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hilips

마지막으로 <마리끌레르>와 만난 것이 지난해 9월 파리 패션위크 때죠?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해가 바뀌었어요. 하하, 벌써 그렇게 됐나요? 시간이 참 빠르네요. 벌써 한 살을 더 먹다니! 한국에서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 무척 뜻깊어요.

서울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로운데, 한국에서 메이크업을 논할 때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내추럴 메이크업 선호하는 한국 여성들에게 구원자 같은 존재거든요. 알다시피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는 20년 전부터 무척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에요. 제가 브랜드에 합류하기 전에 출시되었죠. 그야말로 디올의 아이콘이에요. 출시한 지 2~3년이 지나면서 크게 주목받았고, 그 후로도 새로운 기술과 셰이드를 적용하며 변화를 거듭해 끊임없이 사랑받았어요. 출시 당시의 고객뿐만 아니라 지금 젊은 세대 또한 열광하죠. 상술과 마케팅으로 시선을 끄는 데 힘을 쓰는 대신 제품의 탁월한 품질을 유지하고 발전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마치 사춘기 청소년처럼 왕성하게 성장하는 제품이랄까요?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여성들의 입술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고요. 2025년에 새롭게 출시한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는 기존 제품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아이코닉한 만큼 패키지는 그대로 유지하려 했어요. 로고를 실버 컬러로 디자인하는 등 아주 작은 부분만 섬세하게 조정해 선보였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웜 톤과 쿨 톤을 기본으로 그 아래 세분화된 언더 톤을 개발한 거예요. 핑크 색상도 웜 언더 톤과 쿨 언더 톤으로 나누었죠. #074 젤리와 라즈베리가 쿨 언더 톤이고, #075 구미는 웜 언더 톤이죠. 비슷해 보이지만 미세한 차이를 두어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려 했어요. 이렇게 개개인에게 잘 어울리는 컬러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컬러 리바이버’ 기술을 덕분이에요. 개개인의 입술 pH 농도에 반응해 피부 톤과 조화를 이뤄 입술을 더욱 아름다운 색 으로 물들입니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립스틱을 자유롭게 레이어링하는 것을 즐기죠. 새로 추가된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의 셰이드를 활용한 레이어링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나요? #203 시트러스와 #078 아이시 블루 컬러는 하나만 보면 약간 당황스럽죠. 하지만 이 두 컬러는 상당히 독특하고 중독적인 매력을 지녔어요. 시트러스는 보이는 그대로 웜 톤이에요.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장난스럽고 흥미로우며 재미있는 컬러죠. 단순히 노란색이 아니라 훨씬 따뜻한 느낌이 드는 오렌지 언더 톤이에요. 입술에 바르면 그 어떤 컬러보다 온화한 기운을 선사하죠. 아이시 블루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아이시 블루 컬러를 처음 선보인 건 5~6년 전 립 맥시마이저를 론칭할 때였어요. 여름 컬렉션으로 기억해요.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선보였는데, 여름 컬렉션이라고 해서 꼭 태양 빛이 떠오르는 컬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휴가지에서 차가운 수영장에 몸을 풍덩 담갔을 때 상쾌해지는 기분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이런 차가운 느낌의 블루는 사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개발한 색상이에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장에 내놓았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기존에 전혀 볼 수 없던 컬러와 포뮬러에 사람들이 열광했어요. 눈으로 볼 땐 블루지만 입술에 바르면 쿨한 핑크 컬러로 연출돼요. 이번에 출시한 어딕트 립 글로우 #078 아이시 블루도 마찬가지고요. 시트러스와 아이시 블루는 하나만 바르면 무척 재미있고, 다른 색상과 섞어 바르면 원하는 톤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쿨한 립스틱도 웜하게, 웜한 립스틱도 쿨하게 연출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리거든요. 쿨 블루 톤의 #000 유니버설 클리어도 추천해요. 존재감이 지나치게 강한 옐로, 블루, 핑크 톤을 중화해주는 뉴트럴 컬러거든요. 하지만 저는 시트러스를 단독으로 발라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아마 무척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본인이 어떤 팀을 이끈다면 항상 팀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죠. 그게 바로 계속해서 활약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디올 포에버’ 라인에서도 ‘하이드라 글로우 메쉬 쿠션’과 ‘글로우 루미나이저’를 새롭게 출시했어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광채 연출에 집중한 제품이죠. 디올에서 올해 제안하는 베이스 메이크업 트렌드와 연결 지을 수 있을까요? 이번 포에버 라인의 시작은 립 글로우예요. 립 글로우 론칭과 더불어 스프링 룩 컬렉션을 기획했고, 여기에 ‘하이드라 글로우 메쉬 쿠션’을 추가하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모든 것이 ‘글로우’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셈이죠. 모든 컬렉션을 얼굴에 발랐을 때의 조화로움은 상상 이상일 거예요. 파운데이션은 다른 컬렉션에 비해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품군이에요. 특히 이번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기존보다 탄력이 있는 메쉬 망을 적용했어요. 피부를 훨씬 가볍고 산뜻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예요. 포에버 하이드라 글로우 메쉬 쿠션은 오직 아시아에서만 선보이기 때문에 다른 쿠션에 비해셰이드가 적어요. 그래서 전 아시아에서 촬영할 땐 언제나 이 쿠션 파운데이션을 사용하죠.

