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김 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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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nona

쇼를 보는 내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이먼 홀러웨이가 선보이는 아뇨나의 컬렉션은 매번 고급스러운 소재와 날렵한 테일러링, 감각적인 색상 조합으로 마음을 사로잡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도 어김없이 삼박자가 완벽한 합을 이룬 런웨이로 에디터를 비롯한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데님과 시어링 퍼 톱의 조합은 탁월했고, 부드러운 퍼 코트들은 멀리서도 우아한 광택을 발했다. 모든 옷이 예쁘고 완성도가 높았지만 스타일링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위트 있는 퍼 슬리퍼와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를 매치한 점과 니트를 어깨에 두르듯 연출한 솜씨는 컬렉션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 포인트.

Antonio Marras

사르데냐의 식물학자 에바 마멜리와 독일의 저명한 댄서 피나 바우슈를 비롯한 뮤즈들이 등장해 한 편의 그림 같은 쇼를 선보인 안토니오 마라스. 전반적인 흐름에서 디자이너의 고집스러운 철학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매 시즌 하우스의 무드 보드를 가득 채우는 플라워 모티프는 톤 다운된 컬러의 섬세한 자수와 브로케이드 디테일로 그려졌고, 곳곳에 등장한 체크와 레오퍼드 룩은 런웨이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어떤 룩도 허투루 하지 않은 성실함이 돋보이는 옷은 피날레에 등장한 댄서들의 퍼포먼스 덕분에 한층 우아하고 아름답게 돋보였으니, 안토니오 마라스의 퍼포먼스 무대는 밀라노 컬렉션의 백미로 기억될 듯.

Vivetta

비베타식 위트와 로맨틱한 이야기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된다. 1940년대에 흥했던 서커스를 모티프로 한 새로운 무대에는 비베타의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했는데, 색색의 자수로 피에로의 얼굴을 표현한 룩, 스트라이프 드레스와 셔츠, 섬세한 꽃을 수놓은 레이스 원피스, 마카롱 컬러의 퍼 코트 등 낭만적인 기운이 물씬 풍기는 옷을 선보였다. 그녀의 전매특허인 깜찍한 프릴 장식 원피스를 비롯해 번쩍이는 레더 점프수트와 팬츠, 대범한 레오퍼드 프린트 코트로 강약을 조절한 명민한 감각 역시 칭찬할 만했다. 디자이너의 유쾌한 태도가 투영되었기 때문일까?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룩은 관객들에게 싱그러운 에너지를 전했다.

Stella Jean

정치적 메시지를 전한 많은 디자이너들처럼 스텔라 진 역시 가을·겨울 컬렉션을 맞아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을 쇼의 주제로 정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죠.” 그녀는 과거의 시대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특유의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희망을 노래했다. 밀리터리 메달을 장식한 페이크 퍼 코트와 카키 재킷을 필두로 컬러풀한 드레스, 자연 풍경을 프린트한 에이프런과 케이프 원피스, 이국적인 패턴으로 장식한 스커트의 향연이 이어졌다. 한편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아픔을 겪는 지역과 협업해 화제를 모았는데, 다마스쿠스 출신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가방과 움브리아에서 날아온 핸드메이드 니트 등이 그 예다. 거두절미하고, 스텔라 진의 사려 깊은 태도와 시의적절한 메시지가 깊은 인상을 남긴 쇼.

Diesel Black Gold

“1990년대에 볼프강 틸만스와 유르겐 텔러가 찍은 <i-D> 매거진의 화보를 떠올렸어요. 꾸밈없이 거칠고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가 담긴 사진들이요.” 디자이너의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구성한 새 컬렉션은 쿨한 그런지 무드가 넘실댔다. 블랙과 브라운을 주조로 한 니트 롱 스커트, 시어링 퍼 코트,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한 룩 등 디젤 블랙 골드의 아이덴티티와 맞닿은 옷들이 선물처럼 쏟아졌다. 탁월한 테일러링으로 탄생한 컬렉션은 더없이 모던하면서도 실용적인 형태로 관객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특히 데님 롱 스커트와 무통 재킷, 부드러운 니트 터틀넥의 조합은 에디터가 사심 담아 고른 베스트 룩.

