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부터 두 달째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디올의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 DDP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브랜드 행사를 넘어 디올 하우스의 핵심 철학을 관통하고, 아름다움의 본질을 일깨워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개의 테마별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방불케 하는 역대 컬렉션 피스는 물론, 디올 하우스를 대표하는 여성 향수 ‘미스 디올’과 ‘쟈도르’까지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향수에 애정과 열정이 깊었던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의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역대 헤리티지 향수 보틀은 물론이고, 쟈도르의 새로운 뮤즈 리한나와 미스 디올의 뮤즈 나탈리 포트만이 캠페인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감상할 수 있는 존도 마련했다. 그야말로 유구한 역사가 한 공간에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파리를 시작으로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하, 도쿄, 리야드에 이어 아홉 번째로 서울에 당도한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지난 6월 11일,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가 이곳에서 진행되는 아트 토크 세션을 위해 한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 관련 아트 토크는 피터 필립스가 자신이 그리는 디올 뷰티의 창조적 여정, 그리고 자신만의 뷰티 철학을 청중과 공유하면서 더욱 특별한 무대로 완성되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소회를 전하며 아트 토크의 서막을 열었다. “한국은 매우 특별하고 독창적인 나라입니다. 한국만의 에너지와 열정, 고유한 감각이 존재하죠. 단순히 소비 시장을 넘어 비즈니스와 제품 개발,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깊은 영감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가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피터 필립스의 커리어와 영감, 그리고 앞으로 이룰 비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좋은 메이크업의 핵심은 건강한 피부로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스킨케어와 색조 메이크업의 경계를 허무는 ‘디올 포에버’ 라인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마스카라 하나만으로도 기적 같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뷰티를 통해 자아를 확장하는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다양한 업적 중 ‘백스테이지’ 라인을 기획한 배경이 특히 인상 깊다. 실제 패션위크 백스테이지에서 아티스트들에게 필요한 요소를 기반으로, 퀄리티 면에서는 전문성을 유지하되 일반 소비자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메이크업 라인을 고안한 것이다. 다양한 피부 톤을 아우르는 40가지 셰이드의 파운데이션, 직관적 텍스처, 실용적인 조합이 가능한 팔레트 구성이 대표적이다. 런웨이와 촬영 현장의 모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여성들이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순간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던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피터 필립스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러나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목격한 ‘변신의 순간’에 매료되어, 메이크업이라는 새로운 창작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다. 특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며 영감을 주고받았는데, 이날 그와 나눈 백스테이지의 흥미로운 경험담도 공유했다. 하우스 브랜드의 수장임에도, 그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그리는 비전을 실현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쇼와 컬렉션 피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간결하되 임팩트 있는 하모니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그의 이런 면모는 사실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것이다. 그는 메이크업만이 주목받도록 하기보다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백스테이지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실오라기 하나도 세세하게 캐치하며 조화로운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그가 오랜 시간 디올이라는 거대한 브랜드의 수장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이런 섬세한 미감과 이타적인 마음 덕분이 아닐까.
피터 필립스의 이번 한국 방문은 단순한 브랜드 홍보를 넘어, 피터 필립스라는 인물이 창작자로서 지켜가는 철학과 뷰티를 통한 예술적 표현의 깊이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디올 뷰티가 추구하는 ‘진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중심에 피터 필립스가 어떤 방식으로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