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와 뎀나 바잘리아, 라 파밀리아와 더 타이거.
2025년 9월, 뎀나의 구찌 데뷔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개됐습니다. 전통적인 런웨이 쇼 대신, 30분 분량의 단편 영화 ‘더 타이거(The Tiger)’ 속 다층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컬렉션을 드러낸 선택은 ‘뎀나 구찌’의 새로운 시대를 공표하는 장치였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연 첫 번째 챕터는 ‘가족’, 즉 ‘라 파밀리아’라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후 공개된 캠페인 ‘구찌: 라 파밀리아(La Famiglia)’ 역시 그 흐름을 이어갑니다. 캠페인은 여러 인물 군상을 포착한 가족 앨범처럼 구성되었고, <Miss Aperitivo>, <L’Influencer>, <La Bomba>, <Primadonna> 등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지닌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구찌다움’을 드러냅니다.

룩이 처음으로 공개된 영화 <더 타이거>는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와 할리나 레인(Halina Reijn)이 공동 연출을 맡았습니다. 데미 무어(Demi Moore)가 연기한 가상의 인물 바바라 구찌는 구찌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한 가족의 중심 인물로, 브랜드의 명성을 지키는 동시에 어머니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합니다. 영화는 균열 위에 선 가족이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전개되는데요. 현재 뎀나가 마주한 상황과도 겹쳐 보이기도 하죠.
새로운 출발선에 선 뎀나 바잘리아 역시 고군분투하는 바바라 구찌 일가처럼 새로운 길에 대한 해답을 명확히 내려야 했습니다. 톰 포드(Tom Ford)가 구축한 관능적이고 대담한 전성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이끈 보헤미안적이고 자유로운 미학 이후, 구찌는 또 다른 언어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뎀나는 과거를 단절하거나 반복하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시대의 구찌를 잇되 그 위에 새로운 유산을 쌓는 식으로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라 파밀리아는 도발적이면서도 익살스럽고, 동시에 브랜드가 축적해 온 유산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정체성과 동시대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합니다.






이번 컬렉션은 구찌의 상징인 GG 모노그램과 밤부 백, 홀스빗 로퍼 등을 재해석하며 과거의 아이코닉한 순간들을 복기합니다. 뎀나 바잘리아의 구찌는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의 담담함이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극적인 장식성을 모두 걷어내고, 뎀나 특유의 감각으로 다시 정립된 실루엣과 구조, 착용 방식에 집중한 룩을 선보였는데요. GG 모노그램과 로고 디테일은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되었으며, 홀스빗 로퍼는 클래식한 볼륨을 덜어내고 날렵한 라스트와 얇은 솔로 재구성됐죠.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 눈여겨볼 아이템은 오버사이즈 코트와 몸에 밀착되는 날렵한 레더 셋업, 장식을 최소화한 테일러드 룩입니다. 유산과 실험 사이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탄생한 뎀나의 구찌는 보다 더 과감하게 하우스의 유산을 드러내죠. 간결하지만 정교한 인물들로 구성한 라 파밀리아 캠페인은 구찌의 정체성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암시하는 첫 번째 챕터입니다. 오는 2월 공개될 뎀나의 데뷔 패션쇼는 이 서막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자연스레 기대를 높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