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모두의 꿈에 내가 등장한다면?
드림 시나리오

<드림 시나리오(Dream Scenario)>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 제작사인 A24가 제작한 최신작입니다. 크리스토퍼 보글리(Kristoffer Borgli) 감독이 장편 데뷔작 <해시태그 시그네(Sick of Myself)>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블랙 코미디 작품인데요. 해당 작품은 각종 영화제의 초청과 함께 많은 관객들에게 유수의 관심을 불러 모았으며, 특히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죠.

<드림 시나리오>는 어느 날 갑자기 지구상 모든 이들의 꿈에 등장하게 된 폴(니콜라스 케이지)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조용하고 평범했던 폴의 인생이 갑작스러운 바이럴을 타면서 ‘드림 인플루언서’의 삶으로 송두리째 바뀌는데요. 하지만, 모든 유명인에게는 유명세가 따르는 법입니다. 많은 이들의 꿈은 진화 생물학의 책을 쓰고 싶은 폴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는 점차 악몽으로 뒤바뀌면서 폴은 혹독한 유명세를 치르게 되죠. <드림 시나리오>는 ‘바이럴’과 ‘캔슬 컬처’ 그리고 SNS의 어두운 면을 해학적인 방식으로 비춘 작품입니다.
SNS와 바이럴, 밈의 그림자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SNS는 세계를 이어주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늪이기도 합니다. SNS의 일상화와 함께 ‘밈(Meme)’, ‘바이럴(Viral)’ 같은 단어들은 보편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죠. SNS에서는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으면 폴처럼 평범했던 사람도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와 명성을 거머쥘 수도 있는데요. 다만, 한 콘텐츠에 빠르게 재미를 느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싫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빠른 콘텐츠 소비 속도는 이러한 바이럴 효과의 수명 주기를 짧게 만드는 요소죠.

바이럴로 엄청난 인기를 얻어 반짝이는 것들은 금방 사람들에게서 잊히면서 물거품처럼 사라지는데요. 폴은 SNS의 바이럴 덕분에 광고 계약, 인터뷰 출연, 인기를 얻게 되지만, 부정적인 꿈들이 점차 바이럴 되면서 ‘드림 인플루언서’의 비극적인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이처럼 <드림 시나리오>는 SNS가 낳은 ‘바이럴’과 ‘밈’의 어두운 그림자를 폴의 꿈에 빗대어 현대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 작품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밈이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스크린을 장악했던 할리우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Nicholas Cage)는 찌질하면서도 평범한 폴로 캐릭터 완벽 변신에 성공했는데요. 니콜라스 케이지는 젊은 학생들에게 받는 환호와 갑작스러운 유명세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즐기다가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극에 절망하는 폴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죠. 또한, 벗겨진 헤어 분장과 희끗희끗한 수염 분장으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드림 시나리오>로 다수의 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서의 자질을 증명했죠.
SNS의 문제점을 비트는 블랙 코미디 작품 <드림 시나리오>의 주역 니콜라스 케이지는 사실 ‘밈’으로도 유명한 배우이기에 해당 스토리가 그저 가상 인물의 이야기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하면 영화 <뱀파이어의 키스(Vampire’s Kiss)>에서 눈을 희번뜩하게 뜬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해당 장면은 한동안 인터넷에서 각종 밈으로 돌아다니며 유명해졌으나,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에 대해 “밈이 되기 위해서 배우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본인이 밈으로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바가 있습니다. 밈을 좋아하지 않는 배우가 스스로 밈에 대한 영화에 출연하다니 이는 아이러니 혹은 운명 같기도 하네요.
토킹 헤즈의 ‘City of Dreams’
<드림 시나리오> 사운드 트랙은 유난히도 극장을 나선 후에도 머릿속에 자꾸만 맴도는데요. <드림 시나리오>에 삽입된 곡은 바로 미국의 뉴웨이브 밴드인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곡 ‘City of Dreams’입니다. 토킹 헤즈가 느긋한 템포 위에서 부르는 ‘우리는 꿈의 도시에 살고 있다(We live in city of dreams)’라는 가사는 마치 폴에게 닥친 일을 비추는 듯하죠.

특히 극 중에서 폴의 아내 자넷(줄리안 니콜슨)은 본인의 꿈에서 토킹 헤즈 코스튬을 입고 등장해 위험에 처한 본인을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마침내 폴은 토킹 헤즈의 아이코닉한 파워 숄더 수트를 입고 처음으로 자넷의 꿈에 자의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불분명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곤욕을 겪었던 폴이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자 여운을 남기는 명장면이죠.
에디터 코멘트
★★★★★★★☆☆☆(7/10)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바이럴의 잔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