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옷장을 벗어나 식탁 위에 놓였습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우영미와 세계적인 셰프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가 협업한 ‘사피드 서울(Sapid Seoul)’이 문을 열었습니다.





패션과 미식이 교차하는 곳, 사피드 서울
서울 이태원에 자리한 우영미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에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절제된 미학으로 패션계의 아이콘이 된 우영미와, 미식의 세계에서 같은 길을 걸어온 알랭 뒤카스가 함께 연 레스토랑 ‘사피드 서울’. 알랭 뒤카스의 파리 레스토랑 ‘사피드 파리(Sapid Paris)’가 고수해 온 ‘노마드 퀴진(Nomad Cuisine)’ 철학을 파리 외 지역 최초로 서울에서 구현한 자리입니다. ‘노마드 퀴진’이란 무겁고 권위적인 정통 프렌치 스타일에서 탈피해 자연과 계절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친환경 다이닝을 뜻하는데요. 사피드 서울에서는 그 철학이 한국 식재료와 현대적 프렌치 감각이 결합된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구현됩니다. 버터와 크림 중심의 클래식 프렌치에서 벗어나 채소와 곡물, 해산물을 중심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섬세하게 살려내며, 김치 같은 한국 식재료를 프렌치 감각으로 재해석해 깊이 있는 풍미를 완성하죠. 전체 식재료의 80% 이상을 국내산으로 구성하고 지역 농가 및 소규모 생산자와 협업하는 방식도 이 철학의 연장선입니다. 디자이너 우영미는 “사피드 서울은 패션과 미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로, 미식·패션·공간을 아우르는 브랜드 우영미의 유니버스를 확장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전하며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닌, 브랜드의 세계관이 오감으로 펼쳐지는 공간임을 밝혔습니다.


우영미의 미학이 스며든 새로운 공간
사피드 서울은 눈에 담기는 것에서도 이와 같은 철학을 말합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다양한 영감들이 한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데요. 천장을 감싸는 대형 패브릭은 우영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데쿠파주(Découpage) 작업으로 공간에 예술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여기에 1970년대 무라노에서 제작된 빈티지 램프와 앤티크 유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조명, 알랭 뒤카스가 직접 수집한 18세기 허바리움 작품이 자연과의 연결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죠. 플레이트 역시 같은 결을 이어갑니다. 세트가 아닌 제각각 다른 소재와 형태의 테이블웨어를 믹스 매치하는 방식은 다양성을 향한 이들의 애정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우영미의 감각적인 미학을 바탕으로 패션과 미식, 공간이 하나의 언어로 완벽하게 결합되어 새로운 다이닝 경험이 탄생했습니다.

패션 브랜드가 식탁으로 향하는 이유
패션이 시각과 촉각에 말을 건다면, 미식은 미각과 후각, 공간의 온도까지 담아내며 브랜드를 훨씬 깊은 방식으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옷 한 벌이 눈길을 사로잡는 반면, 한 끼의 식사는 몸 안에 새겨지죠. 고객이 브랜드의 옷을 입고 그 브랜드가 차린 식탁에 앉는 순간, 경험의 결은 전혀 달라집니다. 우영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의 지하 다이닝 공간, 상층부의 패션 매장, 루프탑 정원으로 이어지는 구성도 바로 그 결을 더해 고객의 하루에 새로운 지도를 촘촘히 짜 넣은 것인데요. 옷을 고르고, 식사를 즐기고, 정원에서 숨을 고르는 동안 고객은 자신도 모르게 브랜드의 세계 안에서 가장 온전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때 브랜드는 비로소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되죠. 우영미의 패션이 식탁으로 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의 미가 살아있는 서울의 미식 공간들
사피드 서울이 이곳, 서울을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서울에는 한국의 미학을 식탁 위에 아름답게 펼쳐내는 여러 공간들이 있는데요. 경복궁 돌담길을 내려다보는 통창 구조 속에서 전통 궁중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옛 기물에 담아내는 ‘온지음’은 전통 한식 파인다이닝의 정점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수개월 전부터 이미 예약이 꽉 차있는 이곳은 유명 요리사들도 공부 삼아 찾는 ‘한식 문화의 살아있는 교과서’ 같은 곳으로 유명하죠. 가장 한국적인 맛의 DNA인 장(醬) 문화를 프렌치 기법의 플레이팅으로 풀어내는 ‘밍글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6’에서 국내 최고 순위인 4위를 차지하며 K-미식의 글로벌 위상을 증명한 이곳은 후각부터 미각, 시각까지 완벽한 예술성으로 채우는 밀도 높은 미학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국 공예미의 극치를 선보이는 ‘이타닉 가든’과, 한국 고유의 발효 아카이브를 현대적 레이아웃으로 편집해 내는 ‘비움’까지. 한국의 맛과 미를 한 접시에 담아내며 우리 전통을 새롭게 탄생시켜온 이 공간들에 이제 사피드 서울이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한식의 여름이 찾아옵니다.


우영미의 절제된 미학과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이 서울 이태원 지하에서 만난 이 순간은, 패션이 옷장을 벗어나 한국의 전통 식탁 위에서도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서울의 식문화가 이토록 다채로운 얼굴로 피어나고 있는 지금, 사피드 서울이 그 안에서 써 내려갈 새로운 장면들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