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셉션

이달 오피스 투어의 주인공은 로레알코리아 서울 오피스다.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이 공간은 단순히 업무 공간을 넘어, 로레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문화가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다. 2023년 리노베이션을 거친 오피스는 카페 ‘쉼’, 터치다운 스페이스, 탁 트인 회의실, 창을 따라 이어지는 워크 존 등 유연한 협업과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좌석을 빼곡히 채우기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여백을 남긴 점도 인상적이다. 자율 좌석제를 기반으로 한 이곳에서는 자리에 머무르기보다 공간을 오가며 일하고, 우연한 대화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서울 오피스는 ‘서울의 뷰티’라는 큰 컨셉트 아래 서울의 풍경, 한지의 질감을 닮은 벽, 서울숲·남산·홍대·북촌 등 서울의 동네 이름을 딴 회의실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면서도 로컬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로레알의 시선과 맞닿아 있다. 트렌드 변화에 대한 빠른 수용성, 높은 소비자 기준, 유연한 뷰티 시술 문화, 여기에 탄탄한 ODM(생산자 주도 방식)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로레알이 ‘뷰티 트라이앵글(Beauty Triangle)’로 주목하는 핵심 시장 중 하나다. 서울 오피스는 마치 로레알의 조직 문화를 형상화한 듯하다. 자율성과 책임감, 민첩성과 협업을 중시하는 방식이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먼저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하는 태도. 필요할 때 빠르게 연결되고, 의사 결정을 앞당기는 태도로 말이다. 리노베이션은 이미 마무리됐음에도 지금 이 공간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단순한 오피스 공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로레알코리아는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서울 오피스의 기획 배경부터 브랜드의 공존 방식, 한국 시장이 지닌 특수성, 그리고 공간이 조직 문화에 미친 변화까지. 로레알코리아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다.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터치다운 스페이스
탁 트인 뷰에 개방감 있는 공간에서 미팅을 할 수 있는 버블
엘리베이터 로비 벽면
카페 쉼
미팅룸 서울 숲

서울 오피스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이 오피스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로레알코리아의 가치가 있었을 것 같아요. 서울(Seoul), 뷰티(Beauty),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이 세 가지 키워드에서 출발했어요. 2023년 리노베이션을 거쳐 탄생한 이 공간을 저희는 ‘보떼 드 서울(Beauté de Seoul)’이라고 부릅니다. 로레알 직원들에게 회사의 가장 좋은 점을 물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 그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며 개인의 커리어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점을 많이 이야기해요. 다양성과 포용성은 로레알 DNA의 핵심이고요. 이런 가치를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체감하고,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 전반에 반영했습니다.

여러 브랜드가 공존하는 공간이지만, 단순히 브랜드의 집합체라기보다 공통된 하나의 그룹 철학이 느껴져요. 로레알이 추구하는 ‘세상을 움직이는 아름다움’이라는 슬로건 아래, 16개 브랜드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각 브랜드의 고유한 개성을 경험할 수 있는 존을 따로 마련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흐름이 느껴지도록 설계했죠. 인테리어 역시 층마다 컨셉트를 달리했습니다. 스킨케어의 투명함을 표현한 층, 메이크업 원료를 떠올리게 하는 테라코타 질감이 강조된 층, 향수에서 영감 받은 샴페인 컬러의 층처럼 각기 다른 무드를 담았어요. 그러면서도 공간 전체를 로레알의 정체성 아래 하나로 묶고, 지속 가능성이라는 그룹의 가치 역시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죠.

이 공간이 로레알코리아의 협업 방식이나 업무 효율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나요? 가장 큰 변화는 우연한 만남이 자연스럽게 협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생겼다는 점이에요. 자율 좌석제와 터치다운 스테이션 덕분에 다른 브랜드 팀과 훨씬 자주 섞이게 됐고, 그런 만남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거든요. 오픈된 공간에서 시작된 짧은 대화가 실제 캠페인이나 공동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하이브리드 근무와도 잘 맞물리면서, 출근하는 날의 대면 협업을 더 밀도 있게 활용하고 있어요.

한국은 트렌드에 반응하는 속도와 소비자의 기대치가 모두 높은 시장으로 꼽히는데요. 이런 한국 시장의 특성이 오피스 공간 구성이나 실제 일하는 방식에도 반영됐을 것 같아요. 한국 시장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반영해 하이브리드 근무를 최적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빠른 의사 결정과 긴밀한 소통이 중요한 시장인 만큼, 예약 없이도 바로 논의할 수 있는 버블 룸과 터치다운 스테이션을 곳곳에 배치했죠. 자연스럽게 오가며 나눈 대화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구조를 만든 셈입니다. 또 삼성동 시티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 공간에 업무 좌석을 배치해 가장 트렌디한 서울의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특징이에요. 이런 부분 역시 한국 시장만의 감도와 속도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3CE나 닥터지처럼 한국에서 출발한 브랜드도 있고, 이솝처럼 강한 로컬 미학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도 있죠. 이렇게 결이 다른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며 어떻게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나요? 로레알 그룹이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이 ‘유니버설라이제이션(Universalization)’이에요. 전 세계를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하기보다 각 시장과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정체성은 존중하면서 그 위에 그룹의 역량과 스케일을 더하는 방식이죠. 3CE나 닥터지처럼 한국에서 출발한 브랜드는 한국 소비자의 감각과 트렌드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만큼, 그 브랜드만의 언어와 감도를 유지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편으로 로레알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R&D, 유통 인프라를 더해 더 넓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요. 이솝 역시 마찬가지예요. 강한 로컬 미학과 철학을 가진 브랜드인 만큼, 그 정체성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구성했어요. 실제로 이 구역만 조금 더 따듯하고 차분한 무드로 꾸민 것도 그 때문이고요. 결국 저희가 지향하는 건 각 브랜드가 고유의 색을 선명하게 유지하면서도, 로레알코리아라는 플랫폼 안에서 서로 성장을 자극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강상하(로레알코리아 대외 커뮤니케이션 시니어 매니저)·최아영(로레알코리아 럭스 리테일 디자인 & VM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