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RABANNE
COPERNI
BURBERRY
CECILIE BAHNSEN

혹자는 패션 에디터라 하면 휘황찬란한 옷장의 소유자라 생각할 거다. 하지만 야외 촬영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멋들어진 이름과 달리 내 옷장에는 칙칙한(?) 기능성 웨어가 제법 구비되어 있다. 그중 흔히 바람막이라 부르는 윈드브레이커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를 지켜주는 촬영장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그간 고프 코어라는 트렌드에 기대어 윈드브레이커가 선사하는 편안함과 기능성을 마음껏 향유해왔지만, ‘멋 부림’에 대한 아쉬움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2025 S/S 런웨이에 새로운 형태의 아웃도어 스타일링이 등장했다.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로 손꼽히는 프라다에서 쿠튀르풍 드레스와 윈드브레이커를 매치한 룩을 선보인 것. 스팽글 소재 곳곳에 전위적으로 거울을 장식한 드레스와 샛노란 바람막이의 조화라니! 그 신선한 매치는 에디터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 외에도 버버리와 라반, 코페르니 등 유수의 브랜드에서 우아한 드레스와 믹스 매치해 다소 거친 인상을 지닌 점퍼를 훌륭하게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입성시켰다. 윈드브레이커의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실리에 반센은 노스페이스와 협업해 바람막이를 다크 로맨스 무드의 드레스로 탈바꿈했고, 미우미우는 순백의 레이스 원피스와 조합해 윈드브레이커 특유의 투박한 이미지를 탈피했다. 디자이너들이 보여준 것처럼, 새 시즌의 바람막이는 무적이다. 어떤 룩에도 스며들 수 있는 침투력을 장착했으니. 그러니 올봄에는 어떤 스타일링 공식에도 얽매이지 말고 윈드브레이커를 즐기면 될 일이다. 다가오는 봄, 이 기특한 아이템과 함께라면 가랑비에 옷이 젖을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