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질 수 없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패션 브랜드로 알고 있는 에르메스는 옷이 아닌 말의 안장을 만들어 귀족들에게 납품하며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승마 관련 액세서리를 만들고, 판매하면서 점점 확장되었죠.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가 ‘말’인 이유기도 합니다. 1983년에 시작된 에르메스의 로고는 귀부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사륜마차 ‘뒤크’와 말, 마부가 그려진 모양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는데요. 할인을 절대 하지 않는 브랜드 중 하나로 지금은 경제력을 갖춰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워너비 브랜드가 된 에르메스의 빠른 성장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탄탄한 가족 경영을 기본으로 각 분야의 장인들을 고용해 절제됨과 완성도 높은 상품력으로 오랜 시간 동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쌓아 고객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여성들의 로망 켈리와 버킨

1956년 그레이스 켈리의 가방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에르메스 성공 스토리의 서막이 올라갑니다. 배우이자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는 임신한 배를 가리기 위해 에르메스 가방을 자주 배 위로 들었고, 이 모습이 매거진에 실리면서 그녀가 든 가방으로 에르메스의 성장이 시작되죠. ‘켈리(Kelly) 백’을 뒤이어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백이 있습니다. 바로 ‘버킨(Birkin) 백’인데요. 이 가방의 스토리는 80년대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배우 겸 가수인 제인 버킨이 파리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탄생합니다. 아이의 물건을 가득 채운 그녀의 가방이 비행기 안에서 넘어지면서 소지품들이 모두 쏟아지는데요. 마침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에르메스 대표 장 루이 뒤마는 그녀의 소지품을 함께 주워 주며 짐이 많은 제인 버킨을 위한 가방을 디자인해 주겠다고 한거죠. 흥미로운 스토리로 탄생된 켈리 백과 버킨백은 지금까지도 여성들에게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아이템입니다.
시계에 진심인 에르메스

1912년 에르메스(Hermes) 시계의 역사는 시작됩니다. 에르메스 회사 자료 보관소에는 재클린을 포함한 에밀 에르메스의 네 명의 딸의 사진이 걸려있는데요. 사진 속 재클린의 손목에는 특별한 시계가 채워져 있습니다. 말의 안장을 제작하는 전문적인 기술, 시계에 대한 열정, 그리고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모아 시계를 직접 만들어 딸들에게 선물한거죠. 이처럼 에르메스의 시계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는데요, 그래서인지 다른 명품 브랜드 시계와는 만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시계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방식이 아닌 핵심 부품 제작에 전통 깊은 회사들과 파트너쉽을 강화해 에르메스 브랜드만의 방향성을 극대화한 거죠. 무브먼트 제조사 보쉐 매뉴팩처(Vaucher Manufacture)를 시작으로 다이얼 제조사 나테베르(Natéber SA)와 케이스 제조사 조세프 에랄드(Joseph Erard SA)까지 파트너쉽을 쌓아 2017년 에르메스 시계 아뜰리에(Les Ateliers d’Hermès Horloger)를 완성합니다. 스트랩 또한 자체 가죽 공방을 지어 직접 제작한 가죽 스트랩을 사용하는데 시계 브랜드 중 유일무이하죠. 이렇게 한 세기 이상 이어진 에르메스(Hermes) 시계 제조의 역사에는 수십 년 동안 에르메스(Hermes)가 전해온 기발함과 우아함, 독창성이 담겨 있습니다.
장인들과 함께한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Hermès in the Making)


에르메스의 가치와 장인정신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던 지난 5월, 서울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 ‘월드파크’에서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Hermès in the Making)> 전시가 진행되었습니다.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실크 스카프를 프린트하는 과정부터 인그레이빙, 포슬린 페인팅, 가죽 세공, 젬스톤 주얼리 세팅까지, 브랜드를 대표하는 11명의 공예 장인들이 함께했고, 에르메스 제품의 제작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기회였죠. 색상을 매개체로 곳곳을 탐험하며 재치 있고 상상력 넘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각자의 호기심에 따라 새들 스티칭과 수선 작업, 보드게임과 컬러링 등 직접 에르메스 장인들의 작업에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는데요. 장인 기술의 보존과 계승, 소재에 대한 존중과 탁월한 품질, 노력의 헌신,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 브랜드 역사의 기반이 되는 네 가지 테마로 진행한 이번 행사는 ‘모든 제품 뒤에는 장인이 있다’라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자리였습니다.
장인정신이 깃든 에르메스의 창의적 순간, 쁘띠 아쉬 (Petit h)

에르메스는 항상 재미있는 도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름도 사랑스러운 ‘쁘띠 아쉬(Petit h)’ 에르메스 공방 중 가장 열정적이고, 특별한 에너지를 풍긴다고 평가받는 이곳에서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재를 활용해 장인들과 아티스트들이 함께 오브제를 만드는데요. 실크와 가죽을 비롯해 패브릭, 크리스털, 금속 부품 등 다양한 소재를 직접 만지고 조립해 보면서 색다른 조합을 시도합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어떤 것들을 만들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정해진 틀이 없고, 오롯이 아티스트의 독창성과 장인의 손길이 만나 뚜렷한 기능을 가진 오브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죠. ‘버려지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재창조되며, 새로운 오브제가 탄생한다’라는 쁘띠 아쉬의 대담한 모토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하는 매력적인 오브제를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데요.



단추를 뚜껑으로 사용하는 크리스털 소금 통, 캘리 백의 핸들이 탈린 칼라프 물병, 테이블웨어 조각으로 만든 에르메스 쁘띠 아쉬 프로젝트는 오브제라기보다 ‘실용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칭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