw

우정욱 @superpan_wjw 10여 년간 서울 대치동과 이촌동에서 가정식 요리를 가르치며 전설로 자리 잡은 일명 ‘대치동 요리 선생’. 이촌동에 수퍼판을 오픈하고 누구나 좋아할 한식을 선보이다 지난해 가을 압구정으로 터를 옮긴 뒤 더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가을, 요식업계가 난항을 겪던 그때도 예약이 꽉 차서 쉽게 가지 못했던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이촌동에서 압구정으로 이전한 ‘수퍼판’이다. 서리태 마스카포네, 시래기 리소토 등 흔한 재료로 특별하게 만든 한식을 선보이는 이곳의 오너 셰프 우정욱을 만났다.

“외할머니가 요리를 즐겨 하셨어요. 외삼촌을 위해 늘 너비아니를 구워 찬합에 넣어두시고, 북어 보푸라기를 만들곤 하셨죠. 어머니도 요리를 잘하고 자주 하셨고요. 딸 셋에 아들 하나를 키우셨는데, 지금처럼 떡볶이가 유명하지 않던 시절부터 우리 생일이면 늘 궁중떡볶이를 해주셨어요. 제가 스물아홉 살 때까지요. 그게 참 맛었어요.” 요리를 잘하는 두 분을 보고 자란 때문인지 그녀는 언젠가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요리를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봉사활동을 할 때도 음식은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다고 한다. 홀아버지를 모시는 외아들과 결혼한 뒤에도 그녀의 요리는 계속됐다. 입맛이 까다로워 담백하면서도 맛있는 음식만 찾으시는 시아버지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며 요리 솜씨가 일취월장했다고 한다. 가족 모임이 잦은 가풍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왔다. 3명의 셰프와 함께 <맛있는 우리집 초대요리>를 쓰게 된 것. 당시는 가정식 요리를 자세하게 알려주는 요리책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그녀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전설의 대치동 요리 선생’의 시작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요리 클래스는 ‘폼나는 쉬운 요리’를 알려준다고 소문이 나며 널리 알려졌고, 부잣집 며느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명성을 더해갔다. 이촌동으로 터를 옮긴 뒤에도 꾸준히 클래스를 이어오던 그녀에게 또다시 찾아온 기회는 컨설팅. 도곡동의 카페를 비롯해 몇몇 음식점의 컨설팅을 했지만, 그녀가 없는 동안 음식 맛이 변하거나 처음 정한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그녀에겐 아쉬움이 많이 남은 도전이었다.

“컨설팅을 하는 한편 1년 동안 큰 카페의 주방을 맡아 운영한 적도 있어요. 그 이후엔 몹시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건축가로 일하던 남편이 퇴직하며 마지막으로 동네에 조그맣게 음식점을 내보면 어떠냐고 권했어요. 그렇게 동네에 작게 시작한 것이 수퍼판이에요.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한 기운을 얻는기쁜 장소가 되라는 뜻으로 음식점 상호에 ‘판’을 넣어 ‘수퍼판’ 이라고 지었죠.” 동네 주민뿐 아니라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수퍼판은 6년 뒤 압구정으로 이전했다.

 

이촌동에 이어 새로 문을 연 수퍼판의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는 모두 남편의 솜씨. 벽을 장식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했더니, 선물받은 것도 있지만 상당수가 남편의 컬렉션이라고 한다. 남다른 빼어난 심미안은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부부는 취향은 서로 다를지언정 둘 다 미술 작품 감상을 즐긴다. “잠깐 회사를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퇴사하며 받은 퇴직금으로 결혼 후 바로 그림을 샀어요. 김영주 화백의 판화였죠. 이후 짬 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전시회를 보러 다니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수집했어요. 요리를 배우러 집에 오시는 분들도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수퍼판의 재정을 담당하며 매일 함께 일하는 남편과 다툴 때도 있지만, 그가 있어 음식점을 계속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우정욱. 그렇다면 든든한 지원군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음식은 뭘까? “다 잘 먹긴 하는데 떡국을 특히 좋아해요. 멸치 육수에 업진살을 넣어 끓이는데, 맛이 특별하다고 좋아하시는 분이 꽤 많아요. 이촌동 수퍼판을 폐점하기 3일 전부터 단골들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코스 요리를 선보였는데, 그때도 마지막에 떡국을 냈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잔치 기분을 내고 싶었거든요.”

