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이 그리는 미래로의 회기.
1월 20일(현지 시각), 파리 불로뉴 숲의 자르뎅 다클리마타시옹. 루이 비통 2026 F/W 맨즈 컬렉션은 빠르게 소모되는 유행 대신 오래 보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의 지속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루이 비통 맨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이번 시즌 꺼내 든 주제는 ‘TIMELESS’.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미래가 아닌 일상에 필수적인 옷으로서의 미래적인 옷 입는 방식을 제안했죠.
쇼의 무대는 울창한 정원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프리패브 하우스, ‘DROPHAUS’. 퍼렐이 건축 스튜디오 ‘Not A Hotel’과 함께 설계한 이 구조물은 타임리스한 주거 개념을 제시합니다. 집을 형상화한 ‘DROPHAUS’는 컬렉션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방울’의 형상에서 영감받았으며 내부 공간은 퍼렐이 쇼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HOMEWORK’ 가구로 꾸며졌죠. 컬렉션의 콘셉트는 공간 연출을 통해 시각화되고, 여기에 루이 비통 마스터 퍼퓨머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가 개발한 향이 더해지며 정원의 후각적 요소마저 쇼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이번 시즌 패브릭 디자인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는데요. 퍼렐은 미래의 옷차림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기능성과 내구성,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옷. 즉, 기능과 사부아 페르(기술,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맞물린 ‘타임리스 텍스타일’이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죠. 하운즈투스와 헤링본 그리고 체크와 같은 전통적인 신사복 패턴은 기술 섬유로 재해석되어 빛에 반응하고, 실크와 샴브레이 셸 재킷에는 방수·발수 기능이 더해졌습니다. 알루미늄 텍스타일은 셔츠부터 아우터까지 다양한 클래식 원단에 접목되어 움직임에 따라 형태를 조형합니다. 이 외에도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난 포멀·캐주얼 원단들이 컬렉션 전반에 사용되며, 눈에 띄는 장식보다 구조와 소재에서 힘을 얻는 옷들을 선보였죠.
한편, 옷의 실루엣은 퍼렐이 말하는 ‘미래의 댄디’를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2020년대를 상상했던 1980년대의 시선이 담긴 레트로-퓨처리즘을 클래식한 테일러링과 여유로운 볼륨을 더한 실루엣으로 풀어냈습니다. 거기에 리버서블 나일론 수트, 빈티지 무드의 파카, 테일러링과 함께 레이어드된 네오-댄디 모크넥 이너웨어까지. 퍼렐은 지속되는 것과 진화하는 것 사이에서 미래를 정의합니다. 컬러 팔레트 역시 전통적인 남성복의 톤을 바탕으로 레드와 오렌지, 블루가 간결한 포인트로 등장하며 컬렉션에 리듬을 더했죠.
룩의 디테일에서는 루이 비통 특유의 장난기가 빛납니다. 트롱프뢰유(착시효과) 기법으로 완성된 아이템들은 보는 이의 감각을 교묘하게 속이죠. 워크 팬츠처럼 보이는 염색된 비쿠냐 더블 페이스 원단, 나일론처럼 연출된 실크 턱시도, 밍크처럼 보이는 타월 질감의 블루종까지 촉감과 시각의 간극을 활용한 아이템들이 이어집니다.
캐스팅 또한 이번 컬렉션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쇼에는 하우스 앰배서더 뱀뱀이 직접 런웨이에 올라 퍼렐이 그리는 ‘미래의 댄디’를 보여줬는데요. 이 밖에도 쇼에 참석한 세븐틴 디에잇과 배우 공유는 각각 절제된 테일러링과 여유 있는 태도로 컬렉션의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시선을 모았죠. 음악과 퍼포먼스, 연기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같은 컬렉션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장면은 루이 비통 남성복이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유연하게 확장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루이 비통 2026 F/W 맨즈 컬렉션은 장인정신과 과학적 혁신으로 완성된 지속 가능한 형태를 미래의 옷차림으로 제안하죠. 퍼렐은 이번 쇼를 통해 질문합니다.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가고 소모되는 시대에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명확합니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오래 기억될 태도 그리고 시간을 견디는 효용성과 스타일. 파리에서 공개된 이번 컬렉션은 그 답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