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름다운 것이 그러하듯 가을은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요.
빠르게 저무는 가을을 붙잡고 싶은 사람,
쓸쓸함에 잠 못 이루는 이들에게 영화 ‘만추’를 추천합니다.

세기의 연인을 탄생시킨 낭만적인 작품이건만 영화 속 정서는 암담하고 불안합니다.
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정당방위로 살해한 혐의로 7년째 수감되어 있는 애나를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되죠.
애나는 어머니와의 사별로 3일간 특별 출소를 하게 됩니다.
수시로 감시 전화가 걸려오고, 가족들은 애나를 불편해 합니다.
화려하게 치장해 기분을 내보지만 부질없습니다.
이런 애나에게 한국인 남성 훈(현빈)이 버스비를 빌리면서 인연이 시작됩니다.
같이 먹고 걸으며 서로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

훈의 천진한 에스코트에 애나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오를 무렵,
두 사람은 이별을 마주합니다. 애나가 출소하는 2년 뒤 카페에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2년 후, 애나는 카페에서 훈을 기다립니다.
기대와 두려움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돌아보는 애나.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까요?

가을이라는 단어와 탕웨이의 트렌치 코트와 머플러,
업스타일 헤어를 동시에 떠올리는 사람은 에디터만이 아닐테죠.
애나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데서 오는 것 같아요.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에 소박한 메이크업은
애나의 초점 없는 눈동자를 고혹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절망으로 그늘진 눈매, 무기력한 손길로 고정했을 머리카락,
오랫동안 입어 구겨진 듯한 트렌치코트, 질끈 동여맨 카키색 머플러까지.
애나는 힘없이 바닥으로 지는 아름다운 낙엽 그 자체 같죠.
이런 애나의 스타일을 따라잡으려면 생각보다 치밀해야 합니다.
회갈색 아이섀도를 눈두덩과 언더라인에 칠해 퇴폐적이고
깊은 눈매를 만들고 눈썹은 헤어 컬러와 같은 색의 펜슬로 풍성하게 표현해주세요.
전날 고데기로 웨이브를 만들어놓고 자면 다음날 자연스럽게
부스스한 로우 업스타일을 쉽게 연출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나서 훈처럼 가을색 코트를 입은 남성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만나러 가면 됩니다.
어제부터 부지런 떨며 만반의 준비를 한 건 우리끼리 비밀로 해요.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왜 이렇게 변한 건가요?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뻔뻔한 여자로군. 기억하는 건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사실뿐…”
“그래요. 난 뻔뻔해요. 하지만 날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에요. 당신이 말했지요. 돌아오라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아니, 했어요. 당신의 눈빛이, 당신의 손길이 내게 돌아오라고 했어요.
꼭 말로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만추> 中 애나와 훈의 대사

 

맥(M.A.C) 아이섀도우 #웨지 1.5g,
2만8천원.

힌스(HINCE) 시그니처 브로우 #그레이브라운 0.2g,
2만원.

샤넬(CHANEL) 루쥬 알뤼르 잉크 퓨전 립스틱
#802 베쥬 나뛰렐 6ml,
4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