그녀에게 요리는 곧 사람들과 맺는 관계다. 누구랑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떻게 나눠 먹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쉬 는 일요일에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을 보면 음식이 그녀에게 주는 기쁨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인 듯하다. “음식을 하면서 늘 하는 생각이 있어요. 손님들이 제 음식을 먹고 힘을 얻어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그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가진 이 능력을 잘 활용해서 세상과 나눠야 한다고 다짐하며 힘을 얻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내놓는 우정욱 셰프. 그녀의 음식이 유독 따뜻하게 여겨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정욱 셰프가 추천하는 설날 요리

우정욱 셰프 레시피 포테이토 전복초 설날 음식 추천

포테이토 전복초

◆재료◆
전복초: 전복 4마리, 화이트 와인 1큰술,
소고기 아롱사태 100g, 양파 1/4개, 대파 약간
조림장: 간장 2+1/2큰술, 설탕 2큰술, 매실청 1작은술,
다진 마늘 1/2 작은술, 참기름 1/3 작은술, 꿀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고명: 다진 잣 2큰술,
매시트포테이토: 감자 500g, 우유 2컵, 생크림 1/2컵,
소금 1큰술, 설탕 1큰술, 버터 1큰술

1. 냄비에 전복과 물, 화이트 와인을 넣고 30분간 끓인다.
전복을 건져 껍데기를 떼어내고 이빨을 제거한다.
내장을 분리한 전복 살을 깨끗이 씻어 큼직하게 저며둔다.

2. 물에 양파 1/4개와 대파를 넣고 끓인다. 끓으면
아롱사태를 넣고 30분간 삶은 뒤 10분간 뜸을 들인다.
삶은 고기를 얇게 저민다.

3. 팬에 조림장 재료를 넣고 끓인다.
끓으면 전복과 저민 아롱사태, 전복 내장을 넣고
조림장을 끼얹으며 윤기가 날 때까지 조린다.

4. 껍질을 벗겨 얇게 썬 감자를 참기름,
버터 1큰술에 볶다가 우유를 넣어 10분 이상 끓인다.
여기에 생크림과 설탕을 넣어 한소끔 끓인 후 믹서에 간다.

5. 접시에 매시트포테이토를 깔고
전복초를 올린 뒤 잣을 뿌려 장식한다.

우정욱 셰프 레시피 설날 음식 추천 토마토 김치 리조토 리소토

토마토 김치 리소토(2인 기준)

재료
홀 토마토 1컵, 잘 익은 김치 썰어서 1컵,
애호박 100g, 다진 양파 3큰술, 리소토용 쌀
120g, 마늘 2쪽, 치킨 스톡 2컵, 버터 2큰술, 오징어
1/3마리, 타임 조금, 그라노파다노 치즈 넉넉히

1. 홀 토마토를 으깬다. 기름에 마늘을 볶다가
으깬 토마토와 허브(있을 경우)를 넣고
2분간 끓인 뒤 불린 쌀을 함께 볶는다.

2. 여기에 양파, 호박, 김치를 넣고 볶다가
치킨 스톡을 조금씩 부어가며 약한 불에 끓인다.

3. 밥알이 씹힐 정도로 익으면 버터를 넣고 불을 끈다.

4. 오징어는 소금, 후추, 타임(있을 경우)에 재워둔다.
프라이팬에 버터와 기름을 약간 넣은 뒤 센 불에
오징어를 구워낸다. 동그랗게 썰어 리소토 위에
올리고 국물을 붓는다.

5. 치즈를 그리에이터에 갈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