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영화계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할리우드 최대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가 새로운 영화 레이블 ‘클락워크(Clockwork)’를 선보입니다.

@clockwork_wb

지난 4월 14일(현지 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 시네마콘(CinemaCon)에서 워너 브라더스 모션 픽처 그룹의 공동 회장 마이클 데 루카(Michael De Luca)와 파멜라 압디(Pamela Abdy)가 저예산 영화 전문 레이블 클락워크의 런칭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레이블은 10여 년간 인디 영화사 네온(NEON)에서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까지 역임한 크리스티안 파크스(Christian Parkes)가 이끌 예정인데요. 메이저 스튜디오에 인디 씬 출신의 인재가 합류하는 만큼 기존과는 결이 다른 마케팅 전략이 기대됩니다.

Warner Bros

워너 브라더스의 새로운 도전

워너 브라더스의 새 레이블 클락워크는 기존의 상업적인 블록버스터보다 작가주의 영화와 독립 영화, 예술 영화에 집중하는 ‘스페셜리티(Specialty)’ 레이블입니다. 이른바 ‘레터박스(Letterboxd) 세대’라 불리는 시네필과 젊은 관객층의 취향을 겨냥한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죠. 독립 영화의 인수 및 배급과 작가주의 영화 자체 개발, 그리고 워너 브라더스 고전 영화의 복원과 전 세계 재개봉까지 폭넓은 업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이는 워너 브라더스가 거대 프랜차이즈 외에도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영화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신호로 읽히는데요. 블록버스터 일변도였던 메이저 스튜디오가 현대 시네필 문화에 직접 손을 내밀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합니다.

@clockwork_wb

화려한 데뷔작, 션 베이커 감독의 Ti Amo!

클락워크의 이름을 달고 나올 첫 번째 영화, 시작부터 시네필들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아노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션 베이커(Sean Baker) 감독의 신작 ‘Ti Amo!’인데요. 1960~70년대 이탈리아 섹스 코미디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작품으로 올여름 촬영을 시작해 2027년 전 세계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합니다.

@bakermovies

션 베이커 감독은 사회의 변방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감독입니다.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드 로켓’으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매 작품마다 평단의 극찬을 받아왔고, ‘아노라’로 마침내 영화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죠.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더 주목할 것은 그의 일관된 시선입니다. 장르와 형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션 베이커표 영화의 본질입니다. 클락워크의 첫 감독으로 그가 선택된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100년의 헤리티지, 혁신의 아이콘 워너 브라더스

1923년 설립된 워너 브라더스는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자 언제나 시대의 판도를 바꿔온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1927년 ‘재즈 싱어’로 세계 최초의 유성 영화 시대를 열었고,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탄생시켜 왔습니다. ‘카사블랑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같은 불멸의 고전부터 ‘인터스텔라’,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듄’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영화의 가능성을 확장해 온 스튜디오죠. 단순히 거대 자본의 블록버스터 공장이 아닌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과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같은 거장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허락해 온 것도 워너 브라더스만의 오랜 방식이었습니다. 그 100년의 헤리티지가 이제 클락워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이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Warner Bros

클락워크의 출발은 단순한 새 레이블의 탄생 그 이상입니다. 메이저 스튜디오가 상업성보다 작품성을 앞세운 공간을 공식적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첫 작품의 감독으로 션 베이커를 선택했다는 것. 두 가지만으로도 클락워크가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읽힙니다. 할리우드의 새로운 바람을 몰아올지 지켜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