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사랑에 빠진 남자들 - 마리끌레르 2016년

브랜드 스토리로 세계를 홀린 남자, 카오리온 오창록 대표

대학 시절 화장품 창업이라는 도전을 통해 직원에서 대표로 성장한 카오리온 오창록 대표. 온라인 제품 마케팅부터 까다롭다는 세포라 진출까지, 트렌드를 읽고 시장 변 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는, 이제 카오리온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길 꿈꾼다.

 

평범한 직장 대신 화장품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교내 벤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투자를 받아 남성 화장품을 론칭했었다. 당시 주 투자자가 엔터테인먼트 사였는데, 그 회사 소속 남자 연예인들이 여자 화장품 쓰는 걸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때 화장품을 만든 곳이 카오리온이었고, 그 인연이 나를 지금의 카오리온 대표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남자로서 화장품 회사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이다. 창업하고 화장품 시장을 파악하다 보니, 카오리온이 나아갈 방향이나 브랜드 컨셉트는 알겠는데, 여자의 심리를 잘 모르겠더라. 특히 여자들이 화장품을 바르면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알기 어려워, 무작정 카오리온을 쓰는 소비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역사가 꽤 오래돼서 놀랐다. 화장품 브랜드로서 카오리온은 변화가 많았던 것 같다. 1990년대에 시작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입사했을 무렵인 2005년은 화장품 시장이 급변했다. 당시 미샤라는 저가 브랜드가 론칭했고, 태평양, LG 같은 브랜드가 기존 화장품 상점을 플래그십 스토어로 변경했다. 유통 채널이 위협받자, 카오리온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때 중국 세포라에 국내 브랜드 최초로 입점해 성공도 거두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카오리온은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제품 중심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때 나온 제품이 모공팩인가? 브랜드 스토리를 광고로 알리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래서 브랜드를 알리는 대신 우리가 자랑하는 순하고 자극이 적은 좋은 제품을 먼저 알리기로 했다. 그때 만든 게 모공팩이다. 기존 머드팩에 ‘핫앤쿨’이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도입한 것이 성공 포인트였다. 모공팩은 보통 여름에만 사용하는데, 겨울에도 피부를 따뜻하게 해 노폐물을 제거하게 했다. 이 팩이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제품들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팩과 클렌저가 강점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뷰티 블로거 미셸 판이 카오리온의 모공팩을 사용하는 영상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따로 홍보나 마케팅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모공팩과는 확실히 다른 핫앤쿨이라는 컨셉트와 경쟁 제품이 많지 않은 시장 상황 덕분에, 뷰티 블로거 미셸 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영상이 미국 시장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 덕분에 미국 세포라에 진출한 건가? 미셸 판의 영향도 컸지만, 2015년 세포라가 한국 뷰티 브랜드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정식으로 비딩에 들어갔다. 당시 다른 국내 뷰티 브랜드가 함께 참여했는데, 세포라가 카오리온을 선택했다. 카오리온의 브랜드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른 온라인 브랜드와 달리 꾸준히 브랜드 컨셉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온 노력의 성과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건가?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세포라 전 매장과 JC 페니 백화점,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한국 브랜드 최초로 세포라에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 특히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자극을 줄이고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추구하는 브랜드 스토리가 어필한 것 같다. 하지만 카오리온은 K-뷰티라는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뷰티 브랜드로서 인정받고 싶다.

앞으로의 카오리온의 전략이 궁금하다.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 마이너스 뷰티, 저자극 화장품은 카오리온이 추구하는 바다. 무조건 좋은 걸 더한다고 피부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세포라의 담당자가 카오리온은 메이크업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브랜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카오리온의 디톡스 뷰티를 제대로 이해해줘 고마웠다. 스킨케어 제품 개발에 집중할 생각이다.

 

화장품과 사랑에 빠진 남자들 - 마리끌레르 2016년

 

화장품에 죽고 사는 남자, 코스토리 김한균 대표

화장품을 제외하곤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코스토리 김한균 대표는 이력부터 남다르다. 첫 아르바이트가 화장품 매장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했고, 메이크업, 헤어, 네일 케어 자격증을 땄다. 뷰티 블로거로 활동하던 중에 화장품 회사에 취업해 상품 기획과 마케팅까지 섭렵한 그는 화장품에 관한 모든 것을 발로 직접 뛰며 배웠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완소균이 그루밍북>의 저자다. 완소균이는 그의 별명이다. 스스로 화장품 ‘빠돌이’라 말하는 그가 만든 브랜드는 무엇이 다를까?

