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습기와 잦은 장맛비가 불쾌지수를 끌어올리는 7월, 시원하고 고요한 미술관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술가들이 구축한 견고한 세계 속에 머무는 시간은 팍팍한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을 테죠. 올해 구순을 맞은 일본 추상 회화 거장의 묵직한 탐구부터,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작가들의 치열한 생존법, 소비 사회를 유쾌하게 꼬집는 세계적인 사진가의 강렬한 프레임, 그리고 문학과 전통 공예가 빚어낸 한국적 미학의 정수까지. 무더위를 잊게 할 7월의 보석 같은 전시 4곳을 소개합니다.
화이트 큐브 서울 <자연의 시선에 놓이다>


구순의 거장이 아크릴과 캔버스에 수놓은 60년 색채의 마술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일본 현대 추상 회화의 핵심 인물인 요코 마츠모토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립니다. 1936년생으로 올해 구순을 맞이한 작가는 지난 60여 년간 ‘오직 색과 형태만으로 그린다’는 굳건한 철학 아래 서구 추상표현주의와 일본 수묵화 정신을 결합한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 왔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바닥에 앉아 깊은 명상 속에서 완성해 낸 대표 연작 ‘핑크’의 초기작을 비롯해, 절제된 색조의 ‘화이트’, 그리고 선명한 신작 ‘코발트 블루’ 등을 폭넓게 조망합니다. 얇은 아크릴 안료를 빠르게 겹쳐 바르는 작가 고유의 헤이지 페인팅 기법은 물감의 물질성과 작가의 호흡이 완벽하게 교차하는 치열한 회화적 실험의 결과물입니다. 빛과 그림자, 닿을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을 색채로 치환해 낸 거장의 묵직한 숨결을 서울에서 직접 마주할 귀중한 기회입니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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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여덟 명의 작가가 제안하는 동시대 예술의 각자도생
거대 서사와 단일한 미학적 규범이 붕괴된 다원주의 시대, 갤러리 현대는 장 뤽 고다르의 동명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선보입니다. 전시 제목은 단순히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윤리적 강요가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감각하고 이를 고유한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 소수에게 부과되는 묵직한 책임에 가깝습니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8명의 참여 작가(김주영, 박민하, 박정혜, 안현정, 이혜인, 정진화, 조이솝, 한선우)들은 트렌드나 산업적 패러다임에 휩쓸리지 않고 동양화부터 AI 구상 회화, 퀴어 정체성, 여성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매체로 동시대의 혼란에 정면으로 응답합니다. 정보와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 갤러리 현대가 2년마다 선보일 이 새로운 기획전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주하는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삶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감각이 무엇인지 되묻는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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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사진미술관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마틴 파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소비하는 강렬한 색채와 광고 이미지들의 미학을 수십 년간 집요하게 파고든 세계적인 사진가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 포토스의 작가로 활동하며 현대 사회의 소비와 여가 문화를 유쾌한 시선으로 기록해 온 그의 발자취를 기리는 자리인데요. 이번 전시는 초기작부터 500여 점의 작품과 90권의 사진집을 망라하며 특히 1990년대 후반 한국을 방문해 남북한의 풍경을 담은 귀중한 작업도 공개됩니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해변의 휴양객이나 마트의 쇼핑객처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지만 과장된 색채와 밀착된 프레임을 통해 그 안에 내재된 현대인의 허영과 취향, 소비 방식을 예리하게 폭로합니다. AI가 정제된 이미지를 쏟아내는 지금, 다소 촌스럽고 불완전한 그의 스냅사진들은 우리가 동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소비하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전시는 7월 16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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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갤러리 호수 <K-헤리티지 아트전_미백(未白)>


이청준 문학의 깊은 울림, 전통 공예 장인들의 손길로 다시 피어나다
아름다운 석촌호수의 풍경을 품은 더갤러리호수가 개관을 기념하여 송파구와 함께 깊이 있는 K-헤리티지 기획전 ‘미백(未白)’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송파구와 오랜 인연을 맺었던 한국 문학의 거장 故 이청준 소설가의 문학적 장인 정신을 재해석한 특별한 프로젝트인데요. 전시명 ‘미백’은 ‘아직 다 밝아오지 않은 새벽의 빛’을 뜻하는 작가의 아호에서 따왔습니다. 전시장에는 국가무형유산인 칠장, 선자장, 화혜장 등 맥을 이어가는 장인들을 비롯해 총 15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달 항아리부터 웅장한 방채옥, 미디어 아트에 이르는 60여 점의 작품을 촘촘하게 엮어냈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이청준 작가의 유품을 만날 수 있는 작가의 방, 도슨트 투어, 가족 체험 프로그램까지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어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한국적 미학의 정수를 경험하기에도 제격입니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