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트레일러가 이렇게 영화로울 수 있나요? 금일 자정, 에스파의 6번째 미니 앨범 <Rich Man>의 시네마틱 트레일러 ‘I am a Rich Man’이 공개됐습니다.

영상에는 예상치 못한 반가운 얼굴, 배우 구교환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죠. 그로테스크한 표현과 독특한 미감으로 가득한 영상의 연출은 이옥섭 감독이 맡았습니다. 독보적인 세계관을 지닌 에스파와 블랙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2X9의 만남. 이번 트레일러는 두 감각이 맞닿았을 때 탄생하는 새로운 온도를 분명하게 보여줬죠.

I am a Rich Man

영상의 무대는 차가운 공기와 적막이 감도는 냉동창고 안의 볼링 레인입니다. 다소 비정상적인 이 공간 속에는 납치된 듯한 설정 아래 구교환과 에스파 멤버 네 명이 함께 있죠.

유튜브 ©ae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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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구교환이 포박된 채 정신을 잃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숨죽인 듯한 고요 속에서 네 명의 소녀가 그를 깨우기 위해 다가서죠. 정신을 차린 구교환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서서히 무너져가고 그와는 달리 에스파는 지나치게 침착하고, 심지어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이 극단적인 감정의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장면 전체를 서서히 압도합니다.


이윽고 카리나는 얼음으로 만든 무기로 구교환의 포박을 풀어 그를 해방시킵니다. 또, 몸이 꽁꽁 언 그를 위해 멤버들은 그가 몸을 녹이고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닝닝을 필두로 그의 아픈 과거를 위로하는데요. 영상은 마지막에 이르러 눈을 감고 우주로 향하는 듯한 다섯 인물과 텅 빈 컨테이너를 비추며 마무리됩니다. 현실과 비현실, 차가움과 따뜻함, 공포와 위로가 병치된 이 기묘한 감정선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정교하게 펼쳐 보이죠.

Who is the Rich Man?

유튜브 ©aespa

에스파가 이번 앨범에서 내건 슬로건은 “I am enough as I am. I am a Rich Man.(지금 이대로의 나로 충분해. 내가 바로 ‘Rich Man’이야.)” 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Rich’는 부나 명예, 물질적 조건의 지표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주체성을 의미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트레일러는 냉동 컨테이너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타인의 상처를 감싸 안는 여유를 ‘부’의 또 다른 정의로 제시하고 있죠. 에스파는 이번 앨범을 통해 단순한 콘셉트의 변주를 넘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Rich’의 감각을 어떤 서사보다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이옥섭과 구교환, 그리고 2X9라는 감각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이 트레일러가 유독 인상적으로 남는 데는 이옥섭 감독의 연출이 큰 몫을 했는데요. 그의 대표작 <메기>에서처럼,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장치들 기묘한 유머가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2X9‘는 감독 이옥섭과 배우 겸 감독 구교환이 함께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듀오로, 유튜브 채널 ‘2x9HD’에서 자체 단편과 실험적 영상들을 꾸준히 공개해 왔죠. 두 사람은 오랜 연인 관계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독립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 필름을 통해 상업성과 개성을 절묘하게 아우르는 자신들만의 연출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주로 구교환이 주연을 맡고 이옥섭이 연출을 담당하는 구조는 하나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죠. 그런 이들에게도 케이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나온 이 특별한 시너지는 에스파와 2X9 모두에게 새로운 확장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파는 오는 9월 5일 미니 6집 ‘Rich Man’으로 컴백을 앞두고 있으며, 2X9와 함께한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에스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