 

코스토리에 대해 소개해달라. 천연 유기농 라인인 파파 레서피, 20대 초반 여성을 위한 메이크업 i.nga, 임산부를 위한 로즈 브라이드, 남성을 위한 크로스킨 등 각기 다른 컨셉트와 타깃에 맞는 브랜드를 가진 화장품 회사다.

파파 레서피, 제품명이 참 좋다. 파파 레서피는 이름 덕을 많이 봤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피부가 좋지 않아서 아무거나 발라줄 수가 없었다. 딸을 키우면서 고민했던 마음을 담아 천연 유기농 오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든 것이 파파 레서피의 시작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이름 안에 요즘 유행하는 아빠와 요리가 모두 들어갔다.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에 놀랐다. 제품력도 입소문이 제대로 난 것 같다. 파파 레서피는 론칭 당시부터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주문량에 맞춰 만들어 자사 쇼핑몰에서만 판매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개인적으로 오일로 보습 효과를 톡톡히 봐서 파파 레서피는 유기농 오일 블렌딩에 집중했다. 가장 좋아하는 꿀 성분을 이용한 ‘봄비’ 라인은 귀여운 캐릭터를 넣은 제품 패키지 덕분에 인기가 많다. 이제 벌은 파파 레서피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에만 주력하는가? 아무래도 시작이 온라인이다 보니 온라인 마케팅과 판매가 중요하다. 온라인은 작은 브랜드에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콘텐츠만 잘 만들면 그것이 바이럴이 되고 소문이 나 판매가 일어난다. 이전에는 제품군에 따라 유통을 달리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판매하고 싶은 제품의 소비층에 따라 시장 구조가 나뉜다. 즉 파파 레서피를 좋아할 만한 소비층이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그곳이 온라인이었고 그 온라인에 맞는 마케팅을 펼쳤다.

파파 레서피의 중국 진출도 코스토리의 성공 요인이 아닌가? 중국 시장은 생각도 못했는데, 현재 파파 레서피의 중국 매출이 국내보다 8배나 높다. 봄비 마스크팩이 중국 진출의 스타트였다. 마스크팩과 같은 제품은 대량생산이 기본이기 때문에 코스토리처럼 작은 회사는 제조할 엄두조차 못 낸다. 중국 MBA를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덕에 마스크팩 제조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인맥이 있다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제품력은 자신 있었는데 중국 내 유통을 뚫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무조건 중국 온라인 유통 회사를 찾아가 제품을 나눠줬다. 매주, 매달 그렇게 하다 보니 알아주는 곳이 생겨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 온라인 마켓 뷰티 브랜드 순위를 보면 코스토리가 7위다.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자국 브랜드고, 설화수가 5위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공이라고 한다. 빠르면 내년에 정식으로 중국에 진출할 것이다. 서류 준비도 끝났다.

메이크업 라인 i.nga를 론칭해 놀랐다. 코스토리가 꿈꾸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화장품 회사 CEO는 내가 꿈꾸던 직업이 아니다. 코스토리 역시 단순한 화장품 회사가 아니다. 코스토리 안에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화장품과 관련한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회사다. 만약 창업을 원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코스토리가 투자도 하고 자문도 해주고 싶다.

남자로서 화장품을 사업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남자가 화장품을 좋아한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보더라. 부모님조차 이해하지 못하셨다. 하지만 내가 화장품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과 아내, 가족이 내 ‘덕후’ 기질을 잘 이해해준다. 사업적으로는 과거 뷰티 블로거 활동을 했던 특이한 이력 덕분에 파트너들이 화장품을 잘 아는 전문가로 인정해준다.

젊은 감각의 코스토리 사무실

젊은 감각의 코스토리 사무실

화장품 덕후답게 자신만의 인생템이 있을 것 같다. 정말 많은 제품을 사서 써봤다. 지금도 한 달에 1백만원 정도 화장품 쇼핑을 한다. 새로 나온 제품, 안 써본 제품은 무조건 테스트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지금까지 써본 최고의 화장품은 메이크업 포에버다. 아홉 가지 컬러의 컨실러, HD 파우더, 콤팩트, 브러시 등 모든 제품이 완벽하다. 스킨케어 제품은 크리니크 3 스텝 클래잉파잉 로션과 피터 토마스 로스 블루마린 알개 마스크를 즐겨 썼다. 파파 레서피를 시작하기 전엔 오일 제품에 심취했다. 실제로 모든 브랜드의 오일 제품을 써보고 만든 것이 파파 레서피다.

화장품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수다를 떨 수 있는 남자가 또 있을까 싶다. 김한균에게 화장품이란 어떤 의미일까? 김한균 자체가 브랜드이고 화장품이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지금까지 화장품을 빼고는 할 이야기가 없다. 이것이 내가 투자를 받지 않는 이유다. 투자를 받으면 나 김한균이 사라질 것이다.

