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딸 파리 로즈 폼퐁 오 드 뚜왈렛 살랑이는 봄바람과 함께 당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줄, 구딸 파리의 대표 로즈 향수. 로제 샴페인을 마시는 듯 맑고 프레시한 로즈 향에 상큼한 베리의 터치로, 짜릿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마음까지 설레게 해 줄 것이다. 50ml, 15만8천원.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 장미. 검붉은 빛을 띠는 빨간 장미부터 연한 분홍빛 장미, 흰 장미, 노란 장미, 오묘한 보랏빛 장미까지, 빛깔에 상관없이 장미는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꽃이다. 사랑과 순결, 쾌락과 순수, 욕망과 열정 등 상반된 감각적 상징을 차치하더라도 짙은 향과 고혹적인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문화적,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비너스가 흘린 눈물에서 생겨났다거나, 비너스가 바다 거품에서 태어날 때 여신들이 축하 선물로 준 꽃이라는 신화가 더해지면서 장미의 의미와 상징성은 점점 깊이를 더해갔다. 이후 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장미는 장미 꽃잎 목욕, 장미 베개, 장미 팩 등 치료나 미용 목적으로 널리 쓰인다. 실용적 가치와 미적 매력을 발산하는 장미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인 동시에 가장 고통받는 꽃이었다. 특히 조향사들에게 장미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간절히 정복하고 싶지만 정복할 수 없는 대상! 물론 어떤 자연의 산물도 인간의 힘으로 완벽하게 재연할 수 없고 완전하게 이용할 수 없겠지만, 장미는 단순한 꽃이 아니다. 조향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파우더리한 느낌을 살리는지, 동물적인 뉘앙스를 더하는지, 혹은 어떤 과일이나 꽃을 함께 담는지에 따라서 장미의 향은 수천 가지 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미 향수를 만드는 건 무척 까다로운 일이다. 익숙한 만큼 더 많이 시도해야 하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더 깊이 고심해야 할 테니까.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그래서 형언할 수 없는 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점 또한 장미의 매력이다. 게다가 장미는 그 종류만 해도 1만 종이 넘는 만큼 에센셜 오일의 향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장미는 배합하는 원료에 따라 그 향이 무궁무진하게 변화한다.
일단 장미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장미가 가진 센슈얼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플로럴 베이스를 강조한 장미 향수는 로맨틱한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장미 향은 프루티 계열 중에서도 베리류와 특히 잘 어울리고, 복숭아나 서양배 향과 어우러지면 좀 더 은은하면서 달콤한 향이 오래 지속된다. 반면 장미 베이스에 파촐리나 머스크가 조화를 이룬 향수는 비 오는 날 장미 향과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허브 냄새가 날 것이다. 이런 향수는 향이 좀 더 짙고 깊으며 오래가기에 피부에 직접 뿌리기보다는 주변 공기 중에 뿌리는 편이 휠씬 좋다.
구딸 파리 역시 장미를 향한 사랑을 담아 독특한 장미 향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장미 생화의 진한 향을 고스란히 재현한 로즈 압솔뤼, 서양배와 복숭아의 달콤하면서 청량한 느낌을 강조한 쁘띠뜨 쉐리, 터키산 로즈와 과일 향으로 시작해 쌉싸름하면서도 짭조름한 물 냄새와 흙냄새로 마무리되는 미묘한 향의 스 수와 우 자메, 페퍼의 스파이시한 첫 향이 독특한 로즈 스플랑디드, 베리류의 과일 향을 더해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로즈 폼퐁까지, 총 다섯 가지 장미 향수를 선보이며 장미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 중 올봄 주목할 향수는 여리고 부드러우면서 싱그러운 느낌의 로즈 폼퐁. 로즈 폼퐁에는 라즈베리와 블랙커런트가 들어 있어 마치 스파클링 로제 와인을 마시는 듯 기분 좋은 청량감과 달콤함에 취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장미 향이 점점 더 짙게 피어오르는데 베리 과즙의 상큼한 향 또한 더욱 짙어지면서 싱그러운 느낌이 극대화된다. 사실 장미는 단순하게 묘사할 수 없다. 원료의 종류 뿐 아니라 뿌리는 방법에 따라서도 느낌이 확 달라진다. 머스크 향 바디 크림을 바르고 뿌리면 관능적이고, 라임이나 레몬 같은 시트러스 계열 바디 크림을 바르고 뿌리면 싱그럽고 시원한 느낌이 돋보인다. 향은 그저 당신의 분위기와 인상을 완성하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인상은 그 향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