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콘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어 에이콘(eikon, 초상, 상징적 형상)에서 유래한 이 단어 는 불가리에 단순한 상징이나 시각적 기호가 아니라 시간과 경험을 통해 축적된 세계관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로만 하이 주얼러로서 쌓아온 유산은 디자인으로만 남기보다 점차 확장되고 발전하는 의미로 구현돼왔고, 이 뜻깊은 유산은 매 시즌 새로운 언어로 재해석된다. 불가리 가죽 &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카트란주는 이러한 흐름 위에서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미학을 미노디에르라는 형식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는데, 섬세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불가리 아이콘즈 미노디에르(Bvlgari Icons Minaudière) 컬렉션은 주얼리와 액세서리는 물론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하나의 문화적 제안이다.
휴대폰조차 담기지 않는 작은 크기의 미노디에르 컬렉션 백은 실용성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다소 비현실적 오브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가리는 그 제한된 형식 안에 의미와 기억, 문화를 충실히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미노디에르는 단순히 소지품을 담는 이브닝 백이 아니라, 장인정신과 브랜드의 서사가 조화롭게 결합된 하나의 오브제로 기능한다. 그리고 가방을 드는 행위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 가치와 경험을 지닌다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이번 컬렉션은 불가리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아이콘에서 출발한다. 고대 로마 동전을 현대적 비율로 확장한 모네떼(Monete)는 시간의 층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유려한 곡선 구조의 투보가스(Tubogas)는 메탈 볼륨과 소재의 긴장감을 강조한다. 카라칼라욕탕의 모자이크에서 기원한 디바스 드림(Divas’ Dream)은 인레이 기법으로 건축적 리듬을 담아내고, 자개 인타르시아로 완성한 불가리 불가리(BVLGARI BVLGARI)는 원통형 실루엣 안에 메종의 로고와 구조미를 응축했다. 세르펜티(Serpenti)는 불가리 주얼리의 상징인 뱀의 머리를 조형적 오브제로 재해석하며, 컬렉션 가운데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각각의 모티프는 메탈 미노디에르라는 형식 안에서 새롭게 구성되며 불가리 특유의 미학 언어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제작 방식 또한 주얼리 하우스다운 접근을 따라 눈길을 끈다. 로스트 왁스 주조 기법으로 형태를 정교하게 구현하고, 핸드 에나멜링과 파베 세팅, 애미시스트와 타이거아이, 마더오브 펄, 말라카이트 등 다양한 컬러 스톤 인레이가 더해진다. 모든 클로저에는 카보숑 스톤을 세팅해 기능적 요소마저 장식의 일부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섬세한 체인이 더해지며, 미노디에르는 손에 드는 순간 하나의 하이 주얼리처럼 인식된다. 액세서리가 다시 주얼리의 위상을 획득하는 순간이다. 이번 컬렉션은 불가리 최초의 밤을 위한 라인이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여 희소성까지 갖춘 라인이다. 아카이브의 미니어처 핸드백에서 영감 받아 오리지널 비율을 현대적으로 재현했으며, 미노디에르와 미니어처 바니티 두 가지 사이즈로 전한다. 크기와 용도를 넘어 소장 그 자체의 의미가 강조되는 이유다.


이번 파리 오트 쿠튀르 위크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배경으로 진행한 행사는 이러한 불가리 메종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지식과 기억, 문화유산을 상징하는 이 장소는 불가리가 말하는 ‘캐링 컬처(CarryingCulture)’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무대가 되었다. 고요하고 장엄한 공간에서 진행한 컬렉션 프리뷰는 미노디에르가 지닌 상징성과 서사를 자연스럽게 환기했고, 이후 이어진 프라이빗 디너와 퍼포먼스는 주얼리와 액세서리, 예술과 문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하나의 경험을 선사했다. 행사는 단순히 론칭을 알리는 것을 넘어 컬렉션의 철학을 체감하게 하는 장면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특히 각 미노디에르의 실루엣에 맞춰 제작한 마이크로 북은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 장치라 할 수 있다. 작은 가방 안에 쏙 들어가는 이 책들은 각기 다른 여성의 관점과 사유를 담아내며, 미노디에르를 ‘지성의 오브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불가리는 창립 초기부터 이어온 조화와 결합의 태도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세계관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하우스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문화는 경험에서 비롯되며, 이 경험은 가장 응축된 형태로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5명의 여성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구체화한다. 배우 김지원은 절제된 태도와 균형 잡힌 인상을 통해 미노디에르가 지닌 내면적 깊이와 정서적 밀도를 조용히 드러냈다. 이는 이번 컬렉션이 아름다운 장식품을 넘어 개인의 감정과 기억, 나아가 삶의 태도까지 담아내는 그릇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불가리 아이콘즈 미노디에르 컬렉션은 희소성 있는 이브닝 백을 넘어섰다. 가장 작은 백 안에 가장 밀도 높은 미학적 세계를 담아내며, 액세서리를 통해 불가리가 말하는 문화와 가치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손에 쥐는 순간, 그것은 일상의 소지품이 아니라 축적된 시간과 의미를 지닌 ‘아이콘’으로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