 

화장품과 사랑에 빠진 남자들 - 마리끌레르 2016년

 

화장품 리뷰에 목숨 건 남자, 글로우픽 공준식 대표

여자들은 화장품을 사기 전에 뭘 하지? 이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된 글로우픽은 화장품 리뷰 앱을 운영하는 회사다. 다양한 IT 서비스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여자의 마음을 읽고, 그중에서도 화장품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선택한 글로우픽 공준식 대표. 출시 2년만에 사용자가 60만 명에 이르고, 매일 1천 개 이상의 리뷰가 올라오는 글로우픽의 파워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첫 직장이었던 신문사의 웹 기획자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웹 서비스를 원하는지 깨달았다. 우연한 기회에 선배의 창업에 함께한 덕분에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가게 되었고, 미국인들을 상대로 웹 서비스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창업에 대한 열망을 접을 수가 없어 작은 벤처회사에 들어가 창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경험해보았다.

왜 하필 화장품 관련 창업이었나? 창업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틈새시장을 찾다 보니 화장품이 보였다. 당시 유행했던 뷰티 프로그램과 다양한 블로그 등을 보며 ‘리뷰’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화장품을 살 때 리뷰를 읽는데, 그 리뷰가 생각보다 정확하거나 신뢰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공부해보니 화장품은 매우 복합적인 소비재더라. 화장품만큼 개인차가 나는 게 없다. 영화나 음식은 웬만하면 다른 사람의 평가가 기준이 되는 데 화장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다양한 리뷰를 찾고,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걸 알았다.

화장품에 대해 어떻게 공부했나? 무식하게 공부했다. 친구 3명과 같이 화장품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았다. 엑셀 시트에 제품명, 용량, 가격, 성분, 키워드 등을 모아 6개월 동안 정리만 했다. 하루에 5백 개를 목표로 하는 날도 있었다. 하다 보니 1만5천 개의 제품 리스트가 생겼고, 개발자를 뽑아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미 리뷰 서비스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글로우픽 리뷰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좋은 화장품을 찾는 습관’. 이것이 글로우픽의 슬로건이다. 현재 3만8천 개 화장품에 관한 정보가 올라와 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화장품의 숫자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최고라 할 수 있다. 여자들뿐 아니라 사람들 대부분은 화장품을 구입할 때 자신도 모르게 리뷰를 확인한다. 꼭 검색을 해보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어디선가 봤던 리뷰를 떠올린다. 그런데 그런 리뷰가 글로우픽에는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사람들은 보통 30분 정도를 리뷰를 보는 데 할애하는데, 글로우픽은 다양성에 집중했다. 화장품은 매우 복합적인 소비재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쓸데없는 사진이나 스크롤 압박을 하는 정보들은 없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할 수 있다. 리뷰를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든 데 비해 리뷰를 남기는 건 매우 쉽게 만들었다. 하루에 보통 3천 건, 많을 때는 8천 건의 리뷰가 올라온다. 그만큼 쉽게 쓸 수 있다.

포털사이트의 리뷰가 경쟁자가 되겠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블로그, 카페 등의 방대한 리뷰 양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질적인 차이가 있다. 어떤 리뷰를 신뢰할 것인가? 이건 선택이다. 또 블로거의 리뷰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블로거의 리뷰는 너무 자세하고 설명이 길다. 리뷰를 읽는 시간을 단축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찾는다면 글로우픽이 답이다.

리뷰를 컨트롤하지는 않는가? 전혀! 불가능하다. 물론 자체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긴 하다. 글로우픽 리뷰의 특징이 비판이 가능하다는 거다. 긍정이 30%, 부정이 30%, 중립이 40%를 차지한다. 글로우픽의 수익 모델로 브랜드의 신제품 리뷰가 있는데, 이 역시 이런 비율로 리뷰가 올라온다. 오히려 이런 점이 글로우픽의 장점으로 작용해 광고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글로우픽이 꿈꾸는 바가 궁금하다. 이 정보와 80만 건의 리뷰를 유기적으로 활용하면 우리나라 여자들이 어떤 화장품을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지금은 제품을 팔고 있지 않지만 진짜 좋은 화장품을 만날 수 있는 매장을 오프라인에 만들고 싶다. 종류나 개수가 많지는 않아도 소비자 중심의 매장이 될 것이다. 애플 매장을 떠올려보라. 제품 종류는 몇 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는다. ‘경험’의 가치를 누리기 위해서다. 글로우픽의 매장은 좋은 화장품을 경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글로우픽 리뷰 랭킹에서 인기가 좋았던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