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기식 사진가의 개인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가 서울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개최됩니다.
- 전시는 한 그루의 나무부터 한강의 윤슬,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까지 오랜 시간 바라본 풍경들이 6개의 챕터와 몰입형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 표기식 사진가는 의도하지 않은 오류에서 출발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표기식이 포착한 반짝임이 서울에 펼쳐집니다.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개막하는 표기식의 개인전
표기식 사진가의 개인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가 오늘(23일)부터 서울 중구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립니다. 오는 2027년 3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약 500평 규모의 전시장을 활용해 그가 수십 년 동안 기록해온 국내 풍경을 대형 사진과 몰입형 공간으로 소개합니다. 그의 사진들은 화려한 도심의 건축물들이나 광활한 해외의 자연을 중심에 놓았던 기존 사진전들과 달리, 한강과 숲,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같은 익숙한 국내 장소를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이 특징이죠. 관람객들은 작가가 수집한 이 풍경을 따라 이동하며 지나온 시간을 함께 돌아보고, 사진 속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프롤로그 격인 ‘나무가 서 있다’를 시작으로 하루의 시간대를 따라 펼쳐지는 6개의 장과 96장의 필름 사진을 선보이는 마지막 공간까지, 그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며 완성될 예술 세계가 관람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나무까지, 오랜 시간이 빚어낸 기록들
전시는 나무 한 그루에서 한강의 물결까지, 익숙한 풍경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그 안에서 변하는 순간들을 조명합니다. 첫 공간인 ‘Chapter 0. 나무가 서 있다’에서는 여러 계절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킨 버드나무 한 그루를 180점의 사진으로 채워낸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요. 빠르게 결과를 얻기보다 대상이 스스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기다리는 그의 작업 방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시간이 찾아낸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느리면서도 가장 묵직한 울림을 만들기 마련이니까요. 이어지는 ‘Chapter 1. 어두운 방과 밝은 꿈’에서는 플라타너스와 강, 숲 등 새벽녘의 풍경을 흑백 사진과 의도적인 에러 기법으로 담아내 더욱 깊은 무게감을 보여줍니다. 찰나의 순간과 다채로운 색조가 겹쳐지며 몽환적인 사색의 풍경을 자아내죠. 반면 ‘Chapter 2. 아침의 위로’는 오랜 시간 기록해온 아침 빛이 깃든 숲과 꽃의 풍경을 보여주며, 자연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빛을 통해 관람객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여기에 사람이 떠난 재건축 건물의 새 주인이 된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은 ‘Chapter 3. 고양이들의 아파트’에서는 ‘생명의 온기’를 조명하며 따뜻한 여운을 이어가고요. 이어지는 전시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 ‘Chapter 4. 가장 찬란한 빛’에서는 10년에 걸쳐 쌓인 한강 위 윤슬과 구름의 순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강물이라도 날씨와 햇빛, 주변 풍경에 따라 매번 다른 장면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섬세한 시선으로 보여주는데요. 오랜 시간 한강을 찾아 물결과 빛의 움직임을 기록해온 그의 인내와 기다림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후 해질녘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과 붉게 물든 한강의 풍경을 보여주는 ‘Chapter 5. 노을은 매일 녹아내린다’와 깊은 밤 희미하게 빛나는 존재들의 모습을 담은 ‘Chapter 6. 모든 건 희미하지만’, 그리고 필름으로 기록된 96개의 장면들이 놓인 아웃트로 공간까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하루의 순간들이 그의 오랜 기록 속에서 매번 다른 얼굴의 빛으로 다시 태어나 관람객들의 지친 마음을 조용히 채워줍니다.


우연이 만든 흔적이 작품이 되다
표기식의 예술 세계에는 ‘시간의 흔적’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우연’ 또한 자주 개입해왔습니다. 그의 시그니처 중 하나가 바로 색색의 선이 사진 일부를 긁고 지나간 듯한 이미지. 필름카메라의 ‘빛샘 현상(카메라 틈새로 원치 않는 빛이 새어 들어와 필름에 노출되는 고장 현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메모리 카드 리더기의 오류로 생긴 흔적입니다. 보통이라면 삭제했을 실패작이지만 그는 우연히 생긴 이 오류까지 사진의 일부로 받아들였죠. 이런 감각은 그의 사진집 ‘흩어지다’와 ‘biT(빛)’, ‘고양이들의 아파트’로 이어지는 개인 작업뿐 아니라, 그룹 샤이니와 이찬혁의 앨범 아트워크, 영화 ‘족구왕’의 비주얼 작업, 들꽃영화제 포스터 등 다양한 협업으로도 확장됐습니다. 특히 이찬혁의 첫 솔로 앨범 ‘ERROR’의 표지 작업은 이런 의도치 않은 오류를 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끌어안는 그의 태도는 많은 팬들과 관람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며, 예술계에 또 하나의 독보적인 색을 더해냈습니다.

버드나무 한 그루의 계절을 기다리는 일부터, 카메라의 오류마저 끌어안는 일까지. 표기식은 지금껏 세상이 지나치는 것들 앞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며 자신만의 시선을 피워냈습니다. 그 시간이 길어 올린 반짝이는 순간들은 2027년 3월 1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