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패션위크 DAY 2와 DAY 3, 서로 다른 배경에서 출발한 세 브랜드의 2027 봄/여름 컬렉션이 뉴욕의 가을을 장식했습니다.
- 마이클 코어스는 현대미술과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모더니즘의 조형미를 패션으로 풀어냈습니다.
- 베테스는 란제리와 테일러링의 상반된 요소를, 애슐린은 사각형이라는 단순한 형태를 통해 자신만의 실루엣을 완성했습니다.
뉴욕패션위크의 DAY2과 DAY3, 초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한 브랜드들의 런웨이를 톺아봅니다.








마이클 코어스가 말하는 모더니즘
화창한 뉴욕의 가을 하늘 아래, 마이클 코어스가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조각 공원에서 2027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건축적 모더니즘’을 테마로 삼은 이번 쇼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 등 현대미술 작가들과 박물관, 갤러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채워졌는데요. 그는 이번 컬렉션을 “모더니즘, 건축,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일시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 꺼내 입어도 세련된, 입는 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도심 속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조각 공원처럼 예상치 못한 다채로운 컬러들과 패턴들이 등장하며 이 공간의 무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죠. 컬렉션은 ‘건축적 모더니즘’이라는 주제에 맞춰 대담하지만 간결한 실루엣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날카롭고 비대칭적인 컷을 중심으로 화이트와 블랙, 레드와 옐로우, 그리고 그린과 블루 등 비비드하고 깔끔한 컬러들이 펼쳐졌는데요. 굵은 스트라이프 패턴과 거친 질감의 붓터치를 연상시키는 프린트들은 현대미술 특유의 조형미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액세서리 또한 대담하면서도 조각 같은 형상을 드러냈습니다. 스틸 체어가 떠오르는 금속 핸들 백부터 룩에 존재감을 더해주는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와 가지각색의 도형 같은 주얼리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이클 코어스가 말하는 ‘모더니즘’에 입체감을 더하며 한층 완성도 높은 룩을 만들어냈습니다.
란제리와 테일러링의 긴장감, 베테스의 자유로움
뉴욕패션위크의 셋째 날, 디자이너 카리 베테스(Kari Vettese)가 이끄는 베테스가 2027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레이디 가가와 제니, 타일라 같은 여러 팝 스타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브랜드는 지난 여름 스킴스와 첫 신진 디자이너 협업 캡슐을 진행하며 뜨겁게 주목받은 바 있죠. 베테스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건 아주 작은 사이즈의 밴드형 브라 톱. 가슴을 간신히 가리는, 아슬아슬한 크기의 이 브라 톱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며 런웨이에 과감함을 더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속이 비치는 스커트와 벌룬 미니 팬츠 같은 란제리와 파자마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등장해 베테스가 지금까지 선보여왔던 관능적인 무드를 자연스레 보여주었습니다. 룩에 자유로움을 더한 비비드한 레드와 핑크, 스카이 블루 등의 컬러들도 빼놓을 수 없고요. 여기에 비틀리듯 유연하게 감기는 드레이핑과 각이 살아 있는 재킷, 비대칭 헴라인 등 상반된 요소를 더해 만든 팽팽한 긴장감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아이템을 과감하게 매치시키는 이런 방식을 통해 베테스만의 독보적인 감각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사각형 하나로 완성한 애슐린의 건축학
이어서 애슐린 박(Ashlynn Park)이 이끄는 애슐린은 크리스티나 그라할레스 갤러리에서 2027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패턴 메이커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그는 이번 시즌 2차원의 ‘사각형’이라는 형태 하나에 집중했는데요. 이 단순한 형태를 접고, 자르고, 이어 붙이고, 드레이핑하는 과정을 통해 사각형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비스코스 저지로 만들어진 스커트는 사각형 실루엣의 한쪽 밑단을 들어 올려 완성됐고, 숄더 라인을 감싸는 칼라는 두세 번 접은 형태로 완성되었죠. 마치 어린 시절 즐겨 하던 색종이 놀이가 현대 미학을 등에 업고 런웨이에 나타난 것처럼요. 여기에 사각형을 반 접어서 그대로 얹은 듯한 스커트 패널은 유려하게 움직이는 실루엣에 깔끔함과 도형적인 미를 더했고, 사각형의 꼭짓점들을 만나게 한 형태의 아우터 여밈 디테일 또한 룩의 완성도를 살렸습니다. 컬러 역시 색종이의 기본 컬러들이 생각나는 화이트와 블랙, 레드, 머스타드 옐로우, 그린 등이 등장하며 다채롭게 현장을 채웠고요. 옷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그저 원단 조각에 불과하지만, 사람이 그것을 입는 순간 구조를 지닌 3차원의 형태가 되는 것에 주목한 그의 시선처럼, 이번 컬렉션은 건축적 사고가 어떻게 몸 위에서 완성되는지 선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삭막한 뉴욕에 생기를 더해주는 조각 공원에서 시작해 란제리와 테일러링이 부딪히는 무대를 지나, 사각형 하나로 채운 갤러리까지. 서로 다른 배경과 언어를 지닌 이 세 컬렉션은 각자의 방식으로 뉴욕패션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습니다. 그리고 이 컬렉션들이 만들어낸 뉴욕의 다채로운 풍경들이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패션위크의 무대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