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내면으로

최은영, 산문집, 백지 앞에서, 백지앞에서, 백지, 책, 신간

“나를 추동하고 나아가게 하는 내 안의 이야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삶의 방식, 쓰지 않으면 어째서인지 약해지고 마는 나의 존재. 그 모든 것이 나를 다시 백지 앞에 서게 한다.” 소설가 최은영이 데뷔 13년 만에 첫 산문집 <백지 앞에서>를 선보인다. ‘얼룩과 그림자가 새겨진 백지’처럼, 비밀과 상처를 지닌 내면을 있는 그대로 옮겨낸 책. 혼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과 결핍, 자기혐오, 병원을 오가던 경험, 동물권과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문제 등에 관한 작가의 사유가 열 편의 글에 깃들어 있다.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나’로서 써나간 문장들은 작가의 내밀한 감정까지 숨김없이 드러낸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며 치유하고, 그렇기에 끝내 쓸 수밖에 없음을 담담히 고백하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타인의 바닥을 깊숙이 들여다보려는 마음을 자연스레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