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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즌마다 열리는 컬렉션 쇼도, 아이돌 콘서트도, 대규모 전시도 현장에 가지 않고 휴대폰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흥은 덜 나지만 편해서 나름 이점이 있는 터라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Indio)의 사막지대 코첼라 밸리에서 무려 3년 만에 재개된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을 향한 열기는 ‘그동안 휴대폰 속 공연을 보는 게 괜찮지만은 않았구나’ 라는 걸 실감하게 한다. 가벼운 몸의 부딪음,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잔디 위 거친 숨소리와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 같은 공간에 모여 다 같이 공연을 보고 즐기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던가!

축제가 부재하는 동안 코첼라 페스티벌을 즐기는 패션 또한 달라졌다. 지난날 대세였던 프린지와 레이스가 만발한 히피 룩 대신 Y2K 패션이 대거 눈에 띈 것. 축제 현장을 찾은 셀럽들도 1990년대 미니멀 룩부터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반항적인 로라이즈 룩까지 이런저런 세기말 패션을 취향껏 골라 입고 즐겼다. 딱 달라붙는 크롭트 톱, 헐렁한 데님 팬츠, 청키한 스니커즈, 겹겹의 초커로 멋을 낸 헤일리 비버의 코첼라 룩은 우리 기억 속에 아직 살아 있는 2000년대 초반 팝 스타들의 스트리트 룩을 떠올리게 한다. 함께 축제를 즐긴 켄달 제너는 블랙 탱크톱과 가죽 팬츠, 투박한 가죽 플랫폼 부츠 차림으로 영화 <코요테 어글리> 속 코요테 걸들의 섹시한 세기말 스타일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코첼라 리볼브 파티에서도 주목받았는데, 아메리칸 스포츠 룩을 연출해 1990년대 패션의 면면을 즐기는 듯했다. 군더더기 없는 탱크톱과 보이프렌드 핏 팬츠에 통 샌들을 매치한 모습은 1990년대에 찍힌 사진이라 해도 믿을 만큼 당시 스타일을 완벽히 재현하고 있었다. 틱토커 찰리 다멜리오는 나비 무늬 미니 원피스에 미니 숄더백을 메고 청키한 컨버스 운동화를 신은 채 코첼라에 출석했다. 이 외에도 홀터넥 브라렛, 타이니 선글라스, 미니스커트, 로라이즈 팬츠, 가느다란 스트랩 슈즈, 거칠고 반항적인 레더 아이템, 나비 모티프 등 수많은 Y2K 패션의 상징들이 코첼라 밸리 곳곳에서 쏟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연 제니의 룩이 화제였다. 한낮에는 마린 세르의 베어백 톱에 워크웨어 팬츠를 입어 Y2K풍 페스티벌 룩 트렌드에 힘을 보태더니, 밤에는 좀 더 과감하게 시오의 스트링 홀터넥 톱을 입고 콧등에는 타투 형태의 글리터를 얹어 9백만 개에 가까운 젠지들의 ‘좋아요’를 이끌어냈다. K-팝 걸 그룹 최초로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에 초청된 에스파 멤버들의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크로셰 크롭트 톱에 헐렁한 청바지를 입은 닝닝, 미니 원피스 를 선택한 카리나의 패션도 현실 페스티벌 룩으로 참고할 만하다.

이제 올여름 뮤직 페스티벌에 갈 때 연출할 스타일이 어느 정도 그려졌는가? 혹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너무 어렸던 터라 그때 패션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그 시절 스트리트 룩을 주도한 팝 스타들의 패션 아카이브를 다시 들춰 보는 것도 썩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고 나면 확신하게 될 것이다. 페스티벌 티켓 예매와 동시에 자그마한 타이니 선글라스, 짧고 착 달라붙는 상의, 크고 헐렁한 바지, 플랫폼 힐 또는 스트랩 슈즈, 그리고 가느다란 목걸이 몇 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이제 페스티벌 패션 인사이더로서 축제를 즐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