특히 패키지가 남다른데,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두 제품 모두 케이스가 무척 아름답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핸드백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제가 몇 년 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어요. 이 환상적인 패션쇼를 통해 여성의 권리와 연대를 강력하게 보여준다는 점이었죠. 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여성의 메이크업을 연출하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여성의 의상을 담당하고, 그 합을 여자대학에서 선보였잖아요. 그 모든 것이 떼놓을 수 없는 유기적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죠. 이런 맥락에서 핸드백과 쿠션이 닮길 원했어요. 그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패키지가 탄생했답니다.

‘하이드라 글로우 메쉬 쿠션’과 ‘글로우 루미나이저’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간단한 메이크업 스킬을 알려줄 수 있나요? 메이크업에 포인트를 줄 글로우 루미나이저도 아주 특별해요. 일단 케이스가 무척 화려해서 마치 액세서리 같은 느낌을 주죠. 진줏빛이 감도는 컬러 조합으로, 옐로와 라일락 블루 등 다양한 셰이드가 극적인 매력을 더해줘요. 불꽃놀이가 펼쳐지듯 화려하다가 브론저처럼 따스하고 은은해 보이기도 하고요. 텍스처가 마치 새틴처럼 부드러워 파운데이션 위에서 미끄러지듯 발리는 것 또한 강점이에요. 저는 아이 메이크업이나 뺨에 컬러를 입힐 때 주로 함께 씁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협업, 팀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음에도 조화를 중시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디올 하우스에 이토록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런 자세 때문일까요? 의심할 여지 없이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디올에 합류한 지 벌써 10년이 조금 지났는데, 초기에 비해 규모가 무척 커져 감회가 새로워요. 계속해서 진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마치 메이크업과 뷰티, 향수 아카데미 같은 느낌이랄까요? 오랜 세월 이어온 브랜드는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계속 바뀔 수밖에 없어요. 함께하던 사람이 자리를 떠나면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는 것은 업계의 필연이죠. 그런 이유로 저는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할 때마다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일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제가 나이가 들었구나 싶기도 하지만, 이건 비밀로 해주시고요, 하하! 특히 뷰티업계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디올이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요. 소통의 중요성은 분야를 가리지 않죠. 패션과 뷰티의 기본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그 안에 숨겨놓은 스토리텔링을 창조하는 과정에서도 소통은 꼭 필요해요. 본인이 어떤 팀을 이끈다면 항상 팀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죠. 그게 바로 계속해서 활약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팬데믹 이후로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브랜드의 다양한 캠페인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시대흐름을 타고 소셜미디어 기반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터들도 생겼나고요. 지면으로 캠페인 작업을 했던 아티스트로서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옛날 이야기를 잠시 꺼내자면 제 동료인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는 저보다 나이가 열 살가량 많고 경험도 훨씬 풍부한 아티스트예요. 30년 넘게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죠. 특히 20여년 전에는 멋진 사진가들과 협업하며 인쇄물에 총력을 다했어요. 그때는 조금 더 진중하고 세심하게 작품에 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시대는 지나갔어요. 과거에는 미술관에 걸어둘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의 결과물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금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는 시대잖아요. 예전에는 작품을 연구할 때 도서관으로 향했지만, 지금은 구글로 검색해 자료를 찾아보고요. 요즘 시대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역동적 에너지와 놀라움을 안기죠. 두 시대를 모두 경험했다는 건 무척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NEW ‘2025 디올 포에버 컬렉션’.
디올의 상징적인 꾸뛰르 오브제에서 영감 받은 디올 포에버 쿠션 케이스 – 핑크 바이닐 까나쥬.
한국에서 영감받아 탄생해 트렌디한 로지 라즈베리 컬러의 NEW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074 젤리’.
NEW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