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실라 알렉산드르 스프링 인터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실라 알렉산드르 스프링

가죽 제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실라 알렉산드르 스프링.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가? 한국 패션 신의 인상이 어떤지 궁금하다.

2016년에 서울을 처음 방문했는데, 실제 마주한 서울의 모습은 놀라웠다. 탁월한 우아함이 곳곳에 깃들어 있달까. 현재 한국은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 훌륭한 콘텐츠로 주목받지만, 개인적으로는 거리에서 직접 만난 사람들의 태도와 우아한 아우라가 인상깊다. 서울은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보다도 훨씬 세련된 도시이고, 사람들의 옷차림뿐 아니라 헤어와 메이크업 등 스스로를 정성껏 꾸미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즐겁고 ‘인간적인’ 면을 자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과거 다양한 패션 하우스에서 쌓은 경험이 에르메스 가죽 라인을 전개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가?

창의적 디자인뿐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적 언어적 경험을 하며 폭넓은 업무 방식을 습득할 수 있었으니, 나는 운이 매우 좋은 사람이다. 예컨대 뉴욕은 변화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며 재미와 개성이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고, 이는 뉴욕 패션이 동시대의 흐름을 여실히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열정적인 장인들과 함께 오랜 시간 탐구하고 파고드는 유럽에서 일하면서는 인내심과 품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배울 수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쌓아온 시간은 현재 에르메스에서 일하는 데 많은 가르침을 주는데, 노하우와 탁월성을 중시하며 전통과 동시대의 자연스러운 조화에 집중하는 에르메스의 방향성과 연결 고리를 이룬다.

평소 당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대상은 무엇인가?

에르메스는 역사가 길고 깊은 승마 DNA를 지녔으며, 이는 하우스의 가장 주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 클래시시즘과 하이퍼팝처럼 상반되는 두 가지 개념을 연결해 탐색하길 즐긴다. 일상생활과 거리, 여러 관습에 대해서도 늘 주의 깊게 관찰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이 내게 주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결국 영감이라는 것은 언제든 우리에게 마법처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호기심은 창작을 위한 기본 요소니까 말이다.

 

에르메스 백 비주얼

사진가 잭 데이비슨이 촬영한 에르메스 백 비주얼.

에르메스 아틀리에의 가죽

아틀리에의 다채로운 가죽 소재들.

 

팀의 비전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경청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특히 팀 내 장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공동 창작 작업 과정에서 내밀한 대화는 필수다. 스튜디오 아틀리에에 있는 5명의 장인은 모두 팀 내 스타일리스트와 직접 소통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호기심 역시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기쁜 마음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탐험하게 만드니까.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정신. 경청하는 자세와 호기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지키고 자유롭게 사고하며 창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역사를 존중하면서 장인의 작업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가운데 창조에 대한 깊은 열망을 가지는 게 아닐까.

에르메스 가죽 컬렉션이 다른 브랜드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랜 역사를 이어온 에르메스 가죽 컬렉션은 ‘수선이 가능한 오브제’라는, 타 브랜드와 확연히 구별되는 요소를 내세운다. 이는 가방 제작 첫 단계부터 고려하는 개념이다.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향후 가방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연구하는데, 처음 에르메스에 합류했을 때 가장 놀란 부분이다. 하나의 가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명의 장인이 제작하며, 기술을 완전히 숙달한 장인은 이를 다른 장인에게 전수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에르메스 가죽 제품을 비롯한 모든 컬렉션이 이 과정을 따라 완성된다. 그렇기에 모든 가방은 저마다 자기만의 아우라를 지니며 그 탁월한 품질을 자연스럽게 증명한다. 에르메스의 근본이자 기본이며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 선보이는 레더 컬렉션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가장 애정이 가는 아이템이 있다면?

에르메스의 근간을 이루는 승마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몇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 델라 카발레리아(Della Cavalleria) 백과 막시모르(Maximors) 백을 특히 사랑한다. 작은 조각 작품처럼 우아한 델라 카발레리아 백의 금속 장식은 가죽 소재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좀 더 스포티한 디자인으로는 쁘띠 꾸르스(Petite Course) 백과 아르송(Ar on) 백을 추천한다. 디자인이 근사한 건 물론 실용적이고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이 외에 작은 켈리 백 형태의 에어팟 케이스도 훌륭하다.

에르메스 쁘띠 꾸르스 백

스포티한 무드를 가미한 쁘띠 꾸르스 백.

사진가 잭 데이비슨이 촬영한 에르메스 백

사진가 잭 데이비슨이 촬영한 에르메스 백 비주얼.

에르메스 룰리 백

모던한 형태가 돋보이는 룰리 백

 

에르메스 가죽 메띠에를 설명하는 단어를 세 가지만 꼽는다면?

품질, 노하우, 내구성(지속성). 하나 더 추가하자면 판타지도 꼽을 수 있겠다.

패션 이외에 요즘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있나?

미술과 사진, 음악을 포함한 예술은 물론이고, 가구와 실내장식에도 관심이 많다.

그 분야에서 특히 눈여겨보는 인물이 누구인지 귀띔해주기 바란다.

가구 디자이너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를 매우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1950년대 이탈리아 건축 거장과 프랑스 디자이너들을 좋아하는데,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와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을 으뜸으로 치고, 요즘 디자이너로는 악셀샤이(Axel Chay)를 눈여겨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르메스라는 유서 깊은 하우스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은지, 그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에르메스의 노하우와 전통을 존중하는 가운데 최고의 품질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100% 지속 가능한 신소재를 개발해 에르메스의 노하우를 접목하는 것. 현재 에르메스가 사용하는 가죽과 동일한 지속 가능 소재에 우리의 탁월한 노하우를 더하고 싶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장인정신 또한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해가며 시대 흐름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가치와 지식, 노하우를 온전히 지키며 우리의 언어를 고찰하고 탐구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