Au Jour le Jour

밀라노의 핫 레이블로 떠오른 오주르 르주르를 사로잡은 건 바로 ‘현대판 공주’. 이솝 우화 <늑대와 어린 양>과 <여우와 포도>에서 채집한 요소가 사랑스러운 엠브로이더리 터틀넥 스웨터와 데님, 로맨틱한 시스루 튈 드레스, 독특한 커팅을 더한 코트와 각종 파자마 룩에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이 중 미르코 폰타나와 디에고 마르케스가 힘을 쏟은 파자마 라인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 서정적인 보태니컬 프린트와 간결한 스트라이프 패턴을 더한 실크 파자마에 몽골리안 퍼 스톨을 매치한 룩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

MSGM

데이비드 린치의 TV 쇼 <트윈 픽스(Twin Peaks)>를 상상하며 컬렉션을 구상했다는 마시모 조르제티는 특유의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음울한 스릴러 드라마를 참신하게 재구성했다. 매 시즌 빠지지 않는 애시드 컬러에 기하학적인 지그재그 패턴, 로맨틱한 플라워 패턴과 레이스 원단을 중심으로 유연한 실크 드레스와 수트, 오버사이즈 니트와 데님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 캐주얼한 알파벳 패치 장식 캡과 로고 프린트 스웨트셔츠로 균형을 맞춘 부분도 주목할 만했다. 에밀리오 푸치와 MSGM을 동시에 이끌며 베테랑 디자이너로 거듭난 마시모 조르제티의 행보에 박수를!

Fausto Puglisi

이탈리아 영화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에 심취했다는 파우스토 푸글리시. 감독을 향한 깊은 애정은 종교적인 분위기와 경쾌한 스트리트 스타일, 이탈리아의 명화를 닮은 고전미가 혼재한 결과물로 탄생했다. 파우스토 푸글리시를 상징하는 커다란 태양 문양 역시 빠지지 않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색창연한 벨벳과 엠브로이더리 룩, 컬러 블로킹 드레스, 가죽 재킷과 주얼 장식 보머 재킷으로 채워졌다. 또 모든 룩에 매치된 커다란 햇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스타일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참신한 시도는 부족했지만 파우스토 푸글리시의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한 룩으로 찬사를 받은 쇼였다.

Giorgio Armani

디자이너가 프로그램 노트에서 밝혔듯 새 시즌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을 관통하는 테마는 바로 ‘일관성의 다양성’ 이다. 일견 모호하게 들리는 주제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무대를 마주하자 그의 의도를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구성하는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유지하되 동시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코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 특히 팬츠의 활약이 인상 깊었는데,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와이드 팬츠, 린 팬츠 등 온갖 팬츠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다채로운 재킷과 완벽한 합을 이뤘다. 물론 시퀸과 색색의 구슬, 서정적인 자수와 비비드한 컬러의 프린지 장식으로 강약을 조절한 점 역시 돋보였으니, 거장의 녹슬지 않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컬렉션이었다.

Aquilano. Rimondi

개인적인 품평을 먼저 전하자면, 아퀼라노 리몬디의 최근 컬렉션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컬렉션이라 할 만했다. 참신하고 새로운 면모는 다소 부족했지만 최신 트렌드와 적절히 맞물린 웨어러블한 옷이 가득했으니까. 특히 둥글고 큰 어깨가 특징인 매스큘린 수트와 니트 톱, 페미닌한 요소를 담은 셔츠, 클래식한 체크 패턴을 가미한 아우터, 비대칭 헴라인이 독특한 미디스커트는 여성들의 옷장에 꼭 있어야 할 실용적인 아이템이니 말이다. 여기에 허리를 조인 벨트나 은은하게 반짝이는 시퀸과 메탈 장식으로 관능적인 파티 룩 또한 잊지 않았다. 한마디로 존재감은 미약했지만 사고 싶은 현실적인 옷이 줄줄이 이어진 쇼.

