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김 미강

이 저자는 아직 상세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So far 김 미강 has created 337 blog entries.

Marni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의 후임으로 발탁된 프란체스코 리소라는 새로운 이름을 기억해야 할 때다. 프라다에서 실력을 쌓은 그는 마르니에 젊고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적임자로 화제를 모았다. “제 주위의 멋쟁이 이탈리아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여기에 1970년대 느낌을 가미했죠.” 그가 설명하듯 새로운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런웨이는 레트로 무드를 기반으로 한 과장된 실루엣과 컬러, 현란한 주얼 장식이 어우러진 모습이었고, 마르니만의 아이코닉한 플라워 프린트와 위트 있는 장식을 더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총평은? 새롭고 참신한 무대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2퍼센트 부족했지만, 여성들이 선호할 페미닌 룩을 ‘마르니스럽게’ 성실히 연구하고 구현한 쇼.

Max Mara

고급스러운 윤기가 흐르는 막스마라의 코트는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궁극의 클래식 아이템이 아닐까. 아닌 게 아니라 올 가을과 겨울을 위해 막스마라의 런웨이를 가득 채운 키 아이템 역시 고급스러운 색감과 소재가 돋보이는 코트다. 하우스의 상징이라 할 캐멀 컬러부터 고혹적인 레드와 블랙, 옅은 그레이로 채색된 캐시미어와 시어링 퍼 룩은 직접 보고 만져보면 감동이 배가된다. 이자벨리 폰타나와 에니코 미할릭을 비롯한 슈퍼모델의 카리스마 넘치는 등장 역시 런웨이에 진중한 무게감을 더했고, 카니에 웨스트와 카린 로이펠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초신성으로 떠오른 할리마 아덴의 히잡 스타일은 쇼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Fendi

한동안 달콤하고 부드러운 동화 속 이야기에 심취하던 펜디가 새로운 계절을 맞아 한층 모던하고 실용적으로 변모했다. 오프닝 룩의 모피 장식 그레이 헤링본 코트를 시작으로 브라운과 레드 계열 퍼 아우터, 넉넉한 면 팬츠, 간결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오버사이즈 코트, 우아한 시스루 드레스 등 세련되면서도 실용적인 옷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한편 하우스의 근간을 이루는 정교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디테일은 컬렉션의 완성도와 럭셔리 무드를 높이는 데 기여했는데, 오스트리아의 목판인쇄와 18세기 이탈리아의 파피에르스 도미노테스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아칸서스 잎 모티프와 섬세하게 커팅한 니트, 굵직한 스티치로 재구성됐다. 더불어 펜디가 야심차게 선보인 ‘더블 핸들 박스 백’ 역시 놓쳐서는 안 될 히트 예감 아이템!

Jil Sander

동시대의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실루엣과 감각적인 색채의 조합이 돋보이는 쇼로 호평을 받아온 로돌포 파글리아룬가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질샌더를 떠난다고 밝혔다. 그간 여성들이 추구하는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준 그는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완벽한 컬렉션을 선보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어깨가 둥글고 커다란 수트와 코트,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펜슬 스커트, 직선 형태로 떨어지는 원피스, 유려한 곡선 실루엣으로 부풀린 니트 드레스의 조합은 하나부터 열까지 몽땅 구입하고 싶을 정도로 탐났으니까. 여기에 더해 라임 옐로, 캐멀, 라이트 블루, 레드 등 온기를 머금은 컬러 팔레트도 신의 한 수였으니, 그의 질샌더 마지막 무대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Gucci

“패션계의 룰이 아닌 저만의 독창적인 미학과 규칙을 따르려 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맥시멀리즘이 그야말로 폭‘ 발’한 이번 구찌 컬렉션은 무려 1백20벌의 룩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남성과 여성을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런웨이에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호화로운 옷이 잔뜩 등장하며 진귀한 재료로 차린 성찬 같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평소 디자이너가 중시하는 이중성과 양면성, 모순되는 요소들이 연‘ 금술사의 정원’ 이라는 테마 아래 컬렉션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했고, 이는 성별의 구분이 모호한 앤드로지너스 스타일과 타성을 뛰어넘은 독창적인 룩으로 구현됐다. 낡은 티셔츠 위에 대담하게 쓰인 ‘Common sense is not that common’이라는 문구가 새 시즌을 위한 1백20벌의 룩을 요약하는 게 아닐까.

