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앤가바나의 2027 S/S 남성복 컬렉션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시칠리아의 햇살로 빚어낸 런웨이

지난 6월 20일(현지 시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가 2027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Vacanze Sicilian(시칠리아의 휴가)’로, 오랜 시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온 이탈리아의 섬 시칠리아를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뜨겁게 달아오른 밀라노와 눈부신 지중해 해안의 풍경이 여름 휴가의 낭만과 함께 컬렉션 전반에 녹아들었습니다. 브랜드의 DNA를 이루는 시칠리아의 빛과 문화, 장인정신도 다시금 강조되었죠.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시칠리아 특유의 여유로움을 현대적인 남성복으로 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쇼장은 고대 신전을 연상하는 기둥과 함께 런웨이 뒤편으로 시칠리아의 대표 휴양지 타오르미나(Taormina)의 명소 이솔라 벨라(Isola Bella)와 해안 풍경이 펼쳐졌는데요. 해 질 녘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하늘의 변화를 담은 대형 LED 영상은 관객들을 단숨에 지중해의 여름으로 이끌었죠. 모델들 역시 지중해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듯한 모습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며 컬렉션의 무드를 완성했습니다.

더위에 맞서는 남성복의 진화

런웨이는 돌체앤가바나의 상징인 시칠리아 블랙으로 강렬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무게감 있는 테이러링 대신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고려한 가볍고 유연한 실루엣이 돋보였는데요. 정교한 레이저 컷팅으로 통기성을 높인 수트는 무더운 계절을 위한 돌체앤가바나식 해답을 보여줬습니다. 재킷 뒷면에 단추를 더해 통풍이 가능하도록 한 재치 있는 디테일도 시선을 사로잡았죠. 여기에 크로셰 폴로 셔츠와 시칠리아 전통 오픈워크 자수를 적용한 쇼츠, 그리고 실크 파자마 셋업까지. 장인정신이 깃든 소재와 공예적 디테일이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며 여름철 착용감을 고민한 흔적도 더해졌습니다. 도시의 일상과 휴양지의 여유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실용성까지 놓치지 않았죠.

돌체앤가바나가 시칠리아를 입는 방식

컬렉션은 시칠리아의 풍경과 문화를 섬세한 디테일로 풀어냈습니다. 엽서를 떠올리는 프린트와 레몬 모티프는 휴양지의 낭만을 불러왔고, 데님과 셔츠, 수트에 더해진 섬세한 산호 비즈 장식은 지중해 특유의 생동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묵주를 닮은 십자가 목걸이와 성화를 모티프로 한 그래픽도 등장하며 시칠리아에 깊게 뿌리내린 가톨릭 문화를 자연스럽게 드러냈죠. 쇼의 피날레는 크리스털 장식이 반짝이는 올 화이트 룩이 장식했는데요. 런웨이를 가득 채운 새하얀 실루엣은 지중해의 눈부신 햇살과 여름의 청량한 공기를 떠올리며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돌체앤가바나를 이끄는 디자이너 듀오, 도미니코 돌체(Domenico Dolce)와 스테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는 “우리에게 시칠리아는 결코 유행을 쫓는 곳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컬렉션 역시 그리스 신전부터 발 디 노토(Val di Noto)의 바로크 건축물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마을, 장인들의 공방에 이르기까지 시칠리아에 깃든 기억과 전통을 담아냈는데요. 이번 런웨이는 시칠리아가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나 단순한 영감의 원천이 아닌, 지난 40여 년간 브랜드를 만들어 온 정체성의 근간임을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밀라노에서 존재감을 빛낸 수빈

런웨이 못지 않게 프론트 로우 라인업도 화려했습니다. 국내외 팬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인물은 단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그는 단정하게 올린 슬릭 백 헤어와 함께,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블랙 블레이저와 화이트 팬츠로 모던하고 감각적인 룩을 선보였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드라마틱한 포인트의 핀업 액세서리를 더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완성했죠. 수빈은 축구 스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Robert Lewandowski), NBA 챔피언 우승자 카와이 레너드(Kawhi Leonard), 배우 미켈레 모로네(Michele Morrone)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와 배우들 사이에서 한국 대표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패션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런웨이 안팎에서 쏟아진 플래시와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함성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패션계에서도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시칠리아가 품어온 기억과 헤리티지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한 돌체앤가바나의 새로운 남성복 컬렉션.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펼쳐진 런웨이는 이 섬이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에게 얼마나 깊이 새겨진 곳인지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시칠리아에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모자이크처럼 공존하듯, 이번 컬렉션 역시 장인정신과 위트,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며 돌체앤가바나만의 여름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