Missoni

도널드 트럼프의 각종 문제적 발언(!) 이후, 패션계에서 그의 편파적인 사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젤라 미소니 역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객석에 놓인 핑크색 니트 모자가 이를 대변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서로 안전하게 이어줄 연결 고리가 필요합니다.” 그녀의 이러한 언급처럼 유대감을 중시한 이번 컬렉션은 에이즈 협회의 심벌을 구현한 핑크색 트라이앵글 패턴과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프린트를 더한 룩을 중심으로 하우스의 미학을 성실히 계승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정 메시지에 집중하다 옷의 본질을 잊지 않을까 염려한 에디터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었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 미소니답고 완성도 높은 옷으로 근사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Sportmax

막스마라가 관능적이고 우아한 페미니즘을 주창한 반면, 시스터 브랜드 스포트막스는 한층 가볍고 캐주얼한 스포티즘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흥미로운 건 전형적이고 예상 가능한 스포티 룩이 아니라 오피스 룩으로 손색없을 모던한 디자인으로 변주 되었다는 점이다. 브랜드 로고와 레터링을 더한 스웨트셔츠와 트러커 재킷, 오버사이즈 니트, 스트링 장식 윈드브레이커 재킷 등 스트리트와 체육관을 오가는 여성들에게 어울릴 룩이 총출동한 것. 여기에 짝지어진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가죽 크롭트 팬츠, 후반부를 장식한 블랙 앤 화이트 드레스 또한 폭넓은 취향의 고객을 두루 만족시킬 듯했다.

Etro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패션계에서 하우스의 신념을 고집스럽게 지켜내는 에트로. 페이즐리 프린트와 목가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에트로는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자유로운 여행자를 테마로 한 보헤미안 룩으로 런웨이를 풍성하게 채웠다. 쇼장 입구부터 마주한 만화경 프린트와 페이즐리, 플라워, 색색의 스트라이프는 보헤미안풍 드레스와 파카, 넉넉한 수트 룩에 유연하게 아롱졌다. 이러한 반복적인 흐름이 조금도 지겹거나 뻔하지 않은 건 바로 디자이너의 명민함 덕분이다. 요즘 유행하는 스트리트 무드를 은근하게 녹여낸 시어링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팬츠, 실크 파자마 룩은 젊은 여성들이 환호할 만큼 매혹적이었으니까. 특히 누비 패치워크 로브와 시어링 재킷은 당장 데님 팬츠와 함께 입고 싶을 정도로 탐나던 아이템.

N°21

알레산드로 델라쿠아의 전매특허인 페미니티 코드가 유감없이 발휘된 쇼. 이번 시즌 넘버21의 무드 보드를 가득 채운 아이콘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여배우 안나 마냐니다. 영화 <장미 문신(The Rose Tattoo)> 속 그녀의 스타일을 동시대적으로 재구성한 이번 컬렉션에는 강렬한 레드 컬러의 시스루 드레스, 트위드 수트, 어깨를 드러낸 커다란 니트와 센슈얼한 미디스커트가 줄을 이었다. “그녀는 관능미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여성이죠.” 이러한 관능미는 사랑스러운 주얼 액세서리와 퍼 장식, 유니크한 해변 프린트를 더한 소녀 같은 룩을 통해 한껏 드러났다. 매니시한 수트와 캐주얼한 보머 재킷조차 달콤하고 사랑스러웠으니, 올 가을과 겨울 데이트 룩으로 손색없을 듯.

Emilio Pucci

시종일관 경쾌한 애시드 컬러와 그래픽적 페이즐리 문양이 뚜렷한 존재감을 발한 에밀리오 푸치의 컬렉션. 마시모 조르제티는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채집한 요소에 자신의 젊고 참신한 에너지를 주입한 무대로 관객에게 싱그러운 기운을 선사했다. 애시드 그린과 핑크, 탄제린 오렌지 컬러와 고전적인 페이즐리 문양이 예상치 못한 조합을 이뤘고, 바닥까지 끌리는 프린지 장식 플로피 햇과 메가 사이즈 네온 백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스타일링. 베트멍과 발렌시아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터틀넥 드레스와 빅 백의 등장은 디자이너의 의도를 되묻게 하는 모호한 옥‘ 에 티’였다.

