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겁이 날 때가 있죠. 오히려 많이 두려워요.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너무 아파하지 않으려고요.
그로 인해 새롭게 이뤄지고 생겨날 것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기꺼이 흔들리며 달려나가는 밴드 드래곤포니(Dragon Pony)의 순간들.





세 번째 EP <RUN RUN RUN>이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났죠. 앨범에 대해 어떤 마음이 남아 있나요?
안태규(이하 태규) 다들 어때? 저한테는 여전히 소중한 작업물이에요. 여러 자리에서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니 많은 분에게 음악이 잘 닿으면 좋겠습니다.
편성현(이하 성현) 앨범을 낼 수 있고,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권세혁(이하 세혁) 앨범이 나온 뒤 관객의 감상을 접하면서 곡에 대한 제 기억이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5월 단독 공연도 남아 있으니까 기억들이 생겨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강훈(이하 강훈) 이전 앨범들이 그랬듯이 <RUN RUN RUN>도 공개 직후에 굉장히 애정이 갔고, 아직 그 애정이 차 있는 상태예요. 음원 퀄리티와 사운드가 확연히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어느 정도 만족하며 스트리밍을 돌려놓고 있습니다.(웃음)
전작에는 예전에 써둔 미발매곡이 많았다면, 이번 앨범은 데뷔 이후에 만든 신곡들을 수록했다고요.
태규 맞아요. 이번 앨범을 위해 준비한 곡들이다 보니 최근의 감정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성현 이전 앨범들은 설렘이란 감정이 좀 더 들어 있다면, <RUN RUN RUN>은 지금 우리가 겪는 일들을 통해 느끼는 다른 감정들이 많이 녹아 있어요. 진짜 다양한 것 같은데… 들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을 대입해서 듣고,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각하면서 썼어요.
태규는 보컬, 성현은 베이스, 세혁은 기타, 강훈은 드럼을 담당하죠. 멤버 전원이 메인 프로듀서로서 작사와 작곡, 편곡을 하고요. 보통 한 멤버의 데모를 발전시켜 드래곤포니의 음악을 완성한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곡의 감정과 이야기를 깊이 공유해야 할 것 같아요.
성현 그렇죠. 만약 제가 쓴 곡이라면, 제 세상에 멤버들을 초대하는 느낌이 들어요. 세혁이와 강훈이의 연주, 태규 형의 노래를 통해 결론적으로 이 세상이 표현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멤버들 세뇌를…(웃음) 같이 얘기를 많이 합니다.
태규 어느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보고 싶은지를 서로 나누는 거죠.
함께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얻거나 배운 것이 있다면요?
세혁 우리가 하고 싶고, 하면 좋을 말들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 음악을 접하고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한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좀 더 뚜렷해진 거죠. 그래서 듣는 사람의 기분과 공연장에서 나올 반응을 상상하면서 쓰는 곡이 많아졌어요.
성현 전 제 작업에서 어수선한 부분을 덜어냈어요. 사운드든, 메시지든 좀 더 선명하게 만들어내려고 했어요.
태규 목소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여러 방면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하면서 자잘한 발전을 이룬 것 같아서 뿌듯하고요. 다음 앨범을 위한 준비를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어요.
강훈 많이 배웠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던 연주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어요. 여러 번 언급했지만, 세혁이가 짠 어려운 드럼 리듬을….
세혁 너무 여러 번 말하는 거 아니야?(웃음)
강훈 그걸 치는 데 한계를 느껴서(웃음), 연습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요.
포지션이 나뉘어 있지만, 다른 악기들도 다룰 줄 알기에 생기는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녹음 비하인드 영상에서 서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한 팀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니 외롭지 않겠다 싶었고요.
강훈 든든하죠. 서로 잘 존중하고 있고요. 제가 쓴 곡의 드럼 리듬이 어떤지 물어보고,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대입해봤을 때 더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성현 디테일한 부분까지 같이 고민하고 상의할 수 있다는 게 진짜 좋아요. 의견이 갈리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일단 다 해봐요. 각자의 음악이 아니라 드래곤포니의 음악을 하는 거니까 가능한 일이죠.
세혁 한 명의 색깔이 많이 담기더라도, 그게 좋으면 그렇게 합니다.
태규 결국 좋은 걸 하자,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의견 사이에서 판단을 잘 내리는 편인가요?
강훈 아니요. 판단하는 건 여전히 어려워요.
성현 내가 판단해줄게!
