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GUCCI COLLECTION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의 첫 구찌 런웨이였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구찌다움’을 재정의할지에 대한 기대와 긴장이, 박물관처럼 연출된 쇼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뎀나는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구찌의 플로라 모티프의 영감이 된 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를 마주했고 주제 역시 <프리마베라>였다. 르네상스 회화 속 이상화된 신체를 구찌의 미학으로 풀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오프닝은 석고상 같은 순백색의 스킨타이트 미니드레스였다. 봉제선마저 사라진 얇은 소재가 마치 피부처럼 밀착됐고, 이어 등장한 남성 모델은 아도니스의 신체 비례를 연상시켰다. 근육의 떨림까지 느껴질 정도로 과장된 근육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났고, 제스처와 표정은 전형적인 90년대 톰 포드식 섹시가이 그 자체였다.
그러다 갑자기 현실이 끼어들었다. 래퍼 넷스펜드(Nettspend)가 런웨이 도중 걸음을 멈추고 범백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한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걸었다. 이어 흐느적거리고 흐트러진 모델들이 등장했다. 칼리 클로스와 마리아칼라 보스코노는 2000년대 슈퍼모델식의 파워풀한 워킹으로 무대를 가르고, 마지막에는 케이트 모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객석에서는 짧은 탄성이 흘렀다. 엉덩이 골 위로 10캐럿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G-스트링이 노출된 채였다. 오프닝의 이상화된 몸에서 시작해, 마지막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 케이트 모스까지, 이 모든 것은 뎀나가 말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아키타입)이 공존하는 세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주었다.
런웨이 위 의상들은 구찌의 전성기 시절을 환기시켰다. 옷은 톰 포드, 태도는 뎀나였다. 근육과 뼈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 실루엣은 옷과 몸의 경계를 지워버렸고, 울 저지, 스판덱스, 레더와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는 제2의 피부처럼 읽혔다. 그 결과 모델들은 서로 다른 피부를 지닌 여러 인간의 종처럼 보였다.
이 감각은 낯설지 않다. 현재 우리는 현실의 몸과 화면 속 이미지, 필터를 거친 얼굴과 만들어진 신체로 동시에 살아간다. 그것을 스스로를 이루는 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에서 보인 다양한 ‘피부’는 현재 우리가 몸을 인식하는 방식과 맞닿는다.
액세서리에서는 ‘밤부 1947’ 백이 보다 유연한 가죽 핸들로 변주되어 등장했다. 구찌의 아카이브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현재의 실용성 안으로 옮겨 놓은 의도가 보였다. 뎀나가 처음 선보인 스니커즈 ‘맨해튼’ 역시 이와 같다. 날렵한 실루엣과 절제된 디자인은 과장 없이 존재감을 드러냈고 다양한 룩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욕망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나는 감정적인 패션을 만들고 싶었다.” 는 뎀나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감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그 감정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았다. 상반된 이미지와 태도가 병렬로 놓이며, 해석을 유보한 채 남겨졌다. 과거 톰 포드가 완벽한 몸과 통제된 이미지로 계산된 욕망을 설계했다면 뎀나는 그 기준 자체를 흔든다. 완벽한 몸과 어긋난 몸, 통제와 흐트러짐이 동시에 존재하고 일상적인 모습이 여과 없이 런웨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은 계산된 연출이었고 그것이 바로 ‘뎀나’다.
이번 컬렉션을 단순히 관능이라는 단어로 남기기에는 부족하다. 과잉된 시대 속에서 몸을 드러내는 방식을 유혹이 아닌 하나의 태도로 전환시켰다. 어긋남과 결핍, 불균형까지 포함한 상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