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4월, 에디터는 북촌으로 향했습니다. 공간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오감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전시가 열렸기 때문이죠.

전시의 주인공은 바로 불가리 세르펜티입니다. 푸른 뱀의 해를 맞아, 불가리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전시 ‘세르펜티 인피니토(SERPENTI INFINITO)’푸투라 서울에서 선보였는데요. 물 흐르듯 유려하면서도, 때로는 대지를 가로지르듯 강렬한 형태. 모두 불가리 세르펜티를 상징하는 ‘뱀’의 모습입니다.

이번 전시는 동서양의 문화와 미학을 아우르며 하나의 예술적인 여정을 펼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회화, 설치, 공예는 물론 디지털 아트와 인터랙티브 공간까지. 총 11인의 아티스트가 15점의 작품과 함께 참여해 세르펜티의 상징을 각자의 언어로 재해석했어요. 전시는 ‘재탄생(Rebirth)’, ‘변화(Transform)’, ‘진화(Evolution)’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구성됐죠.

전시의 몰입도를 더해주는 요소도 다양합니다. 배우 하정우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 도슨트, 스탬프 이벤트, 전시 한정 엽서까지 마련되어 있죠. 오픈 행사에는 불가리 앰버서더인 김지원, 장원영, 이서진 등 셀럽들이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었을까요? 지금부터 에디터와 함께 전시 공간을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재탄생 REBIRTH

첫 번째 챕터에서는 고대 문명 속 뱀의 상징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합니다. 생명, 지혜, 순환을 뜻하던 뱀이 예술 오브제로 다시 태어나는 공간이죠.

박혜인 작가는 유리와 물을 활용해 32개의 수조를 채운 대형 설치작을 선보였는데요. 흐르는 듯한 유리의 텍스처가 뱀의 유동적인 생명력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이준아 작가는 <뱀의 기적>, <해>, <달>이라는 회화를 통해 순환과 부활의 상징을 동양적 미감으로 풀어냈어요.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하정우는 화려한 색채와 구상적 이미지로 뱀의 내면적 힘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김옥 작가는 전통 옻칠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뱀의 입체적인 존재감을 담아냈어요.

이 챕터에서 주목할 만한 아이템은 세르펜티 투보가스 브레이슬릿 워치입니다. 손목에 스프링처럼 감기는 실루엣과 옐로 골드의 따뜻한 광채가 교차하며 그리는 유려한 곡선이 인상적이죠. 레드와 그린 애나멜이 더해진 모델은 생명력을, 플래티넘에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모델은 신성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빛납니다.

변화 TRANSFORM

두 번째 챕터는 세르펜티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해 왔는지를 조명합니다. 서도호 작가의 설치작 <Cause & Effect>는 수천 개의 인간 형상이 모여 하나의 유기적 구조를 이뤄내며, 변화의 집합성과 파장을 강조하는데요.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각 형상의 디테일이 놀라울만큼 정교합니다. 이 작품은 전시 대표 포토존이기도 하니,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제격이에요.

조기석 작가는 여성 스킨헤드 조각과 뱀의 형태를 결합한 <공존>을 통해 인간과 자연, 개별성과 보편성의 긴밀한 관계를 탐색했습니다.

함께 전시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역시 변화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는데요. 다채로운 젬스톤이 돋보이는 세르펜티 네크리스, 고대 로마 모자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세르펜틴 듀오, 아카이브 피스인 세르펜티 큐오레 1968까지. 주얼리가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죠.

3층으로 향하면 최고은 작가의 <글로리아>가 기다립니다. 금속 파이프에 도금을 더한 이 조형물은 도시의 생명력과 뱀의 상징성을 결합한 실험적인 작품이에요. 곡선과 강한 재질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인상적입니다.

옥상 루프탑에서는 최정화 작가의 대형 조형물 <NaTuRE nURturE>가 펼쳐집니다. 해변에서 수집한 풍화된 스티로폼을 고인돌처럼 쌓아 만든 이 작품은 자기 꼬리를 무는 뱀 ‘우로보로스’의 순환 개념을 유쾌하게 재해석하며, 현대적 메시지를 전하는데요. 북촌의 풍경과 시원한 바람 속에서 산책하듯 감상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답니다.

진화 EVOLUTION

마지막 챕터는 전통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줍니다. 이지연 작가의 <순환과 조율>, 구기정 작가의 <매크로 하이브리드 풍경>은 기존 형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감각을 제안합니다.

세르펜티 스크랩북 존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공간이에요. 세르펜티의 디자인 변천사, 장인정신, 캠페인 이미지가 감각적으로 소개되며, 세르펜티 컨템포러리 컬렉션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하학적이고 대담한 실루엣의 바이퍼, 1950년대 디자인을 재현한 골드 비즈 구조의 팔리니, 기술과 예술이 완벽히 결합된 투보가스까지. 불가리의 유산이 오늘날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죠.

전시의 피날레이자 에디터 픽은 바로 AI 기반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레픽 아나돌의 <Infinito: AI Data Sculpture>입니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 안, 끊임없이 진화하는 뱀의 형상이 프로젝션으로 펼쳐지는데요. 이곳에서 관람객은 마치 공간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환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몽환적이고도 SF적인 장면이 각자의 시선과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죠. 에디터 역시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뱀과 마주한 듯한 깊은 몰입감을 느꼈는데요. 예술과 문화, 디지털과 감각이 교차하는 레픽 아나돌의 작품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답니다.

불가리 세르펜티 인피니토 전시는 2025년 4월 13일까지 푸투라 서울에서 열립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미리 방문해 불가리의 DNA를 온전히 느껴보시길.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 61 FUTURA SEOUL
기간 3월 28일부터 4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