강훈 판단 좀 해줘. 성현이는 그래도 시원하게 확 말하는 편이거든요. 멤버들이 확고하게 말해주면 믿어야죠.
성현 검증된 건 없지만 왠지 모르게 드는 확신은 있거든요. 그런데 내가 말한 대로 안 하지 않나?(일동 폭소)
강훈 그렇긴 한데.(웃음)
성현 제가 본 강훈이는 자기 색이 분명한 친구라, 자기 확신을 좀 더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세혁 그리고 생각보다 너는 확신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태규 정말 모르겠으면 그때 물어보면 되지. 저는 생각이 쉽게 휘둘리지 않지만, 판단을 잘 내리진 못해요. 신중한 편이라 여러 경우의 수 앞에서 자꾸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세혁 태규 형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되게 잘 들어주는 것 같아요. 전 제가 쓴 곡에 대해서만큼은 확신이 서요. 다른 멤버로부터 시작된 곡이라면 그 멤버의 의견을 믿고 맡기려는 편이고요.
네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작업하면서 하나의 곡을 완성하고 나면 후련한가요?
세혁 “이제 됐다!” 하면서 끝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무언가를 결정하고 나서도 자주 돌아보고, 마지막까지 작업을 하면 할수록 아쉬운 게 보여요.
성현 전 별로 아쉽지 않아요. 그 당시에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런데 후련하지도 않더라고요. 완성하고 나면 그냥 딱 제 안에서 쏟아낸 잔해물들이 있는 정도예요.
강훈 ‘후련하다’보다 ‘이제 시작이다’에 가까워요. 작업의 끝은 리스너의 반응과 공연의 시작이기도 하니까요. 오히려 후련함과는 반대인데, 안 좋은 건가?
태규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강훈 시작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가늠할 수 없는 노력을 기울여 탄생시킨 곡들일 텐데, 정작 듣는 이들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느껴달라고 말한 게 떠오르네요. 아까 디지털 콘텐츠를 촬영할 땐 드래곤포니의 라이브 무대를 한두 번만 봐도 그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거라고 말했죠. 그 자신감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태규 일단 강훈이 외모인가?
강훈 제 외모 한 스푼(찡긋), 연주력 두 스푼, 멤버들 세 스푼인 것 같습니다.
태규 저도 우선은 멤버들이고요. 그냥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타이틀곡 ‘아 마음대로 다 된다!’의 가사처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마음대로 믿어버리면서 하고 있습니다.
세혁 저도 비슷해요. ‘이 정도면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하는 기준은 없다고 보고, 각자 생각하기 나름인 듯해요. 그러니까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슬픔도, 힘듦도 일종의 배움이라고 여기거든요.
안태규
그러니까 지금 저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입니다.”

“무대를 통해 사랑을 배웠어요.
편성현
그래서 그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졌어요.”


팬츠와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강훈 반소매 티셔츠 Maison Margiela, 레이어드한 프린트 셔츠 All Saints,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른 예술 형태가 아닌 음악만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성현 음악은 본질적으로 청각을 위한 거잖아요. 오로지 듣는 행위를 통해서 무언가를 전할 수 있다는 게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태규 소리는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데, 그로 인해 어떤 기분을 느끼거나 심장이 두근거릴 수 있죠. 그 진동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세혁 음악은 다 같이 하나로 묶이기 가장 좋은 형태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공연하다 보면 한 공간에 모인 관객들이 동일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는 게 자주 와닿거든요. 음악에 맞춰 함께 리듬을 타고,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니까요.
성현 왜 그런지 알았어! 음악은 대체로 영화나 책보다 짧잖아요. 그 안에 모든 걸 담아내야 하니까 자극이 커지는 거죠. 도파민 덩어리.(웃음) 그게 음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대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이 쌓일수록 본인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요?
성현 무대를 통해 사랑을 배웠어요. 그래서 그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졌어요.
세혁 얘의 변화가 느껴져요. 사랑하고 있고, 그걸 사람들한테 전해주려 하는 게 보일 때가 많아졌어요.
태규 우리 무대를 보러 찾아와주는 팬들의 마음이 초월한 형태의 사랑이라고 보거든요. 그만큼 저도 제 진짜 마음을 알려주고 싶어요.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면면이더라도, 이 사람들한테는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무대연출도 신경 써야겠지만, 무언가를 꾸며내며 채우기보다 저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강훈 공연할 때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깊이 와닿는 순간이 있어요. 무대에서 내려온 뒤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서 보면, 관객들의 온도가 계속 뜨거워진다는 게 실감되고요.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아, 이거지. 내가 원한 그림이야. 우리의 꿈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구나.’ 그 감각으로 모든 걸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 하길 잘했다 싶어요.
