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BOTTEGA VENETA COLLECTION

쇼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이 가장 먼저 보였다. 붉은 카펫이 바닥 전체를 덮고 있었다. 런웨이와 관객석은 구분되지 않았고, 잘린 단면의 결을 그대로 드러낸 흰색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는 마치 조각의 한 덩어리 처럼 보였고 강렬한 붉은색 카펫 위에서 거친 단면은 더욱 또렷하게 두드러졌다. 루이즈 트로터는 2026 F/W 컬렉션의 주제를 브루탈리즘과 관능미 사이의 대화라고 설명했다. 장식을 덜어내고 구조를 전면에 둔 쇼장의 첫인상은 그 대화가 옷 안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함을 불러일으켰다.

오프닝 룩은 절제되어 있었다. 검은 코트였다. 어깨는 둥글게 부풀어 있었고, 허리는 조이지 않은 채 툭 떨어졌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실루엣은 점점 좁아졌다. 손등 끝까지 덮는 소매는 풍성했다. 움직일 때도 형태는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고, 코트는 몸에 밀착되기보다 바깥에서 한 겹 더 둘러지듯 몸 전체를 감쌌다.그 이후로 이어지는 초반의 코트들 역시 둥근 숄더와 넓은 외곽선으로 형태를 분명하게 유지했다. 중반에 이르자 질감의 변화가 눈에 드러났다. 검은 격자 위로 털이 솟아 있었고, 가죽 코트의 칼라와 가죽 스커트 등에는 같은 색의 인트레치아토 디테일이 더해졌다. 칼라에 시어링을 얹은 코트도 있었다. 그렇게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위로질감은 부분부분 모습을 드러내며 영역을 넓혔다.

컬렉션의 흐름은 형태에서 소재의 결로 극적이게 옮겨갔다. 필 쿠페는 직물 위에 보조 실을 덧짜 넣은 뒤 일부를 잘라내, 표면 위로 짧은 실끝이나 술이 솟아오르게 만드는 기법이다. 이번 시즌에는 그 잘라낸 실끝이 표면 위로 솟아 있었고, 브러싱을 거친 시어링은 털의 방향과 결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며 마치 여우털처럼 보였다. 두꺼운 파일 벨벳을 깎아 만든 짧고 빽빽한 결은 아스트라칸을 떠올리게 했다. 그 밖에 실크·니트·펠트·파이버글라스를 이용한 섬유 실험은 퍼처럼 보이지만 실제 퍼는 아닌 착시를 만들어냈다. 특히 파이버글라스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루이즈 트로터의 소재 실험 중 하나였다. 지난 시즌 움직임과 유희를 만드는 데 쓰였던 이 소재는, 올 시즌 퍼처럼 보이는 텍스처 쪽으로 옮겨갔다. 더불어 이번 컬렉션에서는 인트레치아토가 새롭게 해석 되었다. 가방에 적용되던 매끈하고 정교한 가죽 짜임은  교차하는 선, 반복되는 격자, 위빙 사이로 솟은 털결과 요철이 드러나는 질감으로 바뀌었다.

후반부에 이르자 질감은 완전히 전면으로 드러났다. 거대한 옷에 몸이 점령당한 듯, 질감만 남은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형태는 구조를 잃지 않았다. 몸통 한가운데를 지탱하는 중심축, 목까지 올라오는 높은 칼라, 어깨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몸통의 폭, 아래로 퍼지는 짧은 원뿔형의 실루엣이 형태를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질감은 부드럽고 느슨해 보여도 전체 실루엣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건축적인 설계가 있었기에 질감의 효과는 더 극대화되었고, 옷은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움직였다. 트로터가 말한 관능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피부에 닿는 촉감이 어떨지 상상하게 만드는 감각,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감각 말이다. 형태와 텍스처가 서로 부딪히지 않고 한 옷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는 점, 그것이 결국 이번 시즌 트로터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 브루탈리즘과 관능의 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