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말하는 요즘 세대의 책 문화, 그리고 독서의 힘.

칸 라이언즈가 인정한 코치의 캠페인, 익스플로어 유어 스토리
Z세대는 더 이상 짧은 이야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코치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읽어냈죠. 지난 2월 공개된 코치의 봄 캠페인 ‘익스플로어 유어 스토리(Explore Your Story)’. Z세대가 사랑하는 책 문화의 모습을 짚어내며 시선을 모았던 이 캠페인이 2026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의 국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크리에이티브 전략 부문 협업 카테고리에서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했습니다. 코치의 CMO 준 실버스타인(Joon Silverstein)은 칸 라이언즈 본 무대에서 직접 이 캠페인의 전략을 발표하며, “과거 럭셔리는 소유하는 것이었다면, Z세대에게 럭셔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죠. 책 한 권을 읽는 것조차 이제는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식이 되었습니다.





타비 백에 매달린 12권의 이야기
캠페인의 출발은 단순했습니다. 디지털 과부하와 숏폼의 홍수 속에서 많은 Z세대가 책과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을 마음의 안식처이자 자아를 찾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그래서 코치는 이 캠페인과 함께 실제로 페이지를 넘겨 읽을 수 있는 12가지 종류의 초소형 북 참을 제작했습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이성과 감성>,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의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같은 책들이 코치의 시그니처 타비 백에 매달려 일상 속으로 들어왔고, 한국에서는 성해나의 <혼모노>가 참으로 만들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죠.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여러 지역의 Z세대 커뮤니티와 함께 캠페인을 만들고, 매장 내 ‘코치 북 누크(Coach Book Nook)’라는 참여형 독서 공간까지 조성한 것도 그 출발점을 충실히 따른 결과였습니다.

코치가 쌓아온 ‘자기다움’의 역사
이번 캠페인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면의 두려움을 깨고 당당해지자는 메시지를 담은 2022년 ‘커리지 투 비 리얼(Courage to Be Real)’을 시작으로, 코치는 매해 같은 줄기에서 조금씩 다른 언어를 찾아왔습니다. 가상 세계와 AI를 넘나들며 진정한 자아를 탐색했던 ‘파인드 유어 커리지(Find Your Courage)’, 자신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패션으로 발산하라는 ‘웨어 유어 샤인(Wear Your Shine)’, 가능성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자는 ‘언락 유어 커리지(Unlock Your Courage)’까지. 글로벌 앰버서더들이 자신의 성장 배경과 두려움을 고백하던 날것의 방식이 매해 시리즈의 중심을 지켰는데요. 그 흐름 안에서 이번 ‘익스플로어 유어 스토리(Explore Your Story)’가 특별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고백이라는 추상적인 행위를 ‘책’이라는 구체적인 아날로그 매체로 처음 번역해낸 것이죠. 자기다움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손에 쥘 수 있는 한 권의 책으로 건넨 것. 바로 그 지점이 칸 라이언즈가 새롭게 주목한 부분이었습니다.
Z세대를 읽는 키워드, 텍스트힙
코치가 이번 캠페인에서 정확히 짚어낸 흐름이 있습니다. 바로 ‘텍스트힙(Text Hip)’이죠. 텍스트(Text)와 힙(Hip)의 합성어로, 독서와 필사, 서평 기록 같은 텍스트 중심의 문화 활동을 멋지고 쿨한 행위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흔히 스마트폰과 숏폼 때문에 젊은 층이 책을 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습니다. 오히려 자극적인 숏폼 영상에 과노출된 Z세대일수록 그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아날로그적 독서가 주는 느린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이죠. 이른바 ‘독파민(독서와 도파민의 합성어)’을 향한 욕구가 빠른 자극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자라난 셈입니다. 이제 ‘책’이라는 것은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단순한 지식의 도구가 아닌, 자신의 감각적인 취향과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가장 세련된 정체성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패션이 책을 집어 든 이유, 미우미우와 생 로랑의 책 문화
코치의 ‘익스플로어 유어 스토리(Explore Your Story)’처럼 Z세대의 텍스트힙 문화를 영리하게 브랜드 헤리티지로 녹여낸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미우미우인데요. 2024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시작된 미우미우 문학 클럽(Miu Miu Literary Club)은 매년 덜 알려졌거나 다시 읽힐 가치가 있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합니다. 1회 ‘라이팅 라이프(Writing Life)’에서는 시빌라 알레라모(Sibilla Aleramo)의 <여인>과 알바 데 세스페데스(Alba De Céspedes)의 <금지된 일기장>으로 이탈리아 페미니즘 문학을 짚었고, 2회 ‘여성의 교육(A Woman’s Education)’에서는 소녀성과 사랑, 성교육이라는 주제로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와 엔치 후미코(Enchi Fumiko)의 작품을 다루며 무대를 동양 문학까지 넓혔습니다. 올해 4월 열린 3회 ‘욕망의 정치학(Politics of Desire)’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와 아마 아타 아이두(Ama Ata Aidoo)의 책을 중심으로 욕망과 동의를 정치적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는 담론이 펼쳐지기도 했죠. 이렇게 다른 작가, 다른 시대로 무대를 넓혀가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여성의 목소리를 문학의 언어로 되살리겠다는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의 의지입니다. 패션보다 토론과 낭독이 중심이 되는 이 자리는 그 의지와 함께 매해 새로운 책 문화의 장면을 탄생시켜가고 있죠.
생로랑의 행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가 2024년 파리에 연 독립 서점 ‘생로랑 바빌론(Saint Laurent Babylone)’은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과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é)가 머물렀던 바빌론 거리에서 이름을 따온 서점인데요. 이전에 부티크로 사용되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탄생한 이곳에는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와 협업한 독점 사진집부터 절판된 희귀 바이닐까지, 안토니 바카렐로가 직접 큐레이션한 아날로그 자산들이 가득합니다. 패션쇼가 아닌 낭독회와 작가와의 대화가 일상적으로 열리는 이곳은, 책이 가진 아날로그적 희소성이 브랜드의 지적 자산을 가장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책 한 줄이 만드는 가장 깊은 울림
코치 캠페인이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것은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화려하고 빠른 것들이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한 줄의 문장이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것. 코치가 가방에 책을 매단 것처럼, 그리고 미우미우와 생 로랑이 낭독회와 서점을 택한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에서는 가볍게 소비되는 이미지보다 천천히 곁에 머무는 문장들이 결국 더 오래간다는 인상을 남기죠. 가장 빠른 것들 사이에서, 가장 느린 것은 언제나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