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장면은 때로 한 벌의 옷으로 완성된다. 영화가 빛과 움직임으로 인물을 이야기한다면, 패션은 실루엣과 질감으로 캐릭터를 그려낸다. 이처럼 스크린 속 옷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한 인물의 감정과 시대를 품은 또 하나의 언어다. 영화와 패션이라는 두 세계는 그렇게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시대의 미학을 함께 써왔다. 그리고 샤넬은 긴 세월 동안 그 교차점의 중심에 있었다. 1931년,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은 영화 프로듀서 사무엘 골드윈의 초청으로 할리우드를 찾았다. 그가 창조한 자유로운 실루엣과 절제된 우아함은 스크린 속 여성의 이미지를 바꿔놓았고, 그렇게 시작된 샤넬과 영화의 인연은 지금도 하우스의 중요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이후로도 샤넬은 다양한 영화인과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그 관계를 확장해왔으며, 2022년부터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파트너로서 여성 영화인과 창작자의 예술적 비전을 지지하며 영화와 패션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와 공동 제정한 ‘까멜리아상’은 여성 영화인의 창의성과 예술적 기여를 조명하는 상징이 되었고, 마리끌레르가 주관하는 ‘마리끌레르 아시아 스타 어워즈’를 후원하며 아시아 전역의 배우와 감독, 그리고 젊은 창작자들의 발자취를 비추고 있다. 그 서사는 올해 제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시금 빛을 발했다. 빛과 바다, 그리고 스크린이 맞닿은 부산의 밤. 레드카펫 위에서는 세 배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샤넬의 미학을 표현했다. 리본 디테일이 돋보이는 2025/26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플리츠 드레스를 입은 배우 이유미는 차분한 미소로 레드카펫을 밝혔다. ‘루반’ 하이 주얼리 이어링과 링이 움직임마다 섬세한 빛을 더하며 은은한 아름다움을 배가했다. 배우 김민하는 블랙과 화이트가 교차하는 2025/26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그래픽 드레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N°5’와 ‘루반’ 파인 주얼리를 믹스 매치한 룩은 클래식과 모던이 공존하는 조화로 그만의 강렬한 존재감을 완성했다. 배우 전소니는 자수 레이스가 부드럽게 빛을 머금은 2024/25 공방 컬렉션 드레스를 선택했다. 여기에 볼드한 이어링과 브레이슬릿으로 존재감을 더하며 절제된 실루엣 안에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샤넬의 영화적 순간은 부산을 넘어 전 세계 영화제의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칸영화제에서 김고은은 블랙 트위드 점프수트에 ‘꼬메뜨’ 하이 주얼리 이어링과 링을 더해 별빛 같은 섬세한 광채를 자아냈다. 마가렛 퀄리는 파우더 핑크 실크 크레이프와 시폰으로 제작한 커스텀 드레스를 입고 ‘까멜리아’ 파인 주얼리 이어링과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하이 주얼리 링을 매치해 부드러운 실크의 질감 위로 빛의 결을 이뤘다. 한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는 틸다 스윈튼이 화이트 실크 크레이프 블라우스와 블랙 미카도 실크 스커트로 절제된 실루엣을 선보였다. ‘N°5’ 하이 주얼리 링과 ‘트위드 드 샤넬’ 하이 주얼리 링이 이루는 구조적인 빛의 조화는 그의 모노톤 룩에 품격을 더했다. 레드카펫 위에서도 한 벌의 옷은 마치 영화처럼 하나의 장면을 강렬하게 완성한다. 샤넬은 그렇게 시대와 도시를 넘어, 영화가 시작되기 전 첫 장면을 만들어왔다. 그 순간들은 오늘날의 칸의 빛과 베니스의 물결, 그리고 부산의 밤하늘 아래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