‘좋은 음악’이란 어떤 음악일까요?
강훈 제가 직선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제 귀에 좋은 게 좋은 음악이라고 느껴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진 그래요.
태규 음악을 듣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딱 떠오르거나 그려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렇게 저를 좀 더 몰입시키는 곡이 저한테는 좋은 음악인 것 같습니다.
성현 우리는 좋은 음악을 해?
태규 음…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
세혁 듣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그럼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마음이 움직여요?
세혁 제가 지금 가지고 있거나 예전에 가졌던 감정, 지나온 시간처럼 저의 한 요소를 대변해주는 듯한 음악을 좋아해요. 그런 곡들을 발견하면 마음이 설레고요.
태규 ‘아, 찾았다’ 하는 느낌?
세혁 응. 그리고 질릴 때까지 듣습니다. 반복 재생. 어, 그게 좋은 음악인 것 같네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어줄.
드래곤포니는 청춘과 맞닿아 있는 밴드인 것 같아요. 청춘 하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성현 권세혁이죠.(웃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청춘 그 자체 같아요. 이 사람의 고민, 아픔, 숨기고 참는 것들….
세혁 약간 고백받는 기분인데.(웃음)
성현 제가 보는 세혁이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기도 해요.
세혁 멤버 모두 저와 다른 결의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청춘이라고 하면 되게 빛나고 예뻐 보이는 면이 있잖아요. 그런 게 멤버들한테서도 자주 보여요.
성현 내가 봤을 때 청춘은 슬픈 거야. 청춘이 밝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고난이 많은 시기죠.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상처받는 초예민 상태.
세혁 그런데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강훈 청춘이 뭔지 모르는 게 청춘이다,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태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전 멤버들이 얘기한 청춘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작은 것에 슬퍼하는 성향은 아니거든요.
강훈 그런 부분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멤버가 저인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무던한 거죠. 청춘이 주는 기쁨이 있다면, 그건 무뎌지지 않았다는 데서 온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적기에 느낄 수 있는 설렘과 행복은 청춘일수록, 어릴수록 커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드래곤포니를 ‘불완전한 소년’이라 표현하기도 하죠. 불완전함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태규 물론 겁이 날 때가 있죠. 오히려 많이 두려워요.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너무 아파하지 않으려고요. 그로 인해 새롭게 이뤄지고 생겨날 것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슬픔도, 힘듦도 일종의 배움이라고 여기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저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입니다.
불완전한 상태로 그저 계속 가겠다는 거네요.
태규 네, 그건 어쩔 수 없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강훈 완전해지지 않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불완전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있는 그대로,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렇게 살아가며 한 가지 붙들고 있는 것이 있다면요?
성현 사랑. 사랑받아서 살아왔고,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세혁 저도 사랑이요. 사랑만이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희망이 없어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막 부딪히면서 흔들리더라도 결국 그 세계가 유지되게 하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각자 지금 무엇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훈 나 자신 하겠습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단순해요. 저는 제가 좋습니다.
세혁 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만큼 제가 깊이 생각하면서 감정을 쏟는 게 없는 것 같거든요.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을 계속 곁에 두면서 나아가고 싶어요.
성현 연약한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것들을 위해 살 겁니다.
태규 우선 ‘포용'(드래곤포니 팬덤)이들 사랑합니다.(웃음) 그 외에도 너무 많아서 어렵네요. 가족도, 동물도, 애기들도 진짜 사랑해요.
세혁 세상을 사랑하네.
태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받아들이면서 살고 싶고요. 그렇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무언가 바뀌기를 바라지도 않아요.
성현 난 세상 바꾸고 싶은데?
태규 그럴 수 있지.
세혁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성현 평안하기를 바라요. 모두가 바라보는 세상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랑만이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권세혁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희망이 없어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막 부딪히면서 흔들리더라도
결국 그 세계가 유지되게 하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데님 팬츠 Levi’s, 네크리스 Two Jeys,
벨트와 이어 커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권세혁 스크랩 장식 데님 톱 Saint Laurent.

스카프 장식 재킷, 더비 슈즈,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대에서 내려온 뒤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서 보면,
고강훈
관객들의 온도가 계속 뜨거워진다는 게 실감돼요.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아, 이거지. 내가 원한 그림이야.
우리의 꿈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구나.’
그 감각으로 모든 걸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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