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 주얼리의 향연이 펼쳐진 스위스 제네바의 인터콘티넨탈 호텔 부스 한편에서는 다미아니의 전시가 관람객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Damiani 100×100 Italiani’ 컬렉션의 하이 주얼리와 브랜드의 미래를 상징할 뉴 아이콘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그 중심에는 다미아니를 대표하는 세 가지 컬렉션이 있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미아니를 대표하는 ‘벨 에포크’ 컬렉션. 20세기 초 유럽의 황금기에서 이름을 빌려온 이 컬렉션은 자유와 예술, 영화가 태동하던 찬란한 시대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2025년의 벨 에포크는 마더오브펄, 카닐리언, 말라카이트를 품은 다채로운 하트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마르게리타’ 컬렉션은 데이지꽃이라는 상징을 통해 사랑과 순수를 은유한다. 이번 시즌에는 이전보다 볼드한 실루엣이 특징. 각기 다른 골드 컬러 위에 정교하게 구현한 데이지꽃 패턴과 컬러풀한 젬스톤의 조합으로 생기 넘치는 우아함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가 된 ‘미모사’ 컬렉션은 여성성에 대한 깊은 존경에서 탄생했다. 다미아니 2세, 다미아노가 아내와 딸에게 바친 이 주얼리는 ‘무질서 속의 질서’라는 다미아니 특유의 미감을 통해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의 내면을 묘사한다. 화이트 골드, 옐로 골드, 핑크 골드로 전개되는 새로운 라인업에는 오팔을 더한 브레이슬릿과 이어링, 네크리스가 포함되며, 하우스의 새로운 아이콘 미모사 워치는 새틴 스트랩과 컬러풀한 다이얼을 통해 주얼리의 정수를 담은 시계로 변모했다. 다미아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현장은 마치 예술적 선언처럼 느껴졌다. 그곳에서 이 여정을 이끄는 CEO 제롬 파비에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모사 워치.

돋보이는 미모사 워치.

INTERVIEW WITH JÉRÔME FAVIER
다미아니는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컬러를 입은 ‘미모사’ 워치를 선보였다. 아이코닉한 여러 라인 중 미모사 컬렉션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했다. 미모사는 ‘카오틱(Chaotic) 세팅’이라 부르는 독창적 방식을 통해 다이아몬드를 비대칭으로 세팅해 독특한 볼륨감을 띤다. 우리는 그 미감을 시계로 확장하고자 했다. 다미아니 디자인 철학의 중심에는 늘 여성이 존재한다. 기존의 주얼리 워치가 남성 시계 디자인에 원석을 얹는 방식이라면, 미모사 워치는 그 반대로 주얼리 안에 시계를 담아냈다. 이 시계를 토대로 미모사에 대한 관심이 더 넓게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브랜드 탄생 100주년 이후 하우스 안팎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나? 흥미로운 점은 다미아니가 1백 년의 역사를 가진 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 한국, 일본, 중동, 홍콩 등 여러 지역에서 개최한 100주년 이벤트는 다미아니가 가족 경영을 통해 창의성을 세대에 걸쳐 이어왔다는 사실을 조명하는 동시에 우리에게도 일종의 ‘깨어나는 계기(wakeup call)’가 되었다. 고객들은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보기 시작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한 기념비적인 해였다.
2018년에 다미아니 그룹의 CEO로 합류해 지금까지 다미아니 일가와 함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미아니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25년간 수많은 주얼리 브랜드에 몸담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체감했다. 다미아니는 오랜 시간 가족 경영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올곧게 지켜왔다. 그렇기에 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브랜드의 철학을 직접 체험하고 세상에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느낀다.