Prada

1950~60년대 핀업 걸 프린트와 다양한 영화를 패러디한 포스터,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한 침실처럼 꾸민 쇼장을 배경으로 미우치아 프라다의 페미니티가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지난 맨즈 컬렉션에 등장했던 브라운 코듀로이 수트를 시작으로 깃털과 크리스털, 프린지, 핸드메이드 니트웨어와 칵테일 드레스, 컬러 퍼 아우터 등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레이디라이크 룩이 대거 등장한 것. 도도한 고양이처럼 도발적이면서도 한없이 사랑스러운 무드를 겸비한 이번 컬렉션은 다층적인 매력으로 프라다의 여성상을 그려냈고, 이를 바라보는 여성들은 모두 그 자태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으니! 한마디로 이번 시즌 밀라노를 대표하는 최고의 쇼.

Acne Studios

지난 시즌 1980년대 미국 펑크 밴드에 심취했던 조니 요한슨이 이번 시즌에는 노선을 백팔십도 선회했다. 강렬하고 파워풀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고요한 컬렉션을 선보인 것. 보헤미안 스타일의 카프탄과 튜닉, 유도 팬츠와 점프수트 등을 제안했는데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고 직선적이고 낙낙한 실루엣에 집중한 점이 눈에 띄었다. 색감과 프린트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는데 인디고블루, 페일 블루, 머스터드 옐로, 레드를 메인 컬러로 삼고 페이즐리 프린트를 대거 활용해 보헤미안 무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간의 아크네 스튜디오 스타일과 약간 거리가 있는 듯 보였지만 여름에 몸매 제약 없이 시원하게 입기에는 최고일 듯.

Alexander McQueen

‘유스 컬처’로 점철된 트렌드와 반대 지점에서 올곧은 신념을 고수하는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옷이 없는, 정교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알렉산더 맥퀸은 매번 기대 이상의 컬렉션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쇼다. 새 시즌 사라 버튼에게 영감을 선사한 지역은 스코틀랜드의 셰틀랜드 섬. 그들의 전통문화에서 차용한 카펫을 패치워크한 런웨이 위로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이중적 매력의 룩이 쏟아져 나왔다. 레이스 드레스에 스터드와 징 링이 박힌 가죽 톱을 걸친 룩부터 켈틱 체크 수트, 섬세한 아플리케 시스루 드레스와 고전적인 패치워크 니트웨어로 채워진 컬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어디 이뿐인가. 쇼의 엔딩을 장식한 시퀸 시스루 드레스는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마치 훌륭한 고전 영화를 감상한 듯 진한 여운을 남겼다.

Comme Des Garcons

레이 카와쿠보는 이번 시즌 컨셉트 노트에서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본질에 중요성을 두고 순수한 브랜드의 DNA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쇼를 지켜보는 동안 디자이너의 의도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의 화려하고 거대한 꽃송이들은 온데간데없고 블랙 앤 화이트 일색의(아주 드물게 레드) 근엄하고도 위용 있는 옷들로 채워졌으니. 물론 지금까지 레이 카와쿠보가 많이 보여준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간의 히스토리를 집대성해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한 느낌이라고 할까. 또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한 라인도 눈에 띄었는데, 내년 2월 론칭 예정인 가죽 보디에 새로운 기법으로 만든 밑창을 덧댄 에어 모크(Air Moc)와 오리지널 CDG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에어 베이퍼맥스(Air VaporMax) 는 벌써부터 품절 예감.

Kenzo

마치 진짜 조각상처럼 서 있는 기괴한(!) 퍼포먼스 아티스트들 사이로, 1970년대의 전설적인 클럽 스‘ 튜디오 54’에서 튀어나온 듯한 글램 룩이 펼쳐졌다. 클럽을 누비는 그레이스 존스와 제리 홀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가벼운 파카와 판초, 밀리터리 룩, 시퀸 장식과 메탈 컬러 드레스, 데님으로 모던하게 재구성한 것. 그 시절을 휩쓴 사진가 안토니오 로페즈(Antonio Lopez) 의 작품을 응용한 중반부의 룩들은 디자이너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매개로 기능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한 단계 성숙한 결과물과 완성도로 호평받은 이번 쇼는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옹이 하우스와 비로소 안정적인 유대 관계에 진입했음을 증명하는 뜻깊은 무대였다.

Lanvin

알버 엘바즈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인물, 부크라 자라르의 첫 여성복 컬렉션은 시종일관 우아하면서도 안정적인 노선을 택한 이브닝 룩으로 구성됐다. 고색창연한 오텔 드 빌(Hôtel de Ville)과 완벽하게 어울린 뉴 컬렉션은 롱 스트라이프 셔츠를 매치한 턱시도 수트, 시어한 칵테일 드레스, 풍성한 깃털 장식 원피스와 은은한 광택의 실크 이브닝드레스가 가득했다. 여기에 퍼펙토 재킷과 가죽 베스트를 곁들인 룩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하지만 부크라 자라르에게 하우스의 영업 실적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었을까? 본인의 취향을 살린 페미닌 룩을 성실히 구현한 점은 훌륭했다. 그러나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