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찬란한 빛

빛을 마주한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뿜어내는 자개. 최근 뷰티 신에서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하이라이터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 마치 자개 조각처럼 멀티컬러를 보여주는 것. 정면에서는 메인 컬러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빛을 받으면 그 안에 숨겨진 입자가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2026년 하반기는 컬러 해방의 흐름과 여러 요소를 과감하게 뒤섞는 맥싱(maxxing) 트렌드가 맞물리며, 제품 하나에 다양한 색과 피그먼트를 담아낸 제품군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맥(M·A·C) 글로우 플레이 바운시 하이라이터 #선셋 드리즐 또한 모브 컬러 위로 조밀한 블루 피그먼트가 더해져 마치 자개의 표면처럼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띤다. 이번 시즌, 익숙한 색의 경계를 벗어난 멀티컬러 하이라이터를 얼굴에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치 자개 조각을 볼 위에 얹은 듯 오묘한 반짝임은 숙제 같던 일상의 메이크업에 과감한 일탈이 되어줄 것이다.
뷰티 어시스턴트 에디터 황민준
K-향기의 흐름
향에도 국적이 있을까? 병에 적힌 이름을 가린 채 향을 맡고도 그것이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까. 아직은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그 답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향수 브랜드가 부쩍 많아졌다. 논픽션과 탬버린즈가 감각적인 공간과 이미지로 향수 시장의 문턱을 낮춘 데 이어, 본투스탠드아웃과 우슬, 엘로리아 같은 새로운 브랜드들은 한층 대담하고 선명한 향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향수를 특별한 날을 위한 사치품이 아니라 일상적 자기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이 흐름에 힘을 보탰다. 시그니처 향 하나를 고수하기보다 그날그날 기분과 장소에 따라 향을 바꾸고, 향수에서 시작된 취향을 핸드크림과 보디 제품, 인센스와 공간의 향으로 확장한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6월 3일부터 6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적인 아티스틱 퍼퓨머리 박람회 ‘엑센스(Esxence)’에서도 감지됐다. 올해 행사에는 40여 개국에서 온 4백 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가했고, 그중 1백8개 브랜드가 처음 이름을 알렸다. 한국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과 언베니쉬 역시 고유의 프래그런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현지 매체가 행사장에서 특히 붐빈 부스 중 하나로 꼽을 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유럽의 유서 깊은 향수 하우스와 세계 각지의 신생 브랜드가 뒤섞인 각축장에서 한국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호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몇몇 브랜드의 약진만으로 K-향수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향수는 이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다. 깨끗한 머스크와 은은한 플로럴, 차분한 우디 계열 향이 한국적 감각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정서가 실제 향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별될 수 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부분이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이기에 더욱 재미있다. 이미 완성된 하나의 문법을 소개하는 대신, 새로운 향의 언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빠른 속도와 고요한 밤, 비 온 뒤의 골목, 오래된 기억과 아주 사적인 감정까지. 한국의 브랜드들은 각자가 기억하는 장면을 하나씩 향으로 옮기고 있다. 그 수많은 시도 가운데 언젠가 이름을 가리고도 알아챌 수 있는 ‘한국의 향’이 탄생할지 모른다. K-프래그런스가 써온 이야기는 아직 짧지만, 그래서 곧 펼쳐질 다음 장이 더욱 궁금하다.
뷰티 디렉터 김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