가족 경영에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다미아니는 하나의 가족이자 전통 그 자체다. 가장 큰 차별성은 디자인의 출발점이 외부 디자이너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데 있다. 다미아니의 주얼리는 다미아니 가문 사람들의 손끝에서 시작되며, 그 안에는 세대를 거쳐 지켜온 미학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맞춤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 주얼리를 착용한 사람들은 ‘이건 단순한 주얼리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다’라고 느낄 것이다. 바로 그 점이 다미아니가 지금도 유일무이한 브랜드로 존재하는 이유이자, 가족 경영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현재 주얼리계에서는 진귀한 스톤이 화제다. 다미아니에도 원석은 중요한 키워드인데, 현존하는 원석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단연 파라이바다. 현재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한 보석이다. 다행히 다미아니는 1백 년에 걸쳐 가족 경영을 이어오며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접근이 어려운 원석을 직접 수급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다미아니 일가는 지금도 전 세계 광산을 직접 찾아가 원석을 확보하고 선별한다. 6월쯤 선보일 예정인 새로운 컬렉션에도 파라이바가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 희귀하고 특별한 보석은 디자인에 강한 에너지와 서사를 부여한다.
다이아몬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다미아니 다이아몬드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다미아니의 다이아몬드는 단순히 기준을 충족한 스톤이 아니다. 부사장 조르지오 다미아니(Giorgio Damiani)가 다이아몬드를 직접 선별하고, 우리만의 정체성을 담은 커팅을 통해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특히 100주년을 맞아 선보인 컬렉션의 모든 제품에는 다미아니의 이니셜을 본뜬 ‘D’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이 한 알의 다이아몬드는 우리가 걸어온 1백 년과 앞으로의 시간을 연결하는 인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단연 벨 에포크 컬렉션이 인기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컬렉션이나 실제로 소장한 모델이 있다면? 나 역시 벨 에포크다. 블루 컬러를 좋아해서 딥 블루와 그린빛이 감도는 벨 에포크 아이스버그 네크리스를 구매했다. 벨 에포크 릴 컬렉션의 링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컬렉션은 남성과 여성 모두 착용할 수 있고 주얼리의 움직임이 매우 정교해 착용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특별하다. 대부분의 컬렉션에 파베 다이아몬드를 풍부하게 활용한 반면, 벨 에포크 릴은 그렇지 않은 유일한 컬렉션이다.
밀라노, 서울, 난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새로운 컨셉트의 다미아니 스토어를 공개했다. 이탈리아의 장인정신과 미감을 담아 대리석, 가죽, 보석 등 본국의 소재를 활용했다. 가능하면 꼭 밀라노의 매장을 방문해 보기 바란다. 브라이덜과 하이 주얼리 컬렉션 그리고 라이브러리 공간까지, 섹션마다 이탈리아의 감성이 정교하게 구현돼 있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느껴질 것이다. 무라노 글라스 브랜드 베니니(Venini)의 라이팅 오브제는 베네치아 인근에서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컨셉트는 현재 전 세계 매장 다섯 곳에 적용되어 있으며, 다미아니의 미학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이탈리아’가 수식어처럼 늘 따른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탈리아의 정체성과 고유성은 무엇이며, 그것이 다미아니의 주얼리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 있다고 생각하나? 이탈리아의 정신을 대표하는 가치 중 다미아니가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는 다섯 가지는 창의성, 가족, 장인정신, 열정, 역사다. 이 요소들은 우리가 만드는 모든 주얼리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다미아니는 세계적인 금세공 중심지 발렌차(Valenza)의 장인들과 긴밀한 유대를 쌓으며, 디자인부터 소재 수급까지 브랜드의 모든 과정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다미아니의 주얼리를 소유한다는 건 단순히 아름다운 물건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예술의 유산을 품고 미래 세대에까지 전할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에 함께하는 것이다.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으로 느껴진다. 일에 쏟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가족, 브랜드와 다미아니 일가, 그리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직원들의 열정을 대하며 매일같이 에너지를 받는다. 나 역시 그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이길 바란다. 다미아니에서 일한다는 것은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서로의 열정이 순환하며 다미아니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포기하지 않는 철학이 있나? 진정성(Authentic), 그 하나만은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