Salvatore Ferragamo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이고 페미닌한 무드는 이번 살바토레 페라가모 쇼를 관통하는 요소다. 움직일 때마다 굽이치는 우아한 실루엣, 다채로운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테크닉이 돋보이는 룩이 연이어 등장했으니. 대대손손 물려 입어도 질리지 않을 클래식한 투피스를 시작으로 유연한 라인의 드레스와 매니시한 수트가 쇼의 중심을 견고하게 지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카이블루와 핑크 등의 감각적인 컬러와 과감하게 재구성한 칼라와 후드, 적재적소에 더한 레오퍼드 패턴이 쇼에 부드러운 리듬감을 부여했다. “다이내믹하고 럭셔리한 동시에 편안하고 센슈얼하죠.” 풀비오 리고니의 설명처럼, 여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겸비한 이번 룩은 새 시즌 불티나게 팔리지 않을까.

Moschino

매해 전 세계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폐기물과 쓰레기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독특한 리사이클링 룩을 선보인 제레미 스캇. 쇼의 전반부를 채운 캐멀 컬러 룩은 박스의 주재료인 골판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취급 주의’를 비롯한 위트 넘치는 레터링을 더한 투피스와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티셔츠로 구현됐다. 여기에 더해 드라이클리닝 포장지, 폐타이어, 비닐봉지와 샤워 커튼 등 각양각색의 폐기물을 쿠튀르 무드로 리사이클링한 참신한 면모 역시 돋보였다. 또한 모스키노에 빠질 수 없는 팝 프린트를 가미한 스트리트 무드의 룩이 자칫 뻔해질 수 있는 런웨이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니, 제레미 스캇의 위트와 감각이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한 무대로 기억될 듯.

Tods

“토즈가 예술 분야와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길 바랍니다.” 토즈의 CEO 디에고 델라 발레의 포부는 이번 시즌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마스 드 팔코(Thomas de Falco)와 함께한 특별한 무대로 시작됐다. 나오미 캠벨을 비롯한 모델들의 누드 퍼포먼스를 구경한 후 쇼장에 들어서자 알레산드라 파키네티의 빈자리를 채운 디자인팀의 무대가 쇼의 시작을 알렸다. 토즈의 새 시즌 컬렉션은 한마디로 당장 입고 싶은, 고급스러운 소재를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룩의 향연.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퍼펙토 재킷과 미디스커트, 섬세한 커팅을 가미해 완성도를 높인 레더 톱과 팬츠, 퀼팅 재킷과 보온성이 탁월한 유틸리티 재킷 등 F/W 시즌을 겨냥한 옷들이 관객의 마음을 홀렸다. ‘가죽의 명가’답게 레더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점이 가장 돋보였는데, 얇고 부드러운 캐멀 컬러 가죽 셔츠와 스커트의 조합은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위시 아이템 1순위로 등극했다.

Dolce & Gabbana

#DGfamily, #DGmillennials 등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운 해시태그와 팝 스타 오스틴 머혼의 흥겨운 무대를 배경으로 돌체 앤 가바나의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인스타그래머, 패션 블로거, 뮤지션, 배우와 모델을 필두로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등장한 이번 컬렉션은 돌체 앤 가바나가 내세운 뉴‘ 르네상스 컬렉션’이라는 주제에 완벽하게 부합했다(오스틴 머혼 역시 유튜브를 거쳐 세계적인 팝 스타로 거듭난 인물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아이콘들이 가족과 함께 런웨이에 올랐고, 돌체 앤 가바나를 상징하는 호화로운 플라워와 레오퍼드 패턴의 원피스, 고전 영화의 여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자수 장식 레이스 드레스와 관능적인 란제리 룩, 거대한 퍼 아우터가 흥겨운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돌체 앤 가바나의 파티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Bottega Veneta

시류에 편승한 디자이너들이 입을 모아 유스 컬처와 스트리트 웨어를 주창하지만 토마스 마이어는 이러한 흐름을 뒤로한 채 묵묵히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우아한 실루엣과 완벽한 테일러링을 앞세워 한 편의 누아르 영화 같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케치의 유연한 펜슬 마크처럼 그린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습니다.” 디자이너가 덧붙이듯 모델 에바 헤르지고바의 오프닝 룩을 필두로 잘록한 허리, 둥근 힙, 봉긋한 어깨를 강조한 각종 아우터와 조퍼스, 이브닝드레스가 런웨이를 부드럽게 유영했다. 얼핏 보면 1940년대 무드가 가득하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현시대 여성들이 환호할 만한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서정적이고 우아하면서도 일상에 어울릴 편안한 스타일, 이것이 바로 토마스 마이어가 추구하는 ‘진정한